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보고 싶은 당신에게!
비가 오려는지 잔뜩 찌푸린 밤하늘 속에 메아리처럼 처량하게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를 들으며 당신에게로 달려갑니다. 늘 울고 싶고 보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아요. 당신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 것 같아요. 책상에 매일 앉아 있는 것 같고 점심시간 12시 땡 하면 놀래 주려고 부엌으로 들어오는 것 같고 저녁시간엔 TV를 보려고 일찍 달려오는 당신 상상만 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요.
유난히도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가 슬퍼 보여요. 시계의 초침 소리와 함께하는 늦은 밤입니다. 별 탈 없이 훈련 잘 받으며 지내고 있겠지요. 참기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꾹 참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사람 하기 나름이고 모든 일이 후에 자기한테 되돌아온다고 매사에 당신이 말했잖아요.
요즘도 이곳은 당신 있을 때와 같아요. 단지 당신 하나 없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고생스러우시지만 요. 유진이는 엉덩이가 짓물러 울다가 지쳐 잠들었어요.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TV도 한참씩 바라보며 놀다가 짝짜꿍! 해주면 마냥 좋아 입이 함박만 하니 다물질 않아요.
어부바! 하는 것 같고 옹알옹알 거리는 것도 제법 잘해요. 곧 당신과 만날 날이 돌아오니까 좋아요. 그날을 기다리면서 생활해요. 시간이 잘 가는 것 같기도 해요. 새집 공사는 19일부터 시작한다 그러는데 비가 올 듯해요. 공사가 완료되면 6월 초에나 들어갈 수 있다고 해요. 어머님과 매일 집 담벼락 주변을 한 바퀴씩 둘러보고 이것저것 구상도 해요.
당신이 있었음 싶은 게 아쉬움이 있어요. 엊그제 보낸 편지는 잘 받아 보았는지 궁금하지만 참겠어요. 답장이 없더라도 편지는 계속할 거예요. 마음만은 매일 쓰고 싶은데 그래도 괜찮은지 모르겠어요. 문장 실력이 없어도 잘 봐주세요.
학교 친구들과도 흩어졌으면 다른 누군가와 지내실 텐데 어느 학교 사람들인지 한 내무실에 7명씩이면 많은 숫자예요. 그죠? 그나저나 내무실이 추워 걱정입니다. 왜 불도 안 넣어주는지. 이불이 얇아서도 그렇고... 하지만 어떡해요. 참아야죠. 이렇게 말하는 제 마음이 더 아파요. 밥도 제대로 못 먹겠어요. 그래도 유진이가 젖을 먹으니까 그것 때문이라도 한 그릇은 비워요. 당신도 식사 꼬박꼬박 잘 챙겨 드세요. 알았죠?
그곳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요. 어서 빨리 당신 군복 입은 모습 보고 싶어요. 소말리아 사람 마냥 시커멓고 빼빼 말랐을지라도 당신 사랑해요.
어제는 일요일이라 편지를 보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다시 써서 보내는 거예요. 비록 재미없을지라도 다 읽어주세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썼어요. 이해하시고 건강하세요.
정말 몸조심하세요. 그럼 안녕히!
유진 엄마로부터
1994년 4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