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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스테리안 May 25. 2023

[공론장] 물밑작업 - 금강

대답하지 않는 잔잔한 강의 물 밑에서


안전한 주거환경을 둘러싼 욕망, 연일 폭등하는 수도권의 집값, 지역 소멸 사이에 강물은 생명을 안고 천년만년 흐를 수 있을까요. 개발과 발전을 위해 도시 재생, 개발, 관광, 문화 사업은 유입과 확산을 기대하지만 우리에게 공동의 것을 공유하고 하는 감각은 어디에 있을까요. 공론장 <물밑작업>은 부여와 전주에서 진행한 도시계획을 둘러싼 뒷-담화를 담았습니다.

 


강이 흐르는 곳에는 다양한 종이 모여들며 자연스레 삶터가 만들어진다. 물길을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며 마을과 도시를 만들었고, 도시는 강을 효과적인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마실 수 있는, 즐길 수 있는, 때로는 바라보며 욕망하기 위해 값을 치러야 하는 것으로. 그렇게 되지 못한 강에는 폐기된 쓰레기가 밀려들고 한때 번성했던 강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의 그리움만이 조용히 흐른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터전을 만들기 위한 고민은 더 이상 선택 가능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우리는 서울, 부여, 전주라는 세 지역을 오가며 흘렀던 강, 흐르고 있는 강, 흔적만 남은 강의 모습을 목격했다. 그곳에서 사람이 오고 간 자리, 또 떠나간 자리, 이미 사라진 자리들의 다음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부여를 지나는 금강 하류는 백마강이라고 불린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던 옛 백마강 규암나루터에는 물길을 따라 오가던 보부상들이 머무르며 상권과 도시가 형성되었다. 1960년대, 읍의 중심으로 연결되는 큰 다리가 놓이며 물류의 흐름이 변화되자 사람들이 발길은 점차 줄어들었고 요정집과 적산가옥의 흔적을 품은 규암은 구도심이 되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빈 터만 존재할까? 대형 사업이 들쑤시고 난 강변가에는 억새와 코스모스가 우거지기도, 백제의 역사를 새긴 전망대가 들어서기도 하였으며 향후 350억 규모 생태정원 조성 계획 등 또 다른 변화의 양상이 예고되어 있다. *참고기사 http://www.kwangjang21.kr/news/articleView.html?idxno=61762 


물밑작업의 이야기 자리를 어디에서 진행해야 할까를 고민하다 그 장소를 충청남도 부여면 규암면에 위치한 킹 단란주점과 강변다실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강의실의 딱딱한 분위기나 발표를 위한 협소한 자리로 만들고 싶지 않았고 '금강'의 이야기를 '금강'의 삶터의 이야기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흐르는 '물'을 통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연결성'의 맥락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겼다. 특히 서울-부여-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한 자리에 모으기 위해서 그만큼 창조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site 장'의 의미를 고민했다. 공론장의 장소로 이곳을 제안한 분은 부여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화영(노드 트리) 작가였는데, 그녀가 매번 오가며 마주치는 일상에서의 의미를 짚었을 때,  그 자리가 '킹 단란주점'과 강변다실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부여의 햇볕은 매우 강렬하다. 2022년 부여에 한달살이로 지내고 난 후, 서울에 갔을 때 동료들이 새까 많게 탄 나의 피부를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그리 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모자와 각종 선크림을 바르고 다녔고 또, 살갗이 찢어지는 듯한 감각을 느끼지는 못했기에 큰 걱정은 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만큼 부여의 햇볕은 강렬하게 스며든다. 이런 지역적 특징(?)으로 이앙기 시즌은 6월쯤 진행되는데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서 농사일은 새벽부터 시작된다. 다실의 하루 시작 또한, 농사꾼의 하루와도 함께 움직인다. 다실 사장님은 부여에서 나고 자라진 않았지만, 이름도, 얼굴도, 자신을 모르는 이곳이 편안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구석구석 쓸고 닦고 정든 식물을 기르는 모습에서 공간에 대한 애정이 묻어있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공론장을 다실과 단란주점에서 진행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난관이 있었다. 그것은 본 프로젝트 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론장은 공공예술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데, 장소를 임대하기 위한 예산 사용에는 특정한 조건이 필요한데, 그 조건에 접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건은 사업 임차 공간은 일반음식점이여야 하는데 단란주점의 경우 *일반음식점이 아닌 *유흥주점으로 등록되어 있기에 난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오가고 떠난 자리를 20년 이상 지킨 그곳에서 미래에 우리가 머물 삶터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고 싶다는 직감이 들었고 이를 황바롬 기획자의 적극적 시도와 협의로 성사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 관련된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비공식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렇게 부여에서 백마강이라 불리는 금강의 이야기와 금강 만의 이야기가 아닌 '물밑작업'을 진행했고 욕망의 흔적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삼국시대 백제에서부터 근현대사까지, 부산에서 서울까지, 시간적으로도 지리적으로 광범위한 범위의 내용을 다루었고, 주요 내용은 지역과 예술, 연구, 생태에 대한 공통의 감각을 잇는 작업이었다.


