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6부

by 박환희

6부

나는 어느틈에 더 유명한 인사가 되어 있었다. 친구의 아내를 봉사활동을 하다가 발견했고 길가는 노숙자 또한 구했다는 기사가 언론을 타고 시끄러워 웠다. 내가. 그 자리에서 토하고 기절한 사실은 어느새 '인간미 있는 의사 별명을 만들어 냈고 언론을 본 사람들과 나에게 상담을 받은 환자들은 하나같이 나의 인격을 찬양했고 나를 어느 정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었다.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 열심히 웃으면서 부지런히 '부'와 '명예'와 '권력'이라는 아주 달콤한 것들을 음미하며 취하고 더 많은 것을 탐닉하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였다. 그러다 오랜만에 병원에서 상담을 가졌다. 환자의 인적사항 같은건 예전처럼 훓터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상담실 안에서 환자를 기다리는데 민철이가 들어왔다. 민철이에 표정은 굳어 있었다. 나는 애써 밝은척을 하며 내가 죽인 자의 남편을 맞이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태연하게 제수씨 때문에 무너져 버린 민철이의 상태를 물었다

"민철아 요즘 어떻게 지내냐 많이 힘들지" 민철이는 아무 말 없이 안에 사람이 살아있는지 의식은 도대체가 활동을 하는지 의구심이 들정도로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표정이 맹했다.

"민철아 괜찮아? 많이 힘들지 제수씨 그렇게 되고... 미안하다... 바빠서 장례식장도 못 갔다.. 다훈이랑 다희는 잘 지내고?"?"

"라니야 할 말이 있다" 민철이는 난생처음 보는듯한 표정과 말투로 근엄함 비슷하게 말을 했다.. 나는 이게 미쳤나 하는 생각에 불쾌감이 올라왔지만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나는 그러한 생각을 표정과 말에 섞지 않고 부드럽게 이 상황을 풀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 무슨 말 뭐든지 말해 "

"나 돈 좀 주라"

역시 빈대 같은 새끼 지금 지 마누라도 없는데 돈돈 거리고 있네. 아휴 너나 죽인 니 마누라나 끼리끼리 잘 만났다. 나는 속으로 내 앞에 있는 성찰이라고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못해돈 빈대 같은 인간과 그의 죽은 아내 즉 내가 죽인 여자를 죽였다는 죄책감이 어느 정도는 무마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그래 맞아 이런 수준 낮은 사람 세상에 없다고 어떻게 되는 게 전혀 아니지. 오히려 내가 잘했을 수도 있어. 그건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득이 되는 거야.. 괜히 죄책감을 느꼈네'

나는 살인 후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단 하루도 악몽을 꾸지 않았던 적이 없었고 그 여우 같은 여자가 피를 흘리며 나에게 욕지거리를 꿈 때문에 잠을 설쳤었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심적고통으로 하루하루를 숨차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감정을 떨치려고 숱하게 노력했지만 잘 안 됐다.. 그럴수록 도파민을 자극하는 술, 마약, 섹스에 나의 하루를 통째로 내 맡겼다.. 그래야만 이 심적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한 더러운 방편들은 나에게 하나의 도피성과도 같았다.

"그건 힘들겠다. 민철아. 나도 요즘 상황이 안 좋아서 그건 힘들겠어"그렇게 미안함을 연기하며 거절했다. 그때 갑자기 민철이가 일어섰다! 그리고 창문 쪽으로 향했다. 나는 당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황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자 갑자기 민철이는 창문을 열더니 몸을 창밖으로 던졌다. 여기는 강남에 있는 14층짜리 건물이다. 간신히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그는 간신히 내 손을 잡고 난간에 매달린 채 이해 할 수 없는 말을 했다."라니야 넌 언제나 내게 좋은 친구야 고마워. 나 같은 놈이랑 친구 해줘서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아내를 잊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고 해줘라 알겠지 라니야. 그리고 우리 불쌍한 다훈 다희 부탁해 다시 한번 고마워 둘도 없는 내 친구야". 나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렇게. 내 친구는 곧바로 그의 아내를 따라 세상을 등졌다. 사실 내가 죽인 것과 진배없다.. 다시한번 언론은 떠들석 해졌다

