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떠나고 정민은 샤워를 하며 보는 사람도 없는데 흐르는 눈물을 떨어지는 물에 감췄다.
부모님이 떠나기전 서로 고성이 오갔고 준식은 정민의 멱살의 잡았다. 정민은 자신의 멱살을 잡은 아버지에게서 묘한 썩은 내가 진동함을 느꼈다. 알 수 없지만 익숙한 냄새라고 느꼈다.
"잘 나가는 회사 사장이라는 양반이 좀 씻고 다녀. 역해 죽겠으니까" 정민은 화가 치밀어 올라 의식의 흐름을 애써 막지 않고 말했다.
"정민아 아빠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세란이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이 호래자식, 그러니까 이 누나를 어 내 하나밖에 없는 딸을.. 그렇게.."
세란이 갑자기 악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지긋지긋 하다는 표정으로 정민에게 미안하다며 말하며 준식을 팔을 붙잡고 집 밖으로 나갔다. 부모님이 나가자 그 자리에서 정민은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수치스러움과 이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과 까마득함이 정민에게 사정없이 드리부었다.
이윽고 정민은 오줌에 오염된 사타구니를 샤워타월로 벌겋게 될 정도로 문질렀다. 자신의 누나를 죽인 손도 번갈아 가며 빡빡 문질렀고 살같이 벌겠게 올라왔다.
침대에 누워 의식적으로 공상에 빠져 시간의 힘을 빌려서 엉망진창이 된 마음과 머리를 정리할 생각이었다. 별안간 정민은 알 수 없는 욕구에 이끌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옷가지를 주어 입으며 거울 앞에서 옷 매무새를 다듬고 샤워하면서 귀찮아서 하지 않은 면도를 말끔히 하고 밖으로 향했다. 미친 듯이 달린 후 휘날린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문을 두드렸다
"효리 씨" 아무 반응이 없자 더 세 개 문을 두드렸다
"효리 씨, 효리 씨"
"어쩐 일이세요" 효리가 뒤에서 잔잔한 말투와 의아한 눈빛을 하며 물었다. 그녀는 장을 보고 오는 길인지 오른손에는 장바구니가 있었다. 효리에 질문에 정민은 멋쩍어했다.
"그냥 왔는데요" 라며 말 같지도 않은 대답을 했다. 효리는 아무 표정 없이 문 앞에 있는 정민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정민을 지나쳐 녹이 슨 대문을 열고 들어가며 말했다."커피 먹을래요?"
"네"
"제가 다방여자처럼 보여요?" 효리가 뒤돌며 물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정민은 당황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맞아요. 아니 비슷해요. 빨리 들어와요. 문 닫고 들어오고요"
"아.. 네"
마지막까지 어리둥절함에 행동이 정갈하지 못했고 효리는 그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불현듯 스치는 자기 존재의 열등함과 전과자, 언젠가는 밝혀질 살인이 그녀를 침울하게 했고 감히 세상이 자신의 기쁨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현실에 미소는 사라지고 지독한 허탈함이 몰려왔다.
정민은 이 허름한 집에 두 번째 방문이었지만 지금이 첫 번 방문했을 때 보다 얼떨떨했다. 긴장감에 자신의 심장소리가 귓가에 요동치는 듯했다. 부엌에서는 손님을 대접할 커피물을 끓이고 있었다. 효리는 생각이 많아졌다. 왜 하필 이런 생각과 감정이 달뜨고 설렌 감정을 잠식시키는지 효리는 원망 아닌 원망을 했다. 어떻게든 침울하고 해일처럼 밀려오는 죄책감과 자신의 무가치함을 설득시키려는 생각들로부터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정시켜야만 했다. 커피와 같이 먹을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는데 과일들이 썩어 있었다. 도대체 밖에 꺼낸 적도 없는데 초파리는 고새를 못 참고 과일 주변을 날아다녔다. 과자나 빵도 전혀 없었다. 찬장 안에 있는 건 참기름을 바른 김뿐이었다. 세상천지에 간식으로 김을 내놓는 집이 어디 있겠냐만은 어쩔 수 없었다. 효리는 민망 한과 접시 위에 올려진 김을 보더니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다소 코믹한 상황, 그리고 다과대신 짭짤한 김을 보고 당황할 정민의 모습을 보니 어느새 회색적인 생각들은 물러나 있었다.하지만 어느 틈에 자신을 공격해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재빨리 쟁반을 들고 커피를 정민의 커피 취미 따위는 묻지도 않은 채 믹스커피를 타고 거실에 있는 정민에게로 갔다.
