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면 더 불안했습니다.
아무 일정도 없고,
아무도 저를 찾지 않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몸은 분명히 쉬고 있는데
머리는 계속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간에 뭐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보내면 또 뒤처지는 건 아닐까.’
쉬는 날이 제일 바빴다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정리해야 할 계획,
앞으로 해야 할 일들.
막상 실행할 에너지는 없으면서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만 쌓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가면
이상하게도 ‘쉰 날’이 아니라
**‘망친 날’**처럼 느껴졌습니다.
노력할 힘은 없는데, 멈추면 불안한 상태
더 아이러니했던 건
정작 열심히 할 에너지는 없었다는 점입니다.
몸은 무겁고,
의욕도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으면
어딘가 잘못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세상은 계속 앞으로 가고 있는데
저만 멈춰 있는 것 같은 감각.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는데
스스로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었습니다.
통제의 또 다른 얼굴
돌이켜보면
그 감정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결과를 통제할 수 없을 때
제가 붙잡은 건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점점
‘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고 있어야 안심이 되고,
계획을 세우고 있어야 덜 불안하고,
생산적인 하루여야
비로소 존재가 설명되는 느낌.
그건 성장이라기보다
통제의 또 다른 형태에 가까웠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감각
최근에야 조금씩 배우는 중입니다.
아무것도 만들지 않은 하루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쉬는 시간이
나를 뒤로 밀어내지 않는다는 것.
세상이 계속 움직여도
제가 멈춰 있다고 해서
곧바로 도태되는 건 아니라는 것.
아직 완전히 편해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쉬고 있으면서 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변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