나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순수한 성미을 가졌고 착하디 착한 집안의 가장이자 아내를 잃고 시름시름 앓고 있는 민철이를 '조현병 말기환자'로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나의 잔인한 결정은 어떤 긍정적인 결과로 내게 돌아오진 않았다 사람들은 정신과 상담을 받다가 환자가 뛰어내렸다는 것에 정신과 의사로서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또 당연지사 돈과 명예를 벌면 그에 상응하는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나의 삶의 철학을 질투의 눈먼 사람들 때문에 언론과 sns에서는 나를 '탐욕에 눈먼 의사', '사치스러운',' 여성 편력',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환자들을 진심으로 상담할 수 있었을까?', 같은 말 같지도 않은 기사들을 난발하며 나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다. 그래서. 나는 죽을 계획이다. 뭐 이렇게 쉽게 포기하냐고? 도저희 솟아날 구멍이 보이질 않는다.

친구와. 제수씨를 따라 세상을 등질 생각이다.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어느 순간부터 방송 관계자들에게 더 이상 연락이 없다. 예전에는 어떻게는 데려가려고 안달이 더만 역시 사람은 천국에서 지옥으로 한순가에 떨어지나 보다.. 참고로 날개는 내가 꺾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우선. 죽은 친구에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억울한.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지나간 일을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온통 뉴스에서 나에 대한 비판과 나의 사치와 방탕한 생활을 방송에 까발리는 영상만 내놓고 있고 댓글은 나의 부모에 대한 욕과(해봐라 생전 만나보지 못한 부모를 욕한다고 내가 꿈쩍할 것 같냐?) 내 생존에 대한 저주로 가득하다.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난 죽어야겠다. 그렇다고 손목을 끊을 자신을 없다. 의사도 칼에 배이면 아프다. 사람들에 말에 상처도 받는다. 뭐 사람 사는 것 똑같은 거다.. 의사라고 해서 다른 차원을 사는 사람이 아니다. 결국 관계 속에서 치고받고 사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보다 마음을 조금 더 깊이 연구하고 나름의 방법을 알기에 그걸 알리는 사람일 뿐인 거다. 뜬금없는 소리를 하자면 누군가 사람의 행복은 관계 속에 있다고 한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그사람에게 '좋은 인생을 무엇이냐?' 라고 질문했을 때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대략 ''좋은 관계는 좋은 인생을 만든다'라고 답했다. 즉 행복은 관계 안에 있다.. 사람은 살기 위해서 옷이 필요하다.음식이필요하다.운동도필요하다. 돈도필요하다. 또한 꿈과 목적도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에겐 '서로'가 필요하다. 때론 간절히 때론 무덤덤한 척 혼자가 편한 척 하지만 누구보다 단 한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고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게 인간 아닌가?

한편 또 인간에겐 가장 두려운게 바로 '서로'다. 관계 속에서 오는 상처,따돌림 에서 오는모멸,지독한 외로움, 비교로 인한 비참함, 넘어지는 교만함, 나의 친구 나의 동료 나의 가족이 잘될 때 자기 안에 무엇인가 죽어가는 듯한 인가의 본성에서 나오는 가래침 같은 질투 등

그래서 관계란 참으로 양면적이다. 나는 그 단점의 극한에 와있다. 내겐 아무도 없다. 가족도,친구도...

약혼녀 지현 씨와 준수와 고아원 원장님에게는 미안한 마음에 연락도 피하고 있고 집으로 찾아와도 집에 없는 척 쥐 죽은 듯이 있다. 그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다훈 다희에게도... 또 리나 씨에게도

내 재산과 명성을 보고 접근해 오던 온전히 쾌락만을 위해 이용했던 여자들은 당연히 예상하다시피 문자하나 없다.. 그렇다고 그런 여자들에게 하소연할 만큼 내 자존심은 바닥이 아니다.