"믹스커피예요. 생각해 보니까 딱 다방여자네요" 효리가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얼마나 믹스커피를 좋아하는데요. 그런데 이건 머에요" 정민이 당황해하며 물었다
효리는 개구쟁이 미소를 살짝 보이며 말했다
"다과가 없어서요. 그냥 나오기 뭐해서 김이라도 가지고 왔어요. 죄송해요"
정민은 예의상 포복절도는 하지 못하고 입고리를 올리며 애써 웃음을 참으면서 말했다.
"아~ 커피에는 김이죠.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비아냥 거리지 마세요" 정민의 말투가 거슬렸는지 얼굴이 새빨개진 효리는 이미 알맹이 하나 없는 커피를 휘저었다.
"그런 뜻이 아닌데... 그렇게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그렇게 둘은 소소하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무겁도, 악취와 오물로 뒤덮이고 살기 싫은 이유들이 빽빽이 적혀있는 무거운 십자가를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에게 이야기에 몰입했다. 둘의 만남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각자에 인생에서 다시없는 편안한 상대라는 것을 신기하리만치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되어 할 말이 없어지자 어색한 기운이 맴돌았고 정민은 자신 앞에 있는 이 여자의 얼굴이 이 정도로 예뻤었나 하는 생각과 또한 사랑스러움이 도 은은한 향기처럼 풍겨지는
게 느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남자라면 본디 가지고 있는 욕구가 불현듯 올라왔고 혹시나 실수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빨리 자리는 떠날 요량이었다.
"저는 이제 집에 가야겠네요" 정민이 말하며 일어섰다. 효리는 뭔가 하고 싶은 듯한 말이 있었지만 머뭇거리는 게 얼굴에 훤히 보였다. 정민또한 자신을 잡아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였다. 그러나 둘 다 그럴 용기라는 것이 마음속에 남아 있지 않았고 그들의 일생에는 그럴 용기를 만들어낼 상황들이 펼쳐진 역사가 없었다. 집을 나와 마당을 지나 대문을 열고 나가려고 문지방을 넘으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효리가 정민의 옷덜미를 붙잡았다. 정민은 깜짝 놀라 발을 다시 들여놓고 뒤돌아 효리의 얼굴을 쳐다봤다.
"할 말이 있어요." 효리가 말했다. 그런데 그때 정민이 갑자기 효리에게 말했다
"저부터 말할게요. 저의 것부터 말할게요. 미안해요. 그래야겠어요"
정민은 자신이 말하고도 예의 없고, 실례되는 걸 알지만 그녀를 알고부터 아니 어찌 보면 자신이 자신의 누나를 죽인 후 기억을 잃어 안타깝게도 기억이 되살아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입 밖으로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곪고, 삵고, 썩어져 병이 들어도 말할 수 없던 것 사연들을 말하고 싶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전에 정말로 즉사할 것만 같았다.
"아... 네... 먼저 말하세요" 효리가 정민의 흥분한 모습에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정민은 머뭇거렸다. 상대방 말까지 끊어가며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는데 그의 표정은 마치 머뭇거리는 똥 마려운 강아지 같았다. 잠깐 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정민은 짧으면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이 살아온 일생을 토해내듯이 효리에게 들려줬다. 효리는 이따금 찡그린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대체적으로 표정변화 없는 진지한 모습이었다. 정민은 효리에게 설명하면서도 속으로 이 여자가 자신을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자신을 멀리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이야기를 다 마치자 정민은 온몸이 떨려옴을 느꼈다. 애써 몸의 떨림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몸은 사시나무 떨듯 경련을 일으켰다. 경기 수준으로 올라오자 정민은 그 자리에서 대문으로 쓰러졌고 대문에서는 그의 초라함을 비웃듯이 끼익 소리를 냈다. 문과 함께 정민은 대문문지방에 몸을 반쯤 걸쳐있었다. 효리는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쓰러진 정민의 간신히 어깨에 기대고 끌다시피 집안으로 정민을 옮겼다. 효리는 우선 정민의 호흡이 정상인지 반복해서 확인하며 수건에 찬물을 적셔 얼굴 주변을 닦고 이마에 살며시 올려놨다.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가련한 남자를 지긋이 쳐다봤다. 알 수 없는 편안함이 그녀에게 살며시 노크를 하며 들어왔다. 요 몇 년 동안 느껴보지 못한 위로였고, 안정감이었다. 