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캐는 광부 Oct 22. 2024

다시 찾은 우리의 청춘

희생

사람들은 아내를 볼 때마다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참 팔자 좋은 사람이야. 무슨 복을 타고났기에 저렇게 편하게 살까?" 그들이 보기엔 아내의 삶이 마냥 평탄하고 부러워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아내는, 그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아내의 곁에서 함께 살아온 세월 동안 느낀 건, 그녀의 삶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강하고 밝아 보일지 몰라도, 그 뒤에는 수많은 희생과 깊은 사랑이 있었다.


아내는 아주 어린 나이에 나를 선택했고, 많은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와의 결혼을 감행했다. 남들이 말하는 "청춘의 시간"을 즐길 새도 없이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돌보느라 그녀의 청춘은 그저 희미해져만 갔다. 내 옆에서 그녀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지만, 자신을 돌볼 시간은 늘 사치에 가까운 것이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마음껏 웃어본 적도 드물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볼 여유조차 없었다.


하지만 아내는 그런 희생을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늘 나를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고, 가족을 먼저 생각했다. 그게 그녀의 방식이었다. 때론 내가 그런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조심스레 물어보곤 했다.

"당신은 후회되지 않아? 그때, 친구들이랑 어울리며 하고 싶었던 일들을 놓친 거 말이야."

그러면 아내는 한결같이 웃으며 말하곤 했다.

"후회? 아니, 음.. 사실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나는 내 선택에 후회는 없어. 그 시절엔 그게 내 운명이었을 테니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켠이 뭉클해진다. 그토록 희생적인 사랑을 쏟아부어준 아내를, 그 사랑을 당연하게 여겼던 내가 미안하고 고맙다.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팔자 좋다"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아내의 눈에 담긴 깊은 사랑과 헌신을 보지 못한다.


이제, 비로소 우리에게 둘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동안 쌓아두었던 이야기들, 미처 나누지 못한 관심과 배려를 다시 채워가는 시간. 함께 걷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주 함께 웃고, 가끔은 힘들었던 시절 생각에 함께 울기도 한다. 예전처럼 바쁘게 흘러가던 시간이 아니기에, 우리는 비로소 다시 우리만의 청춘을 써 내려가고 있다.


아내는 여전히 소박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팔자 좋은" 사람이라며 부러움 섞인 시선을 받는 아내는, 그저 담담하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들의 시선 너머에는, 누구보다 강하고 깊은 사랑을 가진 한 여인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가족에게 쏟아붓고, 그로 인해 행복을 느낀다.


이제는 내가 아내에게 청춘을 돌려줄 차례다. 우리가 함께 나눌 많은 대화와 추억들, 그리고 이제야 찾아온 서로를 위한 시간들 속에서 나는 깨닫는다. 아내의 그 깊은 사랑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지금 우리는, 그동안 미처 쓰지 못했던 청춘의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내게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를 날마다 깨닫는다.


"진정한 사랑은 희생을 통해 빛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이는 더해진다. 행복은 서로에게 주는 것에서 시작되며, 그것은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기쁨이다."

작가의 이전글 오롯한 글터에서 피어나는 진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