자질구레한 말을 들여놔 봤자 뭐 하겠는가 나는 이제 죽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우선 비와 바람이 미친 듯이 부는 날 한강을 간다. 마침 여름이다. 참으로 다행이다. 한반도로 정면으로 오는 태풍이 두 개나 있다. 하늘이 나에 죽음에 따뜻한 손길을 내민 것만 같다. 제기랄. 그다음 단계는 내 개인보트를 타고 미리준비해 놓은 기름들을 보트에 태운 다음 브레이크를 뺀다. 그다음 보트바닥에 누워 비와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쳐다보면서 보트가 전복돼서 익사하는 계획이다.플랜 B는 익사가 안된다면 굶어 죽는 거다. 낭만 있는. 죽음이다. 그렇지 않은가? 유치하다면 유치하지만 인생은 원래 코미디 다. 나의 탄생을 봐라 탄생이 우스우면 죽음도 우스워야 수미상관이 맞다. 그렇지 않나? 누구나 필연적인 죽음 앞에 서는 날이 온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과 죽음은 무관한 것 처럼살지만 어차피 인간에게 죽음이란 필연적인 거다.. 파스칼은 내기를 건다.. 신이 있냐 없냐 나는 모르겠다. 지금 모든 것을 잃어서 죽을 거라고 그게 지친 내 마음이 젖 먹던 힘까지 짜 내서 할 수 있는 생각에 최대치라고...

우선 돈은 많다.. 유서에 고아원에 재산의 많은 부분을 기부하기로 했다. 그리고 남은 돈은 지현 씨와 민철이와 나은씨(제수씨)의 아이들인 우리 다훈, 다희, 앞으로도 재산을 일부 남겼다. 너무 많은 돈을 남기면 지금의 나처럼 될까 봐......

부모 없는 삶이 얼마나 외롭고 서글프로 어른이 되었을 때 마음이 공허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부모를 죽여놓고 이런 말이 나오는 내가 싫지만 사죄에 마음으로 일정량의 돈과 나의 죽음을 선택했다. 이 죽음이 그 가여운 다훈, 다희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하는 삼촌의 바람이다. 조금 있으면 사람들은 내가 실종된 사실을 알아낼 것이다.. 그게 나를 질투하는 돈 없고 시궁창 인생을 사는 짐승들이던 생계와 승진을 위한 보도전쟁을 하는 기자건, 어떻게든 무너져버린 내 마음을 이용해서 몇 푼이라도 얻어내려는 골빈여자들 이건 아니면 나 같은 짐승을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며 살아갈 생각에 들뜬 가여운 여인인 지현씨건 아니면 나를 바로잡아줄 몽학선생이 되어서 이끌어주길 간절히 원했던 나의 어른 준수이건 간에 나는 결국 방송을 탈께 뻔하다

비가 오고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한다.. 우선 며칠 전에 사둔 기름은 트렁크에 있다. 3통을 준비했다. 2통만 준비하려다가 그래도 죽는 시간을 몇십 분 줄인다고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 정도의 여유는 나에게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이 되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길거리에 음식점들이 눈에 띄었다. 배가 고팠다. 참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아니 죽으러 가는 와중에 배가 고픈 게 말이 되나? 말이된다. 밥을 어제저녁부터 먹지 못했다. 죽을 땐 죽더라도 밥 한 끼 정도는 괜찮 다며 나에게 허락해 줬다. 비싼 코스요리나 오마카세 한우 같은 게 아니라 국밥이 당겼다.. 우선 식당 근처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서울사람답게 순대국밥은 먹지 않았다. 돼지국밥이다 우선 식당에 들어갔다. 나의 36살 인생 마지막 방문하는 식당이다. 식당은 오래된 분위기가 느껴졌고 분명히 유명 맛집 리스트에 올라갈 법한 느낌의 국밥집이었다. 너무 맛있어 먹다가 갑자기 서러움에 눈물이 났다. 눈물이 국밥에 떨어졌지만 창피함에 고개를 들 수 없어 눈물이 첨가된 국밥을 흐느끼며 게걸스럽게 먹었다. 국밥 간이 조금 싱겁던 차에 새우젓을 넣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다행이다. 아주 진한 사골 같은 눈물이 간을 잘 맞춰 줬다.