방금 전 정민의 그의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의 삶이 어쩌면 자신의 것과 같은 것 같아 비겁하지만 누구도 줄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 정민의 것이 나의 것이기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중학교 1학년이 된 효리는 어쩔 수 없니 이모네 가정에 맡겨지게 되었다. 그 집안에는 승모라는 외아들이 있었다. 그는 탕아 중에 탕아였다. 그런 그의 부모라는 사람들은 자식을 매질하며 사람 만드는 것에는 안중에도 없었고 오직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우는데 혈안이었다. 그와 반면에 효리네 부모님은 사람으로서 알아야 하는 도리를 가르쳤으며 누구보다 엄했고 누구보다 따듯하며 자상한 부모였다. 또한 노동의 가치를 알았기에 세상 저리 가라 할 만큼 성실히 일했다. 대단한 부자는 아니었을 망정 돈 때문에 삶을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는 다수와는 다른 결을 가진 가정이었다. 그렇다고 가진 돈으로 자신의 가치를 측정하는 비열하고 천박한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었고, 나눌수록 더 부유해진다는 신념과 본래 가지고 태어난 착한 심성 여기에 더해 효리의 부모님들이 자신들의 부모님들을 봐왔던 선행 같은 것들이 한데 버무려져 타인을 돕는 것에 즐거움을 아는
타의 모범이 되는 가정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장난질이기에 그들의 선행과는 무관하게 비극이 그들을 덮쳤다. 홀로 남겨둔 딸을 세상에 두고 효리의 부모는 세상을 등지게 된 것이다. 천애 고아가 된 효리는 어쩔 수 없이 친적들 집에 맡겨지는 신세가 되었다. 처음에 효리의 둘째 이모와 그 이모부가 자신들이 키우겠다며 효리가 당황할 만큼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내막을 알고 보니 형제자매들 간에 박 터지는 싸움이 암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다들 효리에게 남겨진 재산을 꿀꺽할 심상으로 인자한 어른의 가면을 쓰고 부모를 잃고 무뎌지고, 녹아내릴 대로 녹아내린 마음과 어리고 심신이 지쳐있어 효리의 미숙한 판단력을 이용하여 다른 친척들을 물리치고 둘째 이모와 그의 철없는 남편은 효리의 재산을 차지하게 되었다. 실질적인 법적 소유자가 된 악독한 부부는 마치 지킬 앤 하이드처럼 얼굴색을 바꿔가며 앙칼지고 조야하게 효리를 다뤘다. 이들은 진정한 돈의 가치를 알리 만무했고 효리에게 상속된 재산을 도박으로 사치로 전부 탕진하고 말았다. 그들은 효리네 부모가 살아생전에 도박할 돈을 빌리려 했지만 단호함에 막혔던 적이 더러 있었고 도박빚을 빌리려다가 효리네 부모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몇 번 들었던 터라 옹졸한 인간들의 가장 큰 특징인 뒤끝을 작렬하며 부모 잃은 조카에 대한 복수겸 자신들의 생활비로 이용할 궁리를 했다. 효리는 학교에서도 상황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한창 성숙하고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자신의 기댈 곳이자 도피성인 부모라는 존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가련한 의지할 곳 없는 소녀는 현실보다 더 차가운 짐승 같은 부모를 대신한 대리인들에게 사실상 팔려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속은 곪고, 상처 나고,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상처가 생기는 악순환이 계속되었기에 마음에 평정심과 기쁨과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게 되었다. 또한 전쟁통에서도 총칼을 들고도 예뻐 보이고 싶은 게 여자마음일 찐데 효리에게 입혀준 옷은 헌 옷수거함에서 집어온 남녀노소를 초월한 허름한 옷가지들 이었다. 하필이면 효리가 다니는 학교는 자율복장을 하는 학교였다. 그런 효리에게 한창 공동체와 무리에 적응해 가는 학생들이 다가가길 만무했고 천애고아는 학교에서도 지독한 소외를 당해야만 했다. 누군가 그랬듯 따돌림은 영혼의 살인이었고 효리는 그 짦다면 짧은 몇 년 동안 예민하고, 소심하고, 고개를 땅바닥에 처박으며 걸어 다니는 속된 말로 찐따와 외톨이의 상징이 되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런 누군가는 평생을 살면서 한번 당할까 하는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이 이 초라한
소녀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설명했듯 이 금수 두 마리와 그들의 마구잡이로 태어난 탕아까지 콩가루가 덕지덕지 붙은 가족은 작당을 하기 시작했다. 피붙이라는 관계는 내팽개치고 효리를 몸 파는 여자로 만들자는 구상이었다. 유일한 자식이지만 그 부모에 그 자식인 이 탕아는 음지에서도 가장 밑바닥에서 생활했었고
그곳에서도 노예와 기생충 역할을 하다 보니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알았다. 그들 중에 부잣집들과 연결고리가 있는 룸살롱 포주를 알고 있었고 그를 이용하겠다고 계획를 세웠다. 처음에 효리를 설득할 생각으로 셋은 불쌍하고 가련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효리야 알다시피 지금 우리 집안이 기울고 있다. 너도 알고있지? 그러니까 너에게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은 거야"
"원래 안 차려 주잖아요" 효리가 땅을 보고 대답했다.