우리는 공론장에서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금강과 마을의 번창을 기억을 품은 장소로부터 우리가 알지 못했고 보지 못했으나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 재조명할 ‘번영'이 무엇인지 예술적 상상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 아래 글은 <물밑작업: 공론장>에 대한 리뷰이며, 발제자들이 중요하게 전했던 이야기를 삼아 최희진 기록자의 글로 구성되었다.


1)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서 – 창파

<물밑작업 금강편>에서 발표한 실험실C의 큐레이터 창파의 발표자료 중 일부입니다.

실험실 C는 장소, 예술, 생태를 주제로 다양한 조직과 집단, 개인과 함께 일상 공간에서 미처 발견되지 못한 이야기를 기록한다. 예술노동자이자 독립큐레이터 창파와 숲 해설가이자 기획자 박미라가 모여 지역 현장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기획한다. 실험실 C는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간주되는 거시사와 달리 일상의 기록인 미시사에 주목해 사소하게 다뤄지거나 사라져 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실험실 C의 프로젝트는 부산 원도심에 위치한 초량동과 수정동, 영주동 그리고 다대포 등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동네와 연결된 산을 오가며 사람과 장소의 이야기를 발굴하는데, 이때 주민들과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내는 해줄 말이 없다. 전문가도 아닌데…. 내가 뭔 도움이 되겠나? 가난했을 때 내가 가진 기억이 무슨 필요가 있나?”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사소하게 여기며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실험실 C에게 그들의 경험과 기억은 중요한 사료가 된다. 창파는 이 지역을 오가며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그려질 정도로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지고 사랑하는 풍경”이라 말한다. 더욱이 실험실 C가 근대도시의 역사를 지닌 부산을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 “모든 길의 그 끝은 산으로 이어진다”라고 초량동 주민이 말한 바와 같이, 부산에서 자연과 도시의 경계가 뚜렷하다기보다 맞붙어있다. 부산 원도심은 한국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몰렸고, 70년대 판자촌 철거와 강제이주를 겪던 장소이며, 녹화사업을 통해 숲과 도시의 경계가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실험실 C는 산복도로가 지나는 부산의 골목길을 찾고 물길의 흔적을 찾아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1제곱미터의 우주>(2022)라는 주제로 부산 다대포를 중심으로 실험실 C만의 방식으로 연구와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대포 앞바다에는 파래를 생산하는 양식장이 있다. 파래 양식장은 배를 타고 나가야 하지만 물때가 맞으면 해안가에도 파래가 떠밀려온다. 이때 이곳을 잘 아는 지역민은 어민이 아니더라도 파래를 줍기도 하는데, 실험실 C에게 파래 줍기 모습은 마치 밀레의 이삭 줍기를 연상시켜 채집과 수렵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의 상징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 실험실 C는 1제곱미터의 우주를 그리는데, 사람이 수그리고 있는 동작은 한 팔을 뻗었을 때 타인과 거리를 둘 수 있는 1미터의 거리이고, 바닥에 앉아서 어떤 것을 관찰할 때 1제곱미터의 공간, 그리고 허리를 숙여 채집하는 신체의 공간, 즉 노동하는 공간을 1세제곱미터로 표현한 것이다. 앞선 부산 원도심에서의 활동은 사람들과 걸으면서 지역을 관찰한 것이라면 이번에 다대포에서의 활동은 작은 공간이더라도 깊게 관찰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 것이다.