보는 사람도 없었지만 얼굴이 시뻘게졌다.. 심리학적 지식으로 이유들을 나열해 봤지만 지금에 감정은 헛헛함과 창피함이었다. 지금까지 고생했지만 이렇게 생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헛헛함과 식당에서 나이가 들었지만 노동에 가치를 알고 진득하게 한자리에서 장사하는 노인들에 모습을 보고 젊다면 젊은 나이에 인생을 포기하는 나 자신에 대한 창피함.그런 감정 들이 밀려왔다.그렇게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왔다.

그러다가 문득 쌩뚱맞게 그런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심으로 상담했고 호전됐던 환자들은.더 지독한 인생을 살았다고. 그런데 내가 그들에게 했던 모든 심리적 기술과 설득과 공감이 거짓된 것이었을까? 막상 당사자는 사람들의 비난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데 그 상담이 진심이었을까?나는 정말 사람들의 비난때문에 죽음을 선택한걸까? 아니면 내가 의식하지 못한 또다른 이유가 있는것일까? 그 공감 어린 표정과 그들의 호흡에 맞춰 들숨날숨에 주의했던 나의 노력과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고 귀 기울였던 행동들이 모두 가식이었을까? 갑자기? 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담배를 7개 피를 그 자리에서 다 피웠다. 바람 때문에 눈앞에서 파지들이 날라 다녔다. 드디어 서서히 태풍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나 보다. 그리고. 그 날아간 파지를 꼽추처럼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줍기 위해 앞을 보지 못하고 땅만 보며 달려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죽기 전에 좀 더 편안함 마음으로 죽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날아간 파지를 대신해서 주워준 후 지갑에서 5만원권지페 10장을 꺼내드렸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데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는 내가 이런 종이쪼가리 돈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계 부호들만큼의 돈은 없지만 평생 사치 부리며 살 정도로 돈은 넉넉했다. 그때 . 할머니가 굽은 등으로 허리를 바닥까지 숙이며 소소하고 또한 친근한 말투를 하며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내 손에 쥐어 줬다. 눈깔사탕2개 . 잘 먹겠다고 인사를 한 후 나는 눈에서 눈물을 훔친 채 자리를 재빨리 자리를 떠 차를 몰고 한강으로 갔다. 사람은 역시 없었다. 며칠 전에 사람들이 모르는 선착장에 보트를 몰래 정박해 뒀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접근 금지 판이 세워져 있었고 투명색 건물 안에 경비원과 해양경찰 몇 명이 보였다. 나는 우선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후 기름통을 들고 정박해 둔 보트 쪽으로 은 엄폐를 해가면서 간신히 도착했다. 보트 위에 기름통을 태웠다. 바람은 더욱 거셌다.. 이젠 파지가 아니라 나무와 의자가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비도 이슬비에서 장대비로 바뀌어 있었다. 이때다! 죽기 딱.이때다 좋은 날씨.. 보트를 타고 시동을 걸었다. 보트는 앞으로 나아갔다.. 계획처럼 브레이크를 빼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보트에 누웠다. 어디로 갈지 모른다. 적어도 육지와 부딪히진 않겠지. 전복되든 아니면 굶어 죽는 어떻게든 될 거다.. 한강에 배 한 척이 없다. 태풍이여 감사하다... .나는 갑자기 하늘에 대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했다. 속이 시원하지가 않았다.. 더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됐다. 인간실존에 대한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예를 들어 나는 어디서 왔고, 왜 살며, 어디로 가는가 하는 뭐 이런 질문들. 살아생전 문득 생각날 때가 있지만 머리에 쥐가 나서 멈췄던 생각들이 죽음에 문턱 앞에 서니 불현듯 생각났다.. 얼굴에 비가 떨어지고 보트에 비가 부딪히는 소리와 강물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를 더 깊은 생각 속으로 침잠시켰다.. 그러다 갑자기 배가 뒤집히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내 머릿속으로 들이닥쳤다. 지난날을. 회상하고 싶었다. 누군가와. 술잔을 나누며 회포를 풀고 싶지만 알다시피 나는 보트 위에 홀로 있다.. 그리고 다시 육지땅을 밟는다고 하더라도 세상 속에서 나는 홀로다. 아니 나는 평생 홀로였던 것 같다. 혼자 와서 혼자 죽는 인생 그게 인생이지 라며 스스로를 애써 타일렀다. 좋았던 기억들을 되짚어보고 싶었고 후회하는 것들을 뉘우치고 싶었고 너무 밉지만 죽은 아버지와 꼴 보기 싫은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두려웠다. 죽는다는 사실이..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는 호흡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허무함이 비처럼 온몸과 마음을 적셨다. 죽으면 끝일까? 아니면 종교에서 말하듯이 천국과 지옥이 있을까? 하지만 지금탄 보트를 돌릴 수 없다. 배수의 진을 쳐서 퇴로를 막아버렸다. 브레이크는 강물에 이미 강물에 내던졌다. 그리고 만약 정말 미친 소리지만 만약에 강물에 신령이 나타다 금도끼, 은도끼, 하듯이 보트의 브레이크를 건져 주며 당신의 브레이크냐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육지에서. 내 삶은 죽은 삶이나 마찬가지라서 누군가에 눈을 제대로 마주칠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보트가. 미친 듯이 흔들린다. 아마 내 예상에는 보트가 흔들려 물에 빠져 죽을 확률이 가장 큰 것 같다. 아 죽는구나... 그래도 죽더라고 내가 지금 죽는 장소가 어던지는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눈을 뜨고 일어나 앞을 보려는데 눈앞에 집채만 한 파도가 오고 있다.. 아 끝이다. 난 죽는다. 살고싶다.....눈을 떴다. 살아남았다. 꿈인가? 아니다. 나는 살아있다. 내가 타고 온 보트는 안 보인다.. 어디지?

