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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잎 Mar 16. 2019

[영화] 로건을 바라보는 사뭇 다른 시선

울버린은 로건이 되면서 향기를 품었다.

영화 로건

영화 '로건'은 '울버린'이라는 마블 히어로의 마침표라 할 수 있는 영화이다. 로건은 해외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아래의 글에는 영화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1. 꽃은 시들기 때문에 향기가 있다.


성묘를 갔을 때 무척이나 신선하고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삶과 죽음이 시각화되어 뇌리에 꽂힌 기억이다.


추운 겨울, 매서운 찬 바람에 메말라버린 고요함을 머금고 있는 묘지들 앞에 너무나도 강렬한 색을 뿜어내''들이 꽂혀 있었다. 말라비틀어진 풀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꼿꼿하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무덤 앞에 꽂혀있던 꽃들은 '조화'들이 대부분이었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드라큘라와도 같은 섬뜩함을 머금고 있는 조화는 향기 대신 서늘한 바람을 풍겼다.

울버린은 천하무적이었다. 가히 불로불사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상처를 입어도 미친듯한 치유 능력으로 회복을 하는 울버린에게 세월의 풍파는 콧바람 정도였다. 마치 '울버린'은 죽음만이 남아있는 무덤 앞에 꽂혀있는 '새빨간 조화'와 같다.


하지만 영원할 줄 알았던 '울버린'은 늙어서 '로건'이 되었다. 과거의 영광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초능력은 점점 약해지고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 정도로 쇠약해져 갔다. 히어로였던 '울버린'은 인간 '로건'이 되었고 기존의 '울버린'이 아닌 '로건'이 영화 제목인 이유도 히어로인 '울버린'이 아닌 인간 '로건'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2. 인간은 누군가를 지킬 때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된다.


히어로 영화들의 스케일은 가히 엄청나다. 그들은 한 공동체를 넘어서 지구 전체를 지켜내기 때문이다. 히어로 영화를 보면 지구의 운명은 히어로들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울버린 또한 이런 히어로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영화 '로건'에서의 울버린은 위기에 닥친 인류가 아닌 자신을 똑 닮은 한 아이를 지킨다.

초반에는 자신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탄생한 로라를 로건은 부정했다. 과거의 자기 자신과 똑 닮은 여자 아이를 감당하기에 로건은 너무나도 쇠약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은 지키지 못하는 희생을 통해 로라를 지켜낸다.


'로건'이기전 '울버린'은 외로운 늑대였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울버린은 인간이 아닌 돌연변이 히어로였다. 울버린에게 인간미를 발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로 보일 정도로 울버린은 항상 강했고, 냉정했고, 외로웠다.


이러한 울버린에게서 부성애를 발견할 수 있게 한 영화가 바로 '로건'이다. 인류가 아닌 자신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탄생한 로라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건의 모습은 과거의 울버린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오직 단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로건은 과거에 보이지 못한 '부성애'란 향기를 내뿜었기 때문이다.


3. 히어로였던 '울버린'은 인간 '로건'이 되었고, 향기를 품었다.


영화 로건에 관해서 할 말은 매우 많다. 울버린 시리즈와 울버린이라는 캐릭터 자체의 마지막이라는 것만 해도 엄청난 상징과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이외에도 서부극을 차용한 점과 세대교체를 훌륭하게 이뤄낸 점 등 흥미로운 소재도 많이 있다.



하지만 나는 로건의 전반적인 스토리나 영화적인 장치들에 대해서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묵직한 울림으로 마음을 진동시키는 '로건'이라는 존재가 내뿜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향기가 나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드라큘라와 같은 뮤턴트가 아닌 평범하지만 살짝 비범한(?) 인간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인 로건은 비록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가 남긴 향기는 영원히 로라와 나의 가슴속에 배어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oksPVsmkS7LIybNqn0qq2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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