실험실 C는 부산 원도심에 대한 축적된 자료들과 달리 다대포 지역에 대한 자료는 부족해 직접 발로 뛰면서 찾아다녔다고 한다. 다대포 지역에 대한 도시환경 변화뿐만 아니라 지역민과 어민의 생활사, 수리조선 노동자, 상업시설, 생태공간, 물운대와 밀항, 멸치 떼와 돌고래 등등 주변 환경에 대한 자료를 발굴한다. 우선 다대포는 낙동강이 흘러서 만나는 지역으로 삼각주를 이루며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기에 적합해 어촌의 규모도 비교적 크다고 알려져 있다. 실험실 C가 찾은 1979년 신문기사에 따르면, 물질 500 가구, 수산업과 어업인 등 종사자도 많은 것으로 알 수 있다. 또한 실험실 C가 만난 주민이 제공한 사진을 보면 고즈넉한 어촌 마을의 경관, 해녀들의 물질 모습, 가족사진 등을 통해 당시 생활사를 파악할 수 있다. 한편 다대포 지역은 2000년대 중반까지도 공유수면 매립에 대한 계획과 산업부지로의 활용으로 갈등을 빚기도 한 곳이다. 일부 매립된 곳은 산업부지로 공장이 들어섰는데, 영도에 있던 한진중공업이 옮겨오기도 했으나 2017년 한진중공업의 다대포 공장이 매각되면서 현재 부지만 남겨져 있다. 옛 한진중공업 부지를 둘러싸고 관광이나 소각장 등 개발 방안과 계획이 수차례 세워지기를 반복 중이다.


실험실 C는 다대포의 지역사와 생활사를 기반에 둔 지역의 질곡과 시대의 변화를 다룬 아카이브 전시를 열었다. 1제곱미터의 우주에 참여한 작가들은 지역민과의 참여를 통해 다대포의 생태와 주변을 관찰하거나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로 표현하거나 파래 떡을 지어먹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다대포와 연결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창작물을 나눈 작가들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은 지역의 이야기와 생태를 깊게 들여다보면서 서로 연결된 감각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부산역과 북항 재개발, 그리고 메가시티로 향한 부산의 욕망을 다시 그려볼 수 있으며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도시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F6-dglOUNHI

실험실 C랩의 '1제곱미터의 우주'는 지역에 기반한 리서치를 관람객에게 경험하도록 전하는 리서치 예술 프로젝트이다.



2) 성미산 파랑새와 눈이 마주치면 – 모모

<물밑작업 금강편>에서 발표한 모모의 발표자료 중 일부입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6호선 망원역 사이에 해발고도 66m의 동네 뒷산, 성미산이 있다. 성미산 자락에서 공동육아를 시작으로 협동조합 형태로 다양한 공동체 활동들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곳을 우리는 ‘성미산마을’이라고 한다. 성미산 마을에서 8년째 살고 있는 모모는 비육아인이지만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다. 모모는 ‘헬프엑스(helpX)’라는 문화교류를 하며 여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남미를 다녀왔고 대지를 어머니의 땅으로 섬기는 원주민의 태도를 배웠고, 이러한 경험담을 책으로 펴낸 작가이면서 잡지 편집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모모는 반려동물과 성미산을 자주 다니며 개발 문제를 가까이서 접하게 된다. 2001년부터 최근까지 10년마다 성미산을 둘러싸고 개발과 보존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성미산 지키기 운동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성산근린공원으로서 무장애 숲길을 조성하는 계획이 있다. 누구나 걷기 좋은 숲길을 만들기 위해 데크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당시 걷기 편한 숲길로 조성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설문조사 내용에는 성미산을 찾는 이유나 산책로의 개선사항에 대한 질문뿐 어떤 길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고 한다. 모모의 발표에 따르면, 데크 길을 만든다는 문장에 여러 의미가 내포하는데, 유아차와 휠체어를 타고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위한 경사 8도 정도의 지그재그 길을 많이 내야 하며, 나무를 얼마나 깎아내는지 면적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면, 일각에서는 장애인 인권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휠체어로 성미산으로의 진입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데크 길 설치는 오히려 빛 좋은 개살구일지도 모른다. 나무가 약 50년을 자라면서 그 나무를 기준으로 생태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성미산에는 희귀한 새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런데 성미산을 관리하려는 사람들의 입장은 오래된 아까시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주장과 공원을 밝게 유지해야 한다는 치안의 문제를 강조한다. 그러나 모모는 너무 밝은 빛으로 인한 빛 공해 문제를 지적한다.


