매정하게 떠났다면 쿨하게 돌아가라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하게 생겼다. 시간을 잘못 봐서 너무 일찍 버스정류장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말까 하는 사이 저 멀리 강남으로 가는 버스가 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타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원래 위치보다 먼저 멈춰서 사람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멀뚱멀뚱 바라보면서 내 위치에 버스가 멈추기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민망할 정도로 쌩하고 내 앞을 지나갔다.
다시 집에 돌아왔다. 어쩌면 눈 앞에서 매정히 지나간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너무 일찍 도착해 방황하고 있었을 테니까. 반강제적으로 나의 방황을 막아주었다. 역시 예상대로 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살면서 수많은 기회가 올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기회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매정하게 지나갔다고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자칫 기회를 타고 너무 빨리 도착해 다음을 기다리다 지칠 수 있기 때문에.
민망할 정도로 매정하게 지나갔다면 눈길 한 번만 주고 돌아가자. 중요한 건 딱 한 번만 주는 것이다. 그 이상은 미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