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채운 한주 #5

2018년 8월 마지막 주를 채운 음악

by 하잎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달력에 적혀있는 숫자로 알게 되는 건 눈을 떠보니 아침이 온 것만큼 허무했다. 지칠 줄 모르고 뿜어져 나오는 더위가 징그러운 날씨 때문인지 달력에 적혀있는 숫자 8이 녹아내려 9로 바뀌어 가고 있다.


8월도 녹아내렸다. 또다시 한 주가 흘렀고 도망치듯 빠져나온 그곳을 음악이 여전히 채워주고 있다.



더욱더 어둡게, 보름달마저 검게


6lack - Nonchalant


가로등 불빛이 정갈하게 길을 비춰주고 비틀거리는 발걸음은 빨간색 신호등 앞에서 멈추어 섰다. 모든 것이 어두워지고 나조차도 어두워지고 싶을 때 자주 듣는 노래다. 6lack의 담담하고도 묵직한 목소리가 흰 와이셔츠에 튀긴 잉크처럼 머릿속에 번지고 하늘에 떠있는 달은 두터운 구름에 가려져 그 모습을 감추었다. 보다 더 검어지고 싶다면, 어둠과 하나가 되고 싶다면 이 노래를 추천한다.



한강에 가고 싶다. 이 노래를 들으면


ADOY - Young

ADOY의 Young은 제목과 앨범 아트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가사처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자전거를 타고 다리 위를 건너가는 느낌이 들었다. 한강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고 싶어 지는 노래다. 꿈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만약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은 꿈이다.



너의 파도에 휩쓸리는 중


바이 바이 배드맨(Bye Bye Badman) - 너의 파도


너의 파도 속을 헤매듯
숨을 쉴 수가 없어
서로 닿을 듯한 거리여도
아직 말할 순 없어
너에게만은 들킬 수 없는 내 맘


가사가 두 눈에 넘실거렸다. 가사 내용이 자칫 진부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진부함의 다른 말은 순수함이라 믿기에 참으로 좋았다. 넘실거리는 그 사람에게 휩쓸려버려 결국 숨을 쉴 수 없게 되어버린, 결국 말하지 못한 말을 남긴 채 그 사람의 파도 속을 헤매기만 하는 답답함과 속상함이 묻어난다. '널 볼 수 없어 난 미칠 것 같아 난'이라는 가사가 하얀 거품을 일으키면 밀려들어온다.



귀로 마시는 탄산, 우리 멋있어지자


GIRIBOY, Kid Milli, NO:EL, Swings - flex


청량한 비트와 반갑게 들려오는 'G R Boy'가 어우러지며 시작하는 노래는 더위에 축 늘어진 몸을 들썩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진정한 힙스터란 여름엔 덥게 겨울엔 춥게 입는 것이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며 질투와 시샘을 받으면서 멋있어지자는 가사는 담백한 허세로 느껴진다. 누가 봐도 여름을 겨냥해서 만든 곡이어서 뻔할 것 같았지만 기리 보이의 중독적인 맬로디가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다 시원하게 터지는 탄산과도 같은 노래이다. 한마디로 시원하다.



진토닉은 싫어하지만


영비 (Young B) - Gin tonic (Feat. 210, Kid Milli)


진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테킬라와 버번위스키를 가장 좋아한다. 애초 섞어 먹는 거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나의 취향은 생각보다 확고하다. 가사 내용도 가볍고 단순하지만 이러한 단순함 때문에 자주 들었다. 영비는 항상 논란의 인물이지만 그래도 그의 랩은 정말 '찰지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독보적인 것만은 확실하다.



한동안 반포 한강공원이 생각날 것 같다


MØ , Diplo - Sun In Our Eyes


최근에 한강을 갔었다. 항상 뚝섬 유원지만 갔지만 이번에는 큰 맘먹고 반포 한강 공원으로 갔다. 돗자리를 펴고 스피커를 켜고 이 노래를 바로 틀었다. 노을을 지는 하늘과 유유히 흐르는 한강이 노래와 어우러지니 하나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맥주의 풍미를 더해주었고 치즈를 듬뿍 찍어서 먹은 나초의 맛은 환상적이었다. 그때의 기분을 표현하자면 말 그대로 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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