 모모는 탐조 모임에 참여하며 성미산에서 2시간 동안 돌아다니면서 새호리기, 물까치 등 다양한 새를 발견한다. 망원경 8 배율로 거리를 좁혀 관찰한 새와의 눈 마주침, 입가에 흙을 묻고 부리로 먹이를 새끼에게 주는 모습들 등의 장면은 모모가 남미에서 느꼈던 자연의 풍경과 감각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 모모는 다시금 우리에게 질문한다. “새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인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새들에게 어디까지 산이고 주택일까?” 새들에게 콘크리트 건축물은 오히려 거대한 바위일지도 모른다. 가령 비둘기가 살던 습성 그대로 틈 많은 거대한 바위에 살기 좋다고 간주해 콘크리트 건물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기에 비둘기에게는 산과 주택의 경계와 개념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모모는 인간은 잠깐 밑에 살다가 잠깐 산책하기 위해 산을 올라오는 데 새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성미산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반문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https://brunch.co.kr/@magazinebricks/247




3) Post-City 사람-네트워크망–노드 트리


<물밑작업 금강편>에서 발표한 뉴 미디어 아티스트 노드 트리(이화영)의 발표자료 중 일부입니다.

들판(이화영)은 2020년 부여군 규암면으로 이주해 와서 대안예술공간 생산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까레이(정강현)와 함께 ‘노드 트리’라는 뉴미디어 아트 작업을 하고 있다. 노드 트리는 지역에 일시적으로 머물면서 예술을 교환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대를 대상화하지 않고 관계 맺으며 자신들의 것과 상대방의 것을 나누는 작업을 한다. 이번 발표에서 들판은 부여로 이주하면서 변화된 자신의 삶과 예술, 공간과 관계망에 대해 말한다. 또 다른 노드 트리 멤버 까레이(정강현)는 오랜 도시생활자로 도시의 속성에 굉장히 익숙한 사람이다. 역시 서울에 오래 거주한 들판은 누군가에게 고향을 얘기할 때 서울 대신 어릴 때 잠시 살았던 마음의 고향인 속초를 말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 노드 트리는 이곳저곳을 다녔는데, 3년 동안 하루에 500km 이상을 다니는 정도였다. 노드 트리는 국내외 여러 곳을 다니면서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을 위한 축적물을 모아 보관창고를 채웠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경기상상캠퍼스, 스페인 레지던시 등에 잠시 머물면서 작업을 하던 중 안정된 장소를 찾아 헤매다가 부여를 찾았다.  


노드 트리는 부여 규암면에 지붕이 없는 단층집에 쓰레기가 가득 찬 곳을 발견해 쓸 만한 공간으로 바꾸면서 5년간 무상임대를 하는 중이다. 이 공간은 ‘생산소’라 불리며 오고 가는 사람들과 함께 쓰레기를 치우고 지붕을 얻고 새로운 곳으로 탈바꿈해서 여러 형태로 쓰이고 있다. 실제로 생산소는 예술가와 지역주민, 아이, 동식물 등 다양한 층위를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부여에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들판에게 부여는 ‘미래도시’이다. 들판이 생각하는 미래도시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망으로 이뤄진 세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미 도착한 미래도시에서의 삶을 예술로 상상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가상회사 ‘안녕, 소리’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읽어낸 도시의 모습을 미디어 감각으로 연결해 그 너머의 세계가 무엇인지를 상상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에서 아이들은 직접 여러 도시를 탐험하며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생성된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YDjeD-BYTg&t=126s

노드 트리(이화영, 정강현)의 '위상악보 시리즈'는 도시와 도시 간의 격차에서 나타나는 사물, 생명, 공간과 장소룰 드러내며 생동하고 순환하는 삶의 의미 고찰한다.


