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 사이에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가로수들이 있다. 봄이 오면 여린 새싹으로 시작을 알리고,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쉼터가 되며, 가을에는 황금빛 잎으로 거리마다 따스한 온기를 더한다. 겨울이 오면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견디며, 그렇게 이들은 사계절을 온전히 품어낸다. 눈에 잘 띄지 않아도, 그 누구보다 세상의 흐름을 고요히 느끼는 존재들이다.
그 가로수들이 지켜보는 길가 한켠, 작은 숲이 자리하고 있다. 숲 속의 나무들은 도시의 번잡함에서 조금 벗어나 서로의 뿌리와 가지를 통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눈다. 바쁘게 지나가는 도시와는 달리 이곳의 나무들은 한결 느린 호흡으로, 계절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나지만, 도시의 가로수와 숲의 나무들은 같은 하늘 아래에서 바람을 통해 소통하며 살아간다.
나무들의 대화는 잎사귀의 흔들림에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움직임 같지만, 그 속에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외로움과 고단함, 그리고 무심하게 스쳐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속에서도 이들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도시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가로수들은 바쁜 세상 속에서의 고단함을, 숲 속 나무들은 고요 속에서의 평온함을 서로에게 나눈다. 이렇게 바람은 나무들의 소식을 실어 나르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연결한다.
나무들은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흔들리는 잎사귀와 가지를 통해 자신들만의 언어로 속삭인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친구와 나누는 대화처럼 부드럽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된다. 나무들은 도시에 뿌리를 내린 채, 지나가는 세월을 묵묵히 견디며 자신의 속도로 성장한다. 바람은 그들만의 메신저가 되어, 한 해 동안 나무들이 겪은 세상과 그들이 느낀 시간의 흔적을 사람들에게 전하려 한다.
이제, 나무들이 들려줄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라. 도심 속 고단함과 숲의 평온함 사이를 오가는 그들의 삶,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통해 배워온 깨달음. 서로 다른 자리에서 살아가지만 같은 하늘 아래 서 있는 나무들이 들려주는 세상은 아마 우리가 잊고 살았던 아름다움을 다시금 떠올리게 할 것이다. 바람의 초대에 따라, 그들의 이야기에 발걸음을 옮겨본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나무들이 들려주는 세상은 언제나 우리를 더 깊고 넓은 곳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