나는 당황해서 주변을 살폈다. 바닥은 모래고 눈앞에는 숲이 있다.. 뒤를 돌아보면 끝없는 바다가 펼쳐져있다."무인도 무인도. 설마 무인도는 아닐 거야"" 나는 혼잣말을 하며 현실을 부정하면서 혹시 인기척이라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주변 살폈지만 무인도라는 확신이 굳어졌다. 이곳은. 무인도다

그렇다 나는 지금 무인도에 있다. 죽기위해 우스운 짓을 하며 그 고생을 했는데 무인도에서 '살아남아' 버렸다. 영화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캐스트어웨이' 그러면 나는 톰행크스다. 정말 미치겠고 돌아버리겠는 사실은 지금 당장 배가 너무 고프다는 사실이다. 주머니를 뒤졌다. 먹을게 있을 리가 없다. 영화를 보면 고객이 주문한 택배를 싣고 가는 비행기가 기상 악화로 바다로 추락해 비행기에 실려있는 물품들이 톰행크스가 표류해 있는 무인도에 밀려온다. 바다와 모래가 만나는 지점들을 눈으로 훓어 보고 주변을 돌아보니 저 멀리 먼가 쌓여 있는 거 같다. 우선. 알 수 없는 미지의 그것들 쪽으로 발을 옮겼다. 여러 가지 잡동사니가 있었다. 코팅을. 얼마나 잘해놨으면 물기하나 없는 나무의자와 그리고 통조림들이 조금씩 보였다. 여기서 우스은 사실은 나는 이 상황에 대해 깊은 의문과 말도 안되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는 시간을 갖는 대신 우선 인간의 원초적인 배고픔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통조림 까먹었다는 사실이다. 유통기한이.유통기한이 5년은 더남았다. 나는 "얼마나 방부재를 처넣었으면 유통기한이 이렇게나 길어"라는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허겁지겁 통조림 두 캔을 순 식 같아 해치웠다. 그렇게 배가 어느정도 차자 나는 무인도에 있는 쓰레기들을 쇼핑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지금 이런 내가 놀랐다. 무인도에 도착했는데 이현실을 이렇게 까지 쉽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의아해 절로 헛웃음이 나왔지만 본능적으로 이 상황에서 적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어느정도 물품들을 챙겨 무인도 안쪽으로 들고 왔다.

