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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들, 국가의 아들

숙명

by 서담


저녁 식탁 위, 아내와 나 사이엔 따뜻한 음식만큼이나 온기 어린 대화가 오갔다. 지금 받고 있는 교육과정이 마무리되고 다시 군사교육과정을 들어간다고 아들에게 전화가 온 탓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아들로 이어졌다. 우리의 아들, 군인의 길을 선택한 지 벌써 5년이 되어간다. 어제 막 입대한 것 같은데, 시간은 한순간처럼 흘러갔다.


처음 아들이 장교의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우리의 마음엔 기대보다 걱정이 더 많았다. "잘 해낼 수 있을까,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을까." 모든 부모가 품는 자연스러운 염려였다. 하지만 나 또한 오랜 시간 군인의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군인의 삶이 어떤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지 잘 알기에 그 걱정은 더욱 깊었다.


군인의 삶은 일반 공무원과는 다르다. 봉사를 넘어 헌신이 필요하고, 그 헌신 위에 때로는 희생까지 각오해야 하는 자리이다. 내가 군에 있을 때 부모님 역시 그랬다. 항상 불안했고, 항상 기다렸다. 내가 잘 있다는 소식 한 마디에 그들은 긴 숨을 내쉬곤 했다. 지금 우리 부부의 마음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아내와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들은 우리의 아들이지만, 지금은 국가의 아들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가 선택한 길은 개인의 삶보다 크고 무거운 책임을 지는 길이다. 그러니 너무 궁금해하지 말자고, 연락이 뜸하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지도 말자고 서로에게 다짐했다. 우리에게서 잠시 떠난 아들은 그 시간만큼 나라를 위한 큰 몫을 다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언제라도 국가가 부르면, 우리의 아들은 가장 먼저 그 부름에 응답해야 한다. 그게 군인의 숙명이며, 군인이 선택한 삶의 길이다.


군인의 부모로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끊임없이 놓아주는 연습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기다림 속에 자라는 것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깊은 믿음과 더 큰 사랑임을 이제는 알기에, 우리는 오늘도 조용히 미소 지으며 밥상을 마주하고 있다.


창밖에 걸어둔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며 잠시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


부모는 기다림으로 사랑을 배우고, 군인은 헌신으로 나라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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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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