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속도로 성장해 가는 거지
성장의 의미와 역할
봄이 깊어지며 숲 속의 나무들이 제각기 자신의 빛깔을 더해가던 어느 날, "메타"는 새로 돋아난 잎사귀들이 뻗어나가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메타는 마치 자라기만을 기다렸던 듯, 쑥쑥 키가 커지며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나갔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빠르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느끼면서도, 어디까지 자랄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함께 품고 있었다.
도심 가로수길에 서 있던 "느티"는 메타가 저 멀리서 보일 정도로 자라난 것을 보고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느티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천천히 자라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지만, 메타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나무의 고민도 이해하고 있었다. 어느 날, 메타가 느티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느티 형님, 저는 키가 크고 싶은데… 너무 빨리 자라는 게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져요. 자꾸 더 자라고 싶은데,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메타는 자신의 고민을 드러내며 답을 구했다.
느티는 메타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말했다. “너는 지금 네가 자라야 할 때인 거야. 자라는 것이 불안하다면, 그것도 네 성장의 일부겠지. 하지만 스스로를 믿어야 해. 성장에는 불안함도 따르지만, 그걸 이겨내는 게 진정한 강함이란다.”
메타는 느티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그의 키가 빠르게 자라는 것은 맞지만, 그 속도가 때로는 그 자신조차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때, "벚아"가 다가와 메타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벚아는 봄의 화려한 꽃을 피운 후 사람들이 떠나자 다소 조용해졌지만, 여전히 밝고 명랑한 모습이었다.
“메타, 네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빠르게 자라는 건 모든 나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벚아는 진심으로 메타의 성장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말했다.
“하지만 벚아, 난 너무 빠르게 자라서 나중에 더 높이 올라가게 되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 높이 자라면 나 혼자 외로워지진 않을까?” 메타는 자라나는 키가 주는 희열과 동시에 느껴지는 고독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놓았다.
벚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높이 자라는 것도 멋진 일이야, 메타. 네가 저 멀리 하늘과 맞닿게 된다면, 우리가 볼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너는 볼 수 있는 거야. 나는 매년 꽃이 피고 떨어지면서 사람들에게 봄을 알려주고, 느티 형님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사람들에게 쉼을 주잖아. 너도 너만의 방식으로 다른 무언가를 줄 수 있을 거야.”
메타는 벚아의 말에 용기를 얻었지만, 여전히 혼자만의 자람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숲을 방문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메타의 가지 위에 새로 자란 작은 잎사귀들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의 빠른 성장을 관심 있게 바라보며 가지를 흔들고 잎사귀를 떼어갈 때, 메타는 처음으로 자신의 성장이 다른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아, 느티 형님! 사람들에게서 제 잎사귀를 지킬 방법이 없을까요?” 메타는 당황한 듯 느티에게 물었다.
느티는 부드러운 미소로 메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너는 자라면서 겪어야 할 일들이 많을 거야. 누군가는 너의 성장을 알아봐 주고, 누군가는 관심을 두겠지.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을 품어내는 네 마음이야. 자라나는 너의 잎이 떼어져 나가더라도, 그것이 너의 성장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단다.”
메타는 느티의 말을 듣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그의 잎이 떨어져도, 가지가 흔들려도, 자신은 계속해서 자라날 것이며, 그 속에서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며칠 후, 메타는 숲속을 찾아가 "이팝"을 만나러 갔다. 이팝의 하얀 꽃은 여전히 고요하게 피어 있었고, 그를 바라보는 메타의 마음은 묘하게 편안해졌다.
“이팝아, 너는 참 조용하게 피어나지만, 그 속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느껴. 나는 자라면서 자꾸 내가 혼자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는데, 너처럼 고요하게 존재감을 지켜갈 수 있을까?” 메타는 고백하듯 말했다.
이팝은 메타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메타야, 너는 높이 자라는 나무잖아. 그 높이에서 넌 우리에게 볼 수 없는 세상을 보여줄 수 있을 거야. 난 이렇게 고요히 피어나는 게 나의 자리지만, 네가 자라면서 보는 세상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선이 될 수 있어.”
메타는 이팝의 말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자신이 높이 자라난다면, 그곳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이 다른 나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감 대신, 자신이 자라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기대감이 마음속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봄이 저물어가며 메타의 키는 더욱 높아졌고, 그는 자신이 가진 성장의 의미를 점차 깨달아갔다. 느티와 벚아, 이팝과의 대화를 통해 혼자 자라난다는 외로움이 아닌,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생각하게 되었다.
메타는 여전히 자신이 어디까지 자라날 수 있을지 모르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동시에 그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내 키가 닿는 곳에서 본 세상을 다른 나무들에게도 알려줄 수 있기를.’
그는 그렇게 자신만의 자리에서 새로운 봄을 준비하며, 더 높은 곳을 향해 가지를 뻗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