"입 닥쳐.. 이 버러지..." 옆에서 이모부가 손을 들어 효리의 뺨을 때리려다가 자신의 외동아들인 탕아가 지혜를 발휘해 높이 들쳐진 자신의 아버지의 손을 붙잡아 내렸다. 그 아버지라는 사람은 삼강오륜 부위자강의 색채가 짙은 한국에서 아버지로서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아들에게 찍소리도 못했다.
"그건 네가 아름다워야 하기 때문이야" 탕아는 떠돌이 개 같은 소리를 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효리야 너희 엄마와 아버지가 떠나고 우리 집안도 힘들었지만 널 품었어. 그건 너도 알지?" 효리는 말이 없었다. 이때 탕아가 나서서 효리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효리야 내 하나밖에 없는 동생. 친동생 같은 우리 효리야 오빠말 잘 들어봐 우리 부모님도 나하나 건사하기 힘들었지만 너 가엽다고 끌어안았어" 탕아는 옆에 있는 자신의 엄마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살짝 찔렀다. 이모라는 사람은 그저 아들의 말솜씨에 입을 벌리며 감탄하고 있다가 아들의 생각보다 강한 팔꿈치에 헉소리를 내다가 그 저의를 눈치를 채며 악어의 눈물을 즙짜냈다. 워낙 메마르고 비틀어진 인간인지라 눈물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건조한 상태에 눈에 휴지를 갖다 대며 없는 눈물을 닦는 척을 했다.
옆에서 철부지 푼수 탕아의 아버지는 분위기 파악을 어떻게든 하려는지 "그럼, 그렇고 말고"를 기계처럼 반복했다.
"그런 네가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우리 이웃들에게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잖아"
탕아는 뱀의 혓바닥으로 사리분별이 힘든 기진맥진한 소녀의 머릿속과 마음을 휘저어 놓았다. 어린 효리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살아생전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었고, 그것이 자신의 가치관으로 자리매김한지라 자신의 그 바람과 이 탕아의 주장이 맞닿았기 때문에 점점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다.
"어떻게 하는 건데요?" 효리가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탕아와 그를 낳은 부모는 서로 간교한 눈 맞춤을 잠깐동안 하고는 효리에 물음에 대답했다.
"그냥 힘든 신사분들과 시간을 가져주면 돼. 그러면 그분들에게 큰 힘이 될 거야" 탕아가 말했다.
"그런데 저희 부모님이 물려주신 돈은 어디 있는 거예요.?"
이야기가 잘 마무리되던 찰나의 효리의 질문에 셋은 당황했다. 그때 역시 우리 하와를 꼬득한 뱀처럼 지혜롭게 소녀의 마음을 확정 지을 대답을 했다.
"기부했어. 너희 부모님이 그렇게나 좋아라 하시는 기부 말이야" 약간의 조롱조 비슷하게 말했다. 안타깝고 가슴이 미어터지는 사실은 그 말 같지도 않은 거짓부렁에 이 가련하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소녀는 미소를 지었다는 사실이다. 그 후
일어난 일은 불 보듯 뻔했다. 이 악당 세명은 첫 만남에 만싱창이가 되어있는 어린 효리가 강제로 신사를 가장한 돼지 같은 짐승들에게 겁탈당하는 영상을 찍어 그녀의 부모가 기부한 곳 사람들과 고아원 학생들에게 영상을 뿌린다고 협박을 했고 그렇게 효리는 지옥살이를 살게 됐다. 그 지옥을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지만 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일을 주도한 탕아는 음지에서 모은 더러운 돈을 모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갔다. 남겨진 탕아의 부모는 그런 효리를 통해서 돈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일을 처리할 지혜가 모자랐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그럴 걱정이 전혀 없었다. 탕아는 손하나 까닥하지 않아도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고 그걸 기계처럼 돌려도 돈을 얼마든지 그들 수중으로 들어왔다. 또한 이들 부부가 얼마나 고약한 인간들이냐면 어느 날 하루에 7번 일을 치르느라 만신창이가 된 소녀에게 이모라는 사람이 샤넬, 구찌 백이 필요한데 네가 노력하지 않아서, 더 많은 남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해고 게을러터져서 등등 온갖 이유를 들어 가면서 이모인 자신이 명품백을 못 샀다고 남편과 협동해서 그 기진맥진한 소녀를 두들겨 패는 것이었다. 그 학대를 당하면서 소녀는 그때 부모님을 떠올렸다. 