4)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가진 백마강 미래도시 속 백마강 - 박두웅(백마강생태관광협의회, 언론인)

<물밑작업 금강편>에서 발표한 박두웅님의 발표자료 중 일부입니다


언론인 박두웅은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20년 이후 한 세대를 거쳐 본인의 세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래도시 부여의 모습을 질문한다. 특히 박두웅은 우리가 기후위기의 문제와 직면해 있으나 일상에서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점을 강조하며, 백제의 역사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한다.


 “백제멸망이 기후변화로 야기됐다.” 백제국은 54개 소국을 하나로 합치면서 고대국가로 만들어졌다. 근초고왕 시대에 백제국의 세력을 확장해 활동무대를 넓혀갔다. 백제국으로의 통합은 소국에 금관을 내리기도 하며 침탈과 정복하는 방식이라기보다 같이 어울리는 방식으로 특징적이다. 신라와 고구려와 달리 백제는 사비시대까지 체제가 다른데, 연방국가 체제를 갖고 있었다. 또한 백제의 문명은 다문화 다민족 국가였다. 우리가 역사에서 단일 민족이라고 배웠을지라도 고대국가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박두웅은 백제가 멸망하고 난 후에 쓰인 역사서에서 백제의 역사를 왜곡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대주의 사상에 근간하고 신라를 비롯해 승자의 논리에 의해 기록되기에 백제의 역사는 왜곡되거나 변질되고 사라진다. 무령왕에 이어 백제를 이끌던 성왕은 금강 하구에 위치한 사비(지금의 부여)로 도읍을 옮긴다. 여기서 박두웅이 사비 백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첫 번째 백제가 사비로 옮기면서 더욱 열린 문화, 다양성, 개방성, 다민족 국가로 나아갔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서산 마애여래삼존상과 백제 금동대향로를 예로 들어 중국과의 문화교류의 증거를 보여준다. 두 번째 이유는 당시 백제의 특성은 지금의 지방자치와 분권과 연결성이 있으며, 여기서 미래도시는 지방자치단체를 넘어서 지방정부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나당연합군에 의해 사비성의 함락되었고, 이후 백강전투에서 마지막 결전을 하면서 663년에 백제가 멸망한다.


이번 발표에서 박두웅은 부여가 백제의 역사와 연결되며 생태정원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서 생태정원도시는 백마강을 기점으로 차단벽을 통해 생태구역을 나눠 훼손할 수 없는 곳과 문화/인물/커뮤니티 광장(파크커넥터)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사비 백제라는 역사 도시에서 미래세대에게 어떤 역사와 유산을 물려줄 것인지를 고민해 보고 백마강을 중심으로 과거와 미래를 잇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발표를 마무리했다.



 '부여 비트'의 한솔님이 흥을 북돋아 주셨다. 부여비트는 '시민뮤지컬'을 진행하며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로 모여 공연을 만드는데 직접 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하는 감각!


https://www.youtube.com/watch?v=ndba-PRGvRM&t=3s

토론: 지역소멸과 미래 도시를 그리며

진행자: 히스테리안(강정아, 황바롬)

“이번 프로젝트는 ‘욕망이 빠져나간 자리’라는 의미를 중요하게 간주하고 있어요. 서울이라는 장소에서는 어떤 것을 갖고자 하는 마음과 함께 여러 욕망들이 얽혀있는데, 우리는 어떤 걸 증명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죠. 소위 ‘역사에서 폐망의 나라라고 부르는 부여에 와서 왜 미래도시를 생각하게 되었는가?’는 우리에게 큰 질문이에요. 우리가 부여의 이야기를 서울에 전한다면 그것을 부여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욕망이 빠져나간 자리라는 빈터에서 우리는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을까요? 이번 공론장에 어떤 분을 모실지 고민했는데, 창작자이자 작가이자 지역주민으로서 물 밑의 이야기를 같이 듣고 나누고 싶었고 지역성에 대한 고민을 가지신 분들을 초대하고자 했어요. 여러분들이 각자 위치한 곳에서는 어떤 미래상을 그리는지 궁금합니다.”