이제 나의 숙면을 위한 공간과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우선 바다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안쪽이어야 하고 그렇다고 숲 속으로 너무 들어가면 알 수 없는 동물들의 공격을 받을 수가 있기 때문에 숲 속과도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야 한다.. 내가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고 나름 독서에 일가견이 있지만 이런 무인도에 동물이 살았었나? 잘 모르겠다. 바위와 나무들 때문에 햇빛이 가려지고 햇빛 강렬한 대낮에 그늘진 곳이 좋을 것 같다. 어느정도 아늑한 곳.. 우선 편안한 숙면을 위해 모래 들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머리속으로 계획을 세웠다. 집 수리를 한 후 좀 전에 수거해 온 물품들 중에 먹을 것과 사냥도구(동물이 있다는전제)와 생필품을 나누고 본래의 용도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물품들을 더 모아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예를 들어서. 쇠젓가락을 날카롭게 갈아 나무에 끼어 작살을 만든다거나 돋보기를 사용해서 불을 지핀다거나 등등 영화'캐스트 어웨이' 에서 톰행크스가 스케이팅 신발로 도끼를 만들어서 사용한 것처럼..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다. 인간은 이렇게 무서울 정도로 적응을 잘한다. 나는 스스로 뿌듯해 했다. 그리고 아직 해안가에는 쓰레기더미이자 나에게는 쿠 x, 이마 x, 코스트 x 같은x,이마x,코스트x 없는 것이 없는 물류창고가 있기 때문에 마음이 든든했다. 다만. 배달을 해주지 않는다는 차이일 뿐.. 그러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잘못먹어 탈이 나서 치료하지 못하고 죽거나 동물들의 공격당해서 죽는다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죽어도 상관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죽을계획을 가지고 있었기에 뭐 이판사판이다. 하지만 나는 모순적이겓느 살기 위해 부단히 살 곳과 먹을 것처럼 생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솔직한 심정으로 여기서 죽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이곳은 꽤 괜찮았다.세상과 단절되다 보니 나의 실패에 대해 조소를 날리는 자들의 표정 대신 나뭇잎 위에 얹어진 이슬에 비친 태양빛이 나를 비췄고 비웃음 대신 숲 속에서 새 때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마치 하모니처럼 들렸다. 어? 생각해보니 새가 있다. 나는 화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목표가 생겼다. 해야할일들이 있다. 세상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문명의 이기들이 있었고 감사하다는 생각 하나 없이 사용했지만 여기서는 일거수일투족 내가 만들 어야 한다. 살기위해서. 지금 모든 게 진공상태이고 혈혈단신이고 뜻하지 않는 생존으로 이곳 무인도에 있지만 어찌 됐든 상황은 본의 아니게 이렇게 펼쳐졌고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선 살고 나서 다음 상황을 도모하는 게 옳다는 내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할렐루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나는 믿지도 않으면서 신에게 영광을 돌렸다. 여기서 내가 잘보일 분은 혹시나 있을 신이다. 뜬금없지만 상황도 내 먹거리도, 거주도, 생존도,거주도, 나를 둘러싼 자연도 통제하는 전지전능한 신 그분에게 잘 보여야 한다. 아마 그게 기독교의 하나님이겠지만 어찌됐든 신이볼때 그분에 거슬리는 짓거리는 최대한 자제해야겠다.... 욕도 자제하기로 했다. 혹시. 위에 그 분이 들을 수 있기에? 나는 곧바로 아부에 들어갔다."신이시여 배고픈 저에게 통조림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필요한 물품들을 무인도에 있는 제게 허락하심에 감사합니다. 인자하심히 하늘을 덮으신 신이시여" 예전에 심심해서 신약성경을 대충 훑었던 적이 있는데 예수 가 '구하라 두드리라 찾으라'고 했던 구절이 생각났다.. 여기서는 우선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구하고 두드리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신이 있다면 듣겠지머 " 신이시여 지금 고달프고 힘들지만 당신이 진짜 계시다면 내게 먹을 것을 주시옵소서 살아야 머든 착한 일도 하고 좋은 일도 하죠 그렇죠? 그리고 만약 여기서 나간다면"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지금 나가고싶냐고 내게 묻는다면 딱히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우선 지금 마음은 그렇다는 소리다... .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무서 웠다.. 지금은 혼자이지만 바깥세상은 더 지독하게 외롭기에 무서웠다. 만약 신이 있고 나가게 해달라고 했는데 기도에 응답해 버리면 난또 내 목숨을 스스로 끊기 위해 곤욕스러운 시간과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내 목숨을 끊는 결단과 준비과정이 어찌 좋았겠는가? 하지만 그당시 사방이 막혀있었다. 사방이 막혀있는 듯한 숨 막히는 상황들이 나를 옥죄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 무인도에서는 내게 시간은 넉넉하다..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내게 가진 건 오직 몸뚱이와 시간뿐이다. 우선 본능에 충실해야한다. 사냥 맞다 사냥을 해야 한다.. 한국에 이런 바다가 있을 수가 없다. 대한민국 삼면의 바다는 물이 탁한기로 유명한데 도대체 나는 어디로 와있는 건가.. 다른 나라가 아니겠지 중국인가 일본인가 아닐 거다. 그렇게. 멀리 떠내려 갈 일이 없다. 그런데 물이 너무 맑았다. 물고기들이 보였다. 얼굴에 미소가 자연스레 번졌다. 우선 작살을 만들어야겠다. 아까처럼 배고픔이 미친듯이 밀려오지는 않았다. 다시 해안가로 갔다. 예전에 뉴스기사로 바다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나왔는데 그걸 보고는 속에서 올라오는 혐오감을 애써 감추지 않고 그들의 부모를 사정없이 욕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나 인자하며 혜안을 가진 자들인가. 혹시나 무인도에 표류할 자들을 위해서 친히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신 분들이다. 나는 나의 섣부른 판단과 그들의 부모를 욕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들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다시한번 갓 블레스유

