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카르텔
“훌륭한 도둑은 없다.”
그가 아무리 교육을 잘 받았고, 머리가 비상하며, 명문 가문 출신이라 하더라도 정당하지 못한 수단으로 권력을 추구했다면 그는 결국 범죄자일 뿐이다. 제도와 시스템이 허용한 경로를 통해 엘리트가 되었더라도, 그 엘리트성이 정의롭지 못한 목적에 봉사할 때, 그 가치는 단순한 장식으로 전락한다.
2024년 12월 3일 발생한 내란 기도 사태는 충격을 넘어, 구조적 문제의 본질을 드러냈다. 이 사태의 중심에 선 다수의 인물들은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었다. 육사는 대한민국 군사 엘리트를 양성하는 대표 교육기관으로, 국가의 안보와 헌법을 수호하는 인재를 키우는 곳이다. 그러나 그 숭고한 목적 아래에서 길러진 일부 인물들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파괴하며, 권력을 향한 위험한 모험에 나섰다.
과거 군사 쿠데타의 주역들 역시 대부분 육사 출신이었다. 이번 사태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정권의 명운이나 헌법 질서보다, 개인 혹은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시했고, 군의 조직력과 무기, 정보망을 사적으로 활용하려 했다. 그들의 총구는 적이 아닌 국민을 향했고, 충성의 대상은 국가가 아닌 권력 그 자체였다.
이는 단지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구조적 특권의식과 폐쇄적 조직문화, 그리고 출신 중심의 네트워크에 기생한 ‘육사 카르텔’의 폐해라 할 수 있다. 명문과 엘리트라는 외피 아래, 계급과 정보 라인을 장악하고 권력의 지분을 나누는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정보사, 국방부, 합참 등의 주요 보직을 차지한 이들의 연결고리는 출신기수로 단단히 얽혀 있었고, 그 인맥 구조는 상하 간 ‘충성’이 아닌 ‘공생’을 전제로 작동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받은 고도의 군사 교육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 국가전복을 기도하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자신들의 권력 야욕을 위해 군대를 움직이려 한 이들은 분명 ‘최고의 교육을 받은 엘리트’였다. 그러나 엘리트 교육이 도덕성과 헌법적 책임감을 수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국가를 파괴하는 독이 될 뿐이다.
이제 결단의 시점이다. 우리는 다시는 권력의 탐욕이 군대를 잠식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그 시작은 군 내부의 권력 카르텔 해체이며, 근본적인 군 조직 재정비다. 단지 몇몇 인물의 처벌로 끝낼 것이 아니라, 구조와 문화, 인사 시스템 전체를 돌아보고 바꾸어야 한다. 육사라는 이름이 다시 명예롭게 회복되기 위해서도, 그 내부로부터의 반성과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역사는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지금 이 시대의 책임이다. 군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되어선 안 된다.
“권력을 탐하는 순간, 군인은 더 이상 엘리트가 아니라 국가의 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