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멈추지 못하게 만든 그 한마디

움직여야만 증명되는 삶에 대하여

by yoha

어떤 말은 그 자리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듣고 나서 한참이 지나도
어디선가 계속 재생됩니다.
​제게도 그런 말이 있었습니다.
​“지금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나쁜 의도로 들은 건 아니었습니다.
걱정이었을지도, 격려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문장은 가시처럼 오래 남았습니다.
​멈춰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감각
​그 말을 들은 뒤부터
가만히 있는 시간이 어색해졌습니다.
​휴일에도, 잠깐 쉬는 순간에도
문득 멈춰 있으면
‘지금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라는 문장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데,
그 말이 제 안에서 저를 대신해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노력의 형태, 혹은 강박
​저는 그 문장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습니다.
어쩌면 그 덕분에 많은 것을 시도했고,
포기하지 않고 버텼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은 격려가 아니라 ‘조건’처럼 느껴졌습니다.
​움직이고 있을 때만 괜찮은 사람,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때만 증명되는 사람.
​그 가혹한 기준이
제 안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듣는 중
​최근에는 그 문장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지금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대신
“지금은 멈춰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아직 완전히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멈추면 불안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는 낯섭니다.
​하지만 그 말 하나가
내 삶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마치며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 말은 분명히 힘이 있습니다.
다만 그 말이 우리를 계속 달리게만 하는 건 아닌지,
잠깐 멈출 자유까지 빼앗고 있지는 않은지
가끔은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지만,
이제는 멈출 수 있는 사람으로도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