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을 바라본 비밀스러운 시선

비밀은 알려져야 진정한 비밀이다.

by 하잎
movie_image (29).jpg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포스터


- 이 영화는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한 시사회로 관람을 하였습니다.


-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으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1.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정확히는 이레네가 납치가 된 후부터 나의 머릿속을 가득히 채웠던 질문이었다. 가족의 구성원 중 한 명인 이레네가 납치되었을 때 이레네의 가족은 힘을 합쳐서 이레네를 구해낼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서로 의심을 하거나, 과거의 치부를 들먹이며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위기 앞에서 가족의 본모습이 무심결에 튀어나온 것이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 중 가장 작은 공동체이면서 혈연이라는 어마 무시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가지는 의미는 어마 무시하다. 가족의 정의부터 범위까지 명확한 것은 없으며 대부분 상황에 따라 변하게 된다. 안갯속에 묻혀 희미하게 보이는 개념 같지만 반대로 아무에게나 물어보아도 바로 대답이 나올 정도로 명확한, 참으로 아이러니한 공동체가 바로 가족이다.


movie_image (25).jpg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스틸컷


가족이라는 집단이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는 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범인 은닉죄는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나 특정 상황으로 인해 잠시 해금된 자가 도주하거나 그러한 도주를 도와줌으로써 성립하는 죄로 형법 제145~151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범인 은닉죄는 친족 간에는 예외로 적용이 된다고 한다. 행위자가 범인과 친족이거나 동거하는 가족 관계에 있어서 이러한 친족이 범인을 은닉·도피시키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부모가 범인인 아들을 숨겨주는 경우, 그 부모를 범인 은닉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movie_image.jpg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스틸컷


여기서 친족의 정의와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바로 앞서 말한 '혈연'이다. 가족의 기본을 '피'가 섞였냐 안 섞였냐로 판단을 한다. 사전적으로도 가족은 '혈연·인연·입양으로 연결된 일정 범위의 사람들(친족원)로 구성된 집단'에서 알 수 있듯이 피가 섞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친족이 성립이 된다. 따라서 파코는 직접 키우지도 않았던 이레네를 친딸로 여겼고 이레네가 안전하게 돌아오는 과정에서 가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2. 과연 비밀이란 무엇인가?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에서 나오는 비밀은 크게 총 2가지이다. 바로 이레네의 출생에 관한 비밀과 이레네를 납치한 범인에 관한 비밀이다. 이 중에서 명확하게 밝혀진 비밀은 이레네의 출생에 관한 비밀이고 이레네를 납치한 범인에 관한 비밀은 관객들은 알지만 당사자를 제외한 가족들 중에 확실하게 아는 인물은 없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열린 결말로 끝났지만 추측하건대 범인에 관한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movie_image (27).jpg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스틸컷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바로 청소부들이 물로 거리와 동상을 청소하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 중 범인임을 들킨 부분은 바로 신발에 묻은 진흙들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물로 거리를 시원하게 청소하는 장면이었고 비밀에 관해 언급이 되는 찰나와 오버랩되면서 화면이 하얘지면서 마무리되는 것을 통해 결국 물로 깨끗이 신발에 묻은 진흙을 제거해 버렸다는 의미로 보인다.


비밀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비밀이라고 생각을 한다. 한 사람 이상이 공유를 해야만 비밀로서의 특징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밀을 공유함으로 우리는 더욱 강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비밀은 나눌수록 역설적이게 더욱 진정한 비밀이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영원한 비밀은 없으며 공유되지 않은 비밀은 비밀이 아닌 그저 자기 자신만 알고 있는 어떠한 사실 그 이상 그 이하고 아니라고 생각한다.


movie_image (26).jpg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스틸컷


이러한 특성 때문에 비밀은 더욱 매력적이다. 영화 제목처럼 누구나 아는 비밀이란 역설적인 제목이 새롭지 않은 이유도 그중 하나 일 것이다. 공공연한 비밀이란 말이 심심찮게 쓰이고 영화의 원 제목이 'Everyone knows'인 것만 봐도 비밀은 공유되기 때문에 비밀이라는 역설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3. 비밀의 본질을 멋스럽게 풀어낸 영화


누구에게는 뻔한 치정극으로 점철된 영화였을 수도 있다. 충분히 동의한다. 대한민국 막장 드라마 관점에서는 사골을 우려낸 수준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치정극을 풀어나가는 과정에 '예술'을 첨가했다고 생각한다.


movie_image (28).jpg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스틸컷

파코의 머릿속을 가득 매웠던 고뇌가 라우러와 알레한드로가 숨겨왔던 비밀을 일방적으로 파코와 공유함으로써 비밀로서의 힘이 발휘되어 결국 파코는 문제의 해결법을 찾게 된다. 어떻게 보면 용기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파코가 영화 마지막에 희미하게 웃는 미소가 이를 말해준다. 단순한 치정극의 폭탄인 비밀을 멋스럽게 풀어놓은 영화였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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