불현듯 세상에서 잘 나갔을 때가 생각이 났다. 가진게 많을수록 나는 헛헛함과 무료함에 우울감을 종종 느끼곤 했다. 정신과 의사라고 마냥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고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건 신의 영역이다. 외제차를 끌고다니며대 명품샵에 가서 가격을 확인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옷을 골랐고 그저 성적인 욕구를 푸는 존재로 생각한 여자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돈을 뿌리곤 했었다. 하지만 그 사치와 인정욕구를 마치 일주일은 굶은 개 처럼 게걸스럽게 구하던 내게 돌아오는것은 찰나의 쾌감뿐이었다.. 그 쾌감을 더욱 느끼기 위해 나는 어느새 괴물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일상 차려줘서 기뻐할 자식들 생각에 들떠 장을 보는 엄마들처럼 쓰레기더미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 과거에 대한 회상을 잠깐 멈추고 작살을 만들것 들이 있나 찾던 차에 골프채 한뭉큼이 있었다. 값싼 골프채다 내가 허구한날

그럴듯 해 보이는 듯한, 상류층에,고급진,성공의 상징 같은 스포츠인 골프를 안 했을 리 없잖는가. 재미없지만 고놈에 철없는 허세를 부리느라 골프투어도 수없이 갔다 왔다.. 그래서 골프채종류는 빠삭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작살과 함께 화살도 만들 수 있다.. 도움 될 것들은 우선 챙겼다. 쓸모는 나중에 궁리해서 찾으면 된다. 그리고 낚시바늘과 밧줄들 프라이팬과 식기류도 있었지만 머 프라이 할 가스가 없으니 그건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두려운 생각들이 머리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밤에는 어떻게 하지? 불은 어떻게 피우지? 나는 혼자서 여기서 멀할수있나?.동물들은? 나 혼자가 아니면? 그리고 사람들이 있으면?? 그건 더 무서운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낼 것 같다. 살아 낼 것 같다? 말이 조금 이상하지만 .그럴수 밖에 없다. 어쩌겠는가? 지금 이 순간 심장이 뛰고 있고 호흡을 하고 있는데.. 우선 살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 모든 상황이 신하가 왕께 수라상을 차려 주듯이 나의 죽음을 위해 거하게 마련 돼 있는 밥상에 나는 자살 이라는 숟가락만 얹으면 끝나는 상황이라면 잠시나마 추태 부리는 옹졸한 왕이 되어 밥상을 엎어버려야 한다.. 우선.. 지금은 의, 식, 주 부터 챙겨야 한다.. 지금은 그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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