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1. 기다림의 시작

빈자리

by 서담

사랑하는 당신에게 띄우는 글!


산에는 진달래 피고 들에는 씨앗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봄입니다. 당신의 편지를 받고서 얼마나 울었는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요. 이제나 저제나 소식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꽉 짜인 생활에 익숙하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잘 적응해 나가리라 봐요. 당신은 무엇이든 맘먹은 대로 잘하잖아요.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할아버님 할머님 그리고 장인 장모님,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우리 유진이도 제법 어른스러워졌어요. 웃기도 잘하고 잘 보이는지 모빌도 뚫어져라 바라보고 아부! 아부! 하면서 옹알이도 잘해요. 조금 잠투정을 부리기는 하지만 잘 자는 편이고, 나도 당신 보고 싶은 것 말고는 힘든 것 없고요. 항상 바쁘게 생활하려고 어머님 하시는 일을 조금씩 도와드리고 있어요.


시간이 나면 계절이 지난 옷들도 정리하고 피부도 관리하고 일기도 쓰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저물어요. 새집 공사는 15일부터 시작한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고추 모종도 잘 크고 어제는 모판에 흙도 담았어요. 남들보다 일찍 못자리도 할 것 같아요. 새집 공사 시작하면 시간이 없다고 하세요.

어머님은 날마다 당신 생각하면서 눈시울을 적시곤 해요. 나보다 더 우신다니까요.

난 마음속으로나마 항상(24시간) 울고 있고요. 어머님 앞에서 약한 모습 보여 드리기 싫어요.

당신 없다고 풀 죽은 모습 보여 드린다면 더욱 속상해하시니까요.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만큼 나도 무척 보고 싶어요. 당신이 스쳐 지나간 자리들을 보고, 생각만 하면 미칠 것 같지만 참기로 했어요. 우리 서로가 참고 인내하며 생활해 나가요. 행복한 날을 기다리면서.. 지금 이 시간이면 당신도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요. 어머님이 간단하게 편지 쓰라고 야단이셔요. 그래서 조금만 쓰려고 해요.

유진이 사진은 아직 보내 드릴 수가 없어요. 읍내에 나가 찾아야 되는데 새집 짓는데 벽돌 쌓으러 오시면 당분간 외출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 제 사진만 보내드릴 테니까 항상 웃는 얼굴로 웃는 눈으로만 바라보길 바래요. 항상 씩씩한 모습으로 짜인 틀에 순응하며 생활해 나가세요. 집일은 그렇게 걱정할 일은 없으니까요.



당신 없다고 집안이 조용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마냥 어린애는 아니에요.

내 마음 알죠? 믿어보라고요. 잠꾸러기 딱지 뗀 기분은 어떠신지요. 유진이가 잠에서 깨려고 보채네요.

칭얼대고 운다고 뭐라 하던 유진이 많이 보고 싶지요. 다음에 만날 땐 좀 더 의젓해진 아빠로 보기를 바래요. 5월 8일 면회는 확실한 것인지요. 당신이 집에 올 수는 없는지요. 모든 게 궁금 투성이지만 참아야 되겠죠.

자세한 내용 부탁드리며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무척 보고 싶구요.

다음에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유진 엄마로부터!

1994년 4월 14일


추신 : 혹시 친구 분들 만나면 안부 전해주세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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