박두웅(백마강생태관광협의회, 언론인)

“저는 부여가 미래도시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래 자원과 가치를 가진 곳이라고 보고 있어요. 지금 농촌 소멸이라는 아주 참혹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 도시화 비율이 60%이며, OECD의 다른 나라들을 보면 70-80%에 육박하고 있어요. 앞으로 20년 후라면 베이비부머 세대를 지나서 인구감소와 함께 지방소멸과 도시화의 최고 정점에 이를 것이고, 지금 부여의 인구도 6만 명으로 무너지면서 절반으로도 줄 수 있어요. 이것은 전국적인 현상이에요. 도시에 인구 70-80%가 모이면 콘크리트 도시가 갖고 있는 한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여기서 욕망의 탈출을 얘기하듯이, 그동안 교환경제가 이끄는 시대에서 부를 창출하고 이러한 경제가 가능한 도시에 집중되었죠. 그러나 20-30년 후에는 이제 지방정부의 시대로 돌아오게 될 텐데, 살아남은 지방정부와 소멸되는 지방정부가 있을 것이에요. 부여는 역사와 생태 자원, 열려있는 하늘 등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는 곳이에요. 그러니까 미래도시는 부여로 오는 거죠."


진행자: 황바롬

“다른 분들은 미래도시를 어느 시점의 어떤 모습으로 상상하시나요? 아이가 어른이 되는 10년 후를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100년 후를 상상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들판은 이곳 부여의 주민이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서, 몇 년도의 부여를 상상해 보셨나요?”


들판

"아이랑 함께 살아가는 미래라기보다 아이는 제가 만난 한 명의 관계라고 생각해요. 부여에서 여러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시각을 알게 돼요. 평화와 통일에 대한 시각을 가진 어른들, 생산소의 어른들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생활기술,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미래도시는 그런 이웃들이 있는 곳이에요. 지속가능한 어떤 공간이 제가 생각하는 미래예요. 저는 요즘 ‘소리탐사조 – 안녕, 소리’ 작업으로 다섯 명의 아이들과 돌아다니고 있어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미래를 바꾸지 않을까요."


진행자: 강정아

“창파 님은 부산 다대포가 연고 없는 곳인데도 눈을 감아도 그려진다고 하셨고, 지역의 향토사를 조사하며 물길의 흔적을 발견하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삶터와 일상의 이야기를 마주한다고 하셨습니다. 창파 님이 부산 다대포에서 조망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창파(실험실 C랩 아트 디렉터)

“미래도시에서 미래는 언제, 어느 시점의 미래일지 그 시점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는 거 같아요. 누군가는 미래적인 혜안을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처럼 찾을 테지만, 저는 제가 발 딛고 서 있는 그곳에서 상상이 아니라 지금-현재 저의 상황과 지나온 과거를 통해 유추해보고 있어요.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누군가의 생각을 단숨에 바꾸긴 어려울 수 있어요. 공감을 깊이 하는 소수의 인원이 마치 파랑새와 눈이 마주친 것처럼 미물이라고 치부했던 것에 미시 세계를 들여다보면 간과할 수 없고 무시할 수 없을 거예요. 같이 경험하는 자리를 만들면서 바뀌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미래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참여자

“이렇게 멋진 기획을 한 기획자들에게 감사합니다. 오늘 지역 현장 리서치에 대한 이야기를 인상 깊게 들었어요. 백마강 개발 계획에 대해서도 더 듣고 싶고요. 백마강 개발 사업비를 두고 주민은 찬반으로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데크를 설치하는 방식의 개발이 아니라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방식이 될 수는 없을까요?”


진행자: 강정아

“백마강을 공유자원으로 보고, 공유자원을 공통된 감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공유된 자원을 어떻게 감각해야 할까요? 앞으로 저희 연구주제이기도 한 커먼즈와 공동자원에 대해 각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질문하고자 합니다.”
 

박두웅(백마강생태관광협의회, 언론인)

“공유자원은 언론에서 말하듯이 후손에게 빌려 쓰는 자원이라고 하잖아요. 사회 현상에서 자본과 개발로 인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유자원을 침탈하고 파괴해 싸움이 계속되고 있죠. 그래서 교육이 중요해요. 그러한 가치의 중요성을 알려야 하고, 언론인으로서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화영(노드 트리_뉴 미디어 아티스트)

“자원을 어떻게 해석할 거냐를 넘어서 나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삶의 태도를 돌아보는 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도 그 계기가 될 수 있어요. 공간과 장소, 시간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근본적인 연결이 이어지는 순간  그 자체가 자원이 되는 거 같아요. 오히려 저는 부여에서 굉장히 자신감 있게 ‘나는 예술가’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렇게 그 장소가 있으면 그게 곧 자원이 되는 거 같아요.”


