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저는 멈춰 있는 것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는 어딘가 단단히 고장 난 하루처럼 느껴졌고, 가만히 고여 있는 시간은 곧 남들에게 뒤처지는 시간 같아 늘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무언가를 만들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내일을 향해 한 발짝이라도 더 내디뎌야만 겨우 안심이 되었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만이 이 험난한 일상에서 저를 지켜주는 유일한 방식이라 굳게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나를 지키려던 그 방식은, 때론 저를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 치열함이 분명 도움이 된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수많은 것을 시도하게 이끌었고, 주저앉고 싶은 시간들을 억지로라도 버티게 해 주었죠.
하지만 그 대가로 저는 늘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한 채 살아야 했습니다. 눈을 감고 쉬어도 진짜 쉬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무언가를 이뤄내도 결코 충분하다 느끼지 못했으며, 시선은 항상 '그다음'을 향해 쫓기듯 가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달리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진 제 모습이 문득 낯설고 서글퍼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저에게 다정한 안부를 건네보기로 했습니다.
요즘 저는 억지로 발걸음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여도 충분히 괜찮다." "아무것도 피워내지 못한 게 아니라, 그저 조용히 뿌리를 내리며 준비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네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다정한 위로가 아직 완벽하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서는 *‘지금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라는 예전의 불안한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오곤 하니까요.
그럴 때면 저는 한숨을 깊게 내쉬고, 다시 한번 천천히 되뇝니다. "그래도, 정말 괜찮다."
멈춤이 결코 실패는 아니라는 것.
가만히 서 있는 시간이 남들보다 뒤처지는 후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저는 이제야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당장 손에 쥐어지는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남들처럼 요란하게 하루를 채우지 않고 조용히 흘려보내더라도, 그 시간 역시 내 삶의 의미 있는 한 조각임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저에게 건네는 이 말들은 결코 거창한 해답이 아닙니다. 그저 예전보다 나를 조금 덜 매섭게 몰아붙이고, 가슴 깊은 곳까지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는 작은 주문일 뿐입니다.
[마치며]
돌이켜보면, 세상이 저를 등 떠밀며 재촉했던 날들보다 제가 제 자신을 향해 가혹하게 채찍질했던 날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기꺼이 그 속도를 늦춰보려 합니다. 숨이 턱 막힐 때까지 멈추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원할 때 언제든 편안하게 걸음을 멈출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요즘의 저는, 그런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한 '멈춤의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