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끼리 설레면 안 되는데
기다려지는 날이 있다.
그 어떤 화려한 행사도 아닌데, 단지 마음 맞는 몇 사람과 마주 앉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묘하게 따뜻해지고, 오래전 추억들이 천천히 고개를 드는 그런 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17:00.
기억에 남는 숫자 하나가 하루를 설레게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 이름만 떠올려도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들. 짧게는 5개월, 길게는 1년 넘게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단 한 번도 마음에서 멀어진 적은 없던 사람들이다.
함께 근무하던 그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크고 작은 일들을 부딪혀가며 버텨냈던 시간들. 때로는 무거운 책임 속에서 서로의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았고, 때로는 소소한 농담에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리기도 했다. 그 시절의 우리는 단지 동료 이상이었다. 각자의 삶에 깊게 각인된, 기억이 따뜻해지는 이름들이었다.
김욱, 김성준, 박서원, 그리고 나.
네 사람. 많지 않은 숫자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녹아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삶을 살아내고 있는 이들이기에, 만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전화는 종종 했다.
가벼운 안부, 짧은 웃음, 때로는 속마음을 나누기도 했지만, 역시 직접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와는 다르다. 얼굴을 보며 건네는 눈빛과 숨결은, 수화기 너머로는 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오늘의 만남이 더욱 소중하다.
바쁜 일정을 정리하고, 흩어진 시간을 모아 만든 단 한 번의 교집합. 이 시간 하나를 위해 각자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마음을 내어놓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이 만남은 의미 있다.
서로의 자리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를 안다.
매일의 삶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그 삶의 경로들을 한 자리에 모아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고, 무언의 응원을 건네는 것이다. 잘 견뎌왔다고, 여전히 멋지다고, 앞으로도 함께하자고.
인생에서 오래 기억되는 만남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으로 남는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 그저 한 끼 식사를 나누는 자리일지라도, 우리는 삶을 다시 충전하고 돌아가는 또 하나의 귀한 시간을 만들게 될 것이다.
기다려지는 이 만남이 주는 설렘은, 결국 우리가 얼마나 따뜻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증명해 준다.
그리고 오늘의 이 시간을 살아낸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서로에게 말해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만남은 지나가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 머문다.
오늘 5시, 그 짧은 시간이 우리의 삶에 또 하나의 온기를 남기기를.
한 줄 생각 : 마음이 닿는 사람과의 만남은, 바쁜 삶을 잠시 멈추게 할 만큼 충분한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