모모(여행작가, 일상환경활동가)

“공유자원에 대해 누구와 공유하는가, 인간만 공유하는가, 나는 말을 할 수 있고 작가니 글을 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여기에 올 수 없는 그들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파랑새의 눈을 본 순간 무시할 수 없어요. ‘살아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매번 이러한 자리에 꾸역꾸역 갔던 거 같았어요.”


창파(실험실 C 아트 디렉터)

“저도 여러분의 말씀을 어느 정도 공감하는데요. 저는 비빌 언덕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는데,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함의는 서로가 같이 맞추어서 동의한다는 거잖아요. 성미산 활동처럼 서로 힘을 내어서 나아가는 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의 동료 박미라 선생님은 생태적으로 보면서 연구하고 공유할 수 있는 형태인 책자로 사람들과 나누는 거예요. 저희의 리서치를 공유재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처음 연구할 때 이 지역의 이야기를 찾을 수 없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자료가 오픈소스가 되고 있어요. 숲이라는 곳은 우리가 다가갈 수 있는 곳,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시적인 것으로만 다 안다고 생각하잖아요. 이건 오만한 생각이죠, 인간의 시각 안에 존재한다는 것에서 저 너머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두웅(백마강생태관광협의회, 언론인)

“백마강 국가공원 관련해서 덧붙여서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국가정원은 수목법에 의한 것이며 실제 국가정원이 지향하는 방향이나 목적이 정원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것과는 안 어울려요. 아직 마땅한 말이 없다 보니 정원이라고 쓰고 있어요. 그러나 국가정원은 일반 가정집 정원과는 다르다는 거예요. 단어의 오해로 인해 국가정원을 오해하는 거예요. 순천만과 태화강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백마강 국가정원은 금강 생태계 복원과 보호 차원인데, 여전히 주변 지역들과 갈등이 있어요. 왜냐하면 위에서 썩은 물이 계속 내려오고 있고, 하구도 열려야 하는데 광역 단위와도 해결해야 할 문제예요. 그래서 부여가 맡은 역할은 생태복원과 미래도시의 문을 여는 것이고, 백마강을 살리겠다는 꿈은 금강을 살리는 것이에요. 생태를 중요시하는 미래도시로서 부여가 앞장서고 있죠.”


진행자: 강정아

“공론장 <물밑작업>은 강을 중심으로 부여뿐만 아니라 전주 만경강과 서울 한강을 거점으로 진행되고 있고, 최근에는 금강 하류 장항을 다녀왔는데요. 제가 거기서 물이 더럽다고 했더니, 물이 더러운 게 아니라 강과 바다가 만나 혼탁한 거고, 그것이 금강 하류의 특성이라는 설명을 들었어요. 결국 저희는 서울 한강으로 이 이야기를 끌고 가 삶터를 둘러싼 ‘욕망’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인데, 그 물밑작업의 일환으로 스파이처럼 이렇게 부여에 침투한 거죠. 그 안에서 관광, 자원, 개발이 가진 압축적인 의미를 어떻게 해설할 수 있을지 예술가들과 생각해 보고 있어요. 요즘 이야기하는 ‘한강을 메워야 한다’는 밈은 어떤 의미일지, 여기 백마강의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한강도 만나는 것처럼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니깐요."


진행자: 황바롬

“분야는 다르지만 저마다 예민한 감각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밖으로 나가서 눈앞의 백마강을 다시 바라본다면, 평소와 조금 다르게 강을 마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이야기를 물밑에서 끌어올렸을 때, 아름답고 매끈하게 하나의 결론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면에 존재하는 낯설고 다른 것들이 뒤섞이면서 불편하고 생생한 감각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날카로운 감각을 느끼면서도 우리가 노래 한곡 정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저희는 앞으로 서울과 부여, 그리고 전주에 출몰하려고 합니다.”
 