신기하리만치 맞으면서도 자신을 품어주던 어머니의 모습과 울음을 터트리면 언제나 눈물을 닦아주며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어주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이후로 효리는 학교까지 때려치우며 5년이라는 시간을 지옥속에서 보냈다. 효리는 그래도 핏줄이기 때문에 이모와 이모부가 언젠가는 자신에게 정이 들어서 해방시켜 줄 거라고, 지쳐서 포기하게 될 거라고 보이지 않는, 존재하지도 않는, 닿을 수도 없는 소망을 품고 견뎠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시간이 갈수록 효리에게 요구하는 사항들이 많아졌고 폭언은 차치하고 숨 쉬듯 효리에게 매질을 했다. 어느 날은 다소 코믹한 상황이 펼쳐진 적도 있었다. 자신의 조카가 밖에서 뭔 일을 당하는지 전혀 궁금해하지 않으며 나름 이 인간들이 부부금실이 좋은지라 밖에서 먹거리를 사 와 둘이 오순도순 음식을 처먹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이모는 손에 묻은 고깃기름을 손에 닦고 문을 향해 달려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이고 우리 하나뿐인 조카가 왔다. 더러운년이 왔다. 돈을 가지고 왔노라. 창녀가 왔노라아~~"
여기서 독자들은 속으면 안 되는데 그래도 조카를 위해서 손을 닦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는 효리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그건 완전한 착각이다. 자신의 옷에 손에 묻은 더러운 기름과 음식물 찌꺼기를 닦은 이유는 그녀가 숭상하고 흠모하는 '돈'이 효리를 통해서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이들 부부가 지금은 경제적으로 쪼들린 상태였다. 왜냐하면 수입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전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효리가 학생 때는 변태들이 학생들에 대한 성적판타지를 가지고 효리를 원했지만 나이가 이십 대를 넘어서자 그저 길가에 흔한 몸 파는 여자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하나 있는 아들은 부모가 모아놓은 돈과 효리가 비애 속에서 벌어온 돈을 가지고 미국으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 후에 살았는지 죽었는지 수년채 연락한 통이 없었다. 이런저런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 비열한 부부는 돈이 너무 중요했기에 자신들의 유일한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인 효리가 귀할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열자 침울한 표정의 효리가 서있었다. 이 부부는 이제 전략을 조금 바꿔 채찍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에 당근도 조금씩은 줘야 한다는
깨달았다. 그래서 효리의 이모는 평생 안 하던 짓인 문 앞에 있는 그녀를 고생했다며 끌어안아 줬다. 이에 발맞춰 뒤에서는 살이 뒤룩뒤룩 찐
그녀의 남편은 인자한 미소를 얼굴에 띠며 효리를 반갑게 집안으로 맞아줬다. 그래도 도저히 같은 식탁에서 겸상을 할 수 없었는지 같이 식사하자는
남편의 말에 이모라는 사람은 하늘 같은 자신의 남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의 자신의 발 뒤꿈치로 남편의 발등을 쌔게 밀었다. 효리는 그 상황을 아무 표정 없이 바라보더니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식탁에 올려놓은 뒤 말없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효리는 문을 닫고 문에 기대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앞을 내다보고 싶었다. 누군가와 비교하는 고통도 그녀의 고통이 아니었고, 육체적인 고통도 그녀의 고통이 아니었고, 자신의 몸을 탐닉하는 아내와 자녀가 있는 남자들의 욕정도 고통이 아니었다. 효리를 지금 옥죄어 오고, 안개 낀 것 같은 고통은 바로 소망이 없는 고통이었다. 호흡도, 물도, 음식도 어느 정도 없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칠흑같이 어두운 그녀의 현실이 소망은 그녀의 것 이 아니라는 이유로 호리만 한 작은 것도 남겨놓지 않은 채 밀어내는것 같았다. 효리에게는 과거와 현재만 있었다. 미래란 있을 수 없는 지옥 같은 현재의 연속일 뿐이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는 악취와 오물로 둘러 싸여 있었으며 과거의 부모님과의 추억과 친구들과의 우정 또한 그 효능이 옅어지는 것 같았다. 효리는 차라리 감옥에 갇혀있는 수인의 신세가 자신보다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