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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캐는 광부 Sep 07. 2024

군 경험의 기억, 그들의 트라우마

고통을 말할 수 있는 용기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30년 가까이 군복을 입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 군생활은 단순한 직장생활과는 다르다. 명령과 지시로 이루어진 통제된 환경 속에서 군인들은 매일 자신을 단련하고, 자신을 지켜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군복을 입은 그들의 모습은 언제나 반듯하고 강인해 보인다. 각 잡힌 걸음걸이와 당당한 자세는 그들이 겪은 수많은 훈련과 교육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 겉모습 뒤에는 누구도 쉽게 알지 못하는 상처와 고통이 자리 잡고 있다. 군인이 되기 위해, 그리고 군인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자신의 약함을 감추고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둔다.


군대에서의 경험은 때로는 지우고 싶은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전우가 눈앞에서 힘겨워하는 모습, 엄격한 명령 체계 속에서 겪은 감정적 압박, 또 그로 인해 빚어진 내면의 갈등들. 이러한 기억들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깊은 상처로 남아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트라우마는 전역 후에도 그들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러나 군인들은 종종 이러한 고통을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것을 약함으로 치부할까 두려워한다. '군인은 강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속에서, 그들은 내면의 상처를 감추고 오로지 강인한 모습만을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그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때로는 밤잠을 설치게 하며, 때로는 일상 속에서 불쑥 나타나 그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트라우마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맴돌며, 기회를 엿본다. 전역 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그 상처가 터져 나오고, 그로 인해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군에서의 경험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일이 아니라, 때로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고통의 기억이 된다. 우리는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존중해야 하며, 그들이 겪는 내면의 아픔도 함께 이해하고 공감이 필요하다. 강함이란, 그 고통을 혼자 견디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그들의 트라우마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군에서의 기억이 단순한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고통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들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자신의 고통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과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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