나가며

기록: 최희진


이번 대화마당은 그동안 공식 행사나 토론 장소로 간주되지 않던 유흥과 은밀한 장소로 여겨진 단란주점에서 모였다. 물밑에 흐르는 욕망을 찾아 한강에서 금강까지 흘러 내려온 히스테리안의 강정아, 김은성, 황바롬 기획자는 여기에 모인 이들이 자신이 지나온 욕망의 흔적을 발견하기를 기대하였다. 공론장으로서 단란주점을 택한 그녀들은 부여와 부산, 서울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다르게 듣는 방식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낯설게 듣는 방식을 통해 도시와 지역을 가로지르는 욕망을 사유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도시의 미래를 구상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우리는 흔히 이런 장면을 자주 목도한다. 어느 도시의 정치 지도자는 ‘어떤 도시를 만들겠다’라고 선언한다. 이러한 선언이 무색해질 정도로 우리는 정치 지도자와 행정부의 변화에 따라 정책들이 변화됨을 엿볼 수 있다. 여전히 이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어떤 정치적 지도자가 나타나길 기대하고만 있어야 할까? 도시의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사람들은 도시 정책을 세우는 정치가나 행정가, 입법자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상상하고 행동하는 우리들이라고 생각한다. 글쓴이는 이러한 문제제기를 통해 일상을 낯설게 보고 주변의 일들에 질문한다.


글쓴이는 2019년, 서울 종로구 송현동 담장 옆을 지날 때, 담장을 둘러싼 땅은 무엇이며 그곳을 지켜내기만 할 뿐 다른 상상을 하지 못하는지 궁금했다. 글쓴이와 동료는 함께 대화하고 질문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솔방울커먼즈’라는 이름으로 모인 우리들은 공동체은행 빈고,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인천 배다리마을 등등 다양한 지역과 현장을 다니며 대화하였다. 그리고 솔방울커먼즈는 ‘솔방울하는’ 행동을 통해 송현동을 공동이 만들어낸 것으로 간주하며 공동의 가치를 역사적으로 추적하고, 소수가 독점하지 않도록 부대끼고, 공유하기 위해 치대고, 위계 없이 만들어낸다. 이런 솔방울하는 행동에는 담장을 점유하지 않더라도 그 너머를 상상하며 송현동을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자들을 새롭게 불러온다.


히스테리안의 공론장 <물밑작업>은 강의 물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장소에 담긴 욕망의 흔적을 찾는다. 욕망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위치한 장소에 대해 질문하거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미래를 바라보기도 한다. 이렇게 찾고자 하는 욕망의 흔적은 바다로 나아가는 물줄기처럼 어느 하나로 단순하게 수렴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작업은 다양한 장소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고 대화하는 등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담는다. 또한 이들의 작업방식은 욕망이라는 언어로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고 공공 영역이라 여겨진 장소에 비집고 들어가 낯설게 듣는 시도이다. 그렇지만 욕망의 흔적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물줄기에는 의도치 않게도 오늘날 변화된 형식의 장애물(댐이나 보와 같이 상징되는 어떤 것들)을 맞닥뜨리기도 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기록: 최희진(도시연구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 전공 박사과정생.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을 참조하며 지역개발을 둘러싼 얽힘에 대해 글을 쓴다. https://brunch.co.kr/@feelingshj



[공론장] 물밑작업 - 금강 편
일시 : 2022.09.30.(금) 14~18시
장소 : 강변다실, 킹단란주점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발제]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서: 창파(실험실 C랩 아트디렉터)
성미산 파랑새와 눈이 마주치면: 모모(여행작가, 일상환경활동가)
소리탐사조가 결성되었다: 이화영(들판) (노드 트리_뉴 미디어 아티스트)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간직한 백마강, 미래도시 속 백마강: 박두웅(백마강생태관광협의회, 언론인)[Review] 기록 : 최희진(솔방울커먼즈, 도시연구자)

* 본 프로젝트는 아르코 공공예술 주제심화형 프로젝트 <예술로 가로지르기 - 욕망이 빠져나간 자리 : 출몰지>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소식 - https://www.instagram.com/around_across_ab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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