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베르테르 효과
유명 배우 이씨가 오늘 죽었다.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고 한동안 멍했다. 좋아했던 배우라 더 허망했다.
사람 죽었다는 소식을 누가 좋아하겠냐만은, 유명인의 자살 소식을 들으면 유독 마음이 좋지 않다. 어떤 사람이 ‘자살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혼자서 괴로워하는 지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집요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몇 초마다 굳이 실행에 옮기려는 나 자신을 말리기 위해 머리가 터질 듯한 고뇌를 겪어야하는 것도. 그 모든 과정을 너무 잘 알아서 감정이입이 빨리, 과하게 된다. 사건이 터지고 며칠은 헛헛하고 괴롭다.
녹색창의 검색 순위가 남아있던 시절, 1위에 유명 연예인 이름이 올라 있으면 가슴이 쿵쾅거렸다. 혹시나 나쁜 소식일까 검색해보고 아니라는 걸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곤 했다.
베르테르 효과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유명한 사람의 죽음, 특히 자살에 관한 소식에 심리적으로 동조하여 이를 모방한 자살 시도가 잇따르는 사회 현상을 말한다. 이씨가 죽었다고 해서 내가 자살 시도를 하진 않지만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잘 알겠다. 개인적으로 괴로운 상황에서, 나처럼 감정이입이 잘 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자살 충동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 와중에 자살 보도 윤리 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언론을 보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난다.
그의 과오를 떠나 지난 업적과 앞으로의 가능성이 너무 아쉽고, 거침없는 스포트라이트와 군중 앞에 덜렁 남겨진 가족이 안쓰럽다. 실수를 용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이 사회가 숨막힌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