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라면
어느 시대든 혼란과 부패는 존재해 왔다. 오늘날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원칙이 흔들리고, 법보다 편법이 더 유용하다고 여겨지는 모습을 마주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공직자의 기본 원칙과 소신이다.
조선 후기, 정약용 선생은 이러한 시대적 혼란 속에서 『목민심서』를 남겼다. 그것은 단순한 행정 지침서가 아니었다. 그의 글에는 백성을 향한 애민정신과 공직자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그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더욱 절실히 필요한 때인지도 모른다.
목민심서, 공직자의 거울
공직자는 단순히 국가의 행정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국민을 대표하여 권한을 행사하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그렇기에 정약용 선생은 공직자의 첫 번째 덕목으로 ‘청렴(淸廉)’을 강조했다.
"청렴하지 않으면 백성을 다스릴 수 없다."
이 짧은 한마디는 오늘날의 공직자들에게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의 공직 사회는 과연 얼마나 청렴한가? 법과 규칙보다 '처세술'과 '요령'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원칙을 지켜가고 있는가?
정약용 선생은 또한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말했다. 공직자는 자신의 이익이 아닌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 이득을 계산하고, 편의를 위해 원칙을 굽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직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책임’을 지는 공직자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원칙과 현실 사이,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법과 원칙이 무너진 사회는 신뢰를 잃는다. 원칙 없는 법은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고,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를 굽히는 순간, 사회의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만들어낸 스킬과 요령, 처세술은 어느새 ‘원칙’을 보수적이고 답답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역사는 증명한다.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가치는 결국 ‘원칙’이다. 쉽게 얻은 성공은 쉽게 무너지고, 편법으로 쌓아 올린 부는 결국 모래성처럼 사라진다. 반면, 원칙과 신념을 지켜온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존경받는다.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홀로 『목민심서』를 써 내려가며 품었을 뼈아픈 고민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공직자는 자신이 섬기는 대상이 누구인지 항상 기억해야 한다."
이 말은 지금의 시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공직자는 국민을 섬겨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말이 아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정직하고 청렴한 공직자, 원칙을 지키는 지도자, 그리고 책임을 다하는 사회의 리더들이다.
끝까지 지켜야 할 단 하나의 가치
공직자로 살아가는 길은 때때로 외롭고 힘들 수 있다. 정직하게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가치는 바로 ‘일관성 있는 원칙’이다. 정의와 원칙이 살아 있는 사회야말로 신뢰받을 수 있으며, 그러한 사회에서 진정한 지도자가 탄생한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혼란과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원칙을 지키는 힘이다. 그것이 『목민심서』가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큰 교훈이다. 공직자는 결코 자신의 자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는 오직 국민을 위해, 정의를 위해, 그리고 나라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는 진정한 힘, 그것은 원칙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
12년 전 아들에게 권해 주었던 책 한 권인데.. 모처럼 다시 펼쳐보니 감회가 새롭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 그것이야말로 공직자가 평생을 지켜야 할 가장 강력한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