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부터 봄비가 그치지 않고 내린다. 사납거나 거세지 않게 차분하게 내린다. 빗소리도 세차지 않으며 가지런하고 정답게 내린다.
나에게 비 내리는 날은 마치 세상이 슬픔과 기쁨을 함께 노래하는 듯한 특별한 날이다. 비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내린다.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춤추며 내리고, 대지는 비의 선물을 받으며 새로운 생명의 숨결을 느낀다.
어느 때보다 마음은 차분해지고 고요해진다. 비 내리는 소리는 어느 소리와도 잘 어우러져 화음을 이룬다. 마치 자연의 선율처럼 나의 마음을 안정시킨다. 그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순간 모든 복잡한 것을 잊고 현재에 머릿속의 생각이 멈추고,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지쳐있는 자연마저도 생기가 넘쳐 살아있는 증거를 보여준다.
물방울이 꽃잎을 적시고 대지를 깨워준다. 씨앗이 흙 속에서 따뜻한 비를 머금고 안심이 되어 싹을 틔어 깨어난다. 비 내리는 날의 공기는 유난히 신선하다. 나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고,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는다.
비 내리는 날의 풍경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고 순수하다. 자연의 모든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열리는 듯하다.
그렇게... 봄비 내리는 날엔 문득 센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