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슬픈 기억은 여전하다

by 하잎


'슬픈 기억'은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 안쪽을 차갑게 어루만진다. 이 차가운 손길은 가슴속 비어 있는 공간의 깊이를 더욱 느낄 수 있도록 깊숙이 들어와 이내 가슴이 아프도록 꽉 쥐어짠다. 한 때 꽉 차 있었던 비어있는 공간, 어느샌가 공허함만이 가득 차 있는 이 공간을 추억이라 불러야 할지 아니면 상처라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니면 둘 다 아닌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일지도 모른다.


손에 쥐었지만 이내 녹아서 손 틈 사이로 흘러버리는 얼음과도 같은 슬픔을 머금은 기억. 꽉 쥘수록 부서지고 뭉개져서 원래 모습을 잃어버린 상처가 되어 버린 과거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결국 뫼비우스의 띠 위를 빙빙 돌고 있었울 뿐이다.


도망치려 했지만 도망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도망쳐야 할지도 모른다. 무뎌진 줄 알았지만 슬픔이 극에 달해 잠시나마 무감각해진 것이었다. 그때의 기억은 지워진 게 아니라 잠시 덮어져 있었던 것뿐, 슬픔은 여전하고 여전하다는 것은 참으로 슬프다.


Billie Eilish - lovely(feat. Khalid)

무섭도록 차가운 기억이 녹아서 흘러내린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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