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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개혁,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출신이 아닌 실력의 시대

by 서담


“육군사관학교 출신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이 당연하게 들리는 조직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군이다. 초급장교 시절부터 고위직에 이르기까지 군 인사체계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그것은 출신을 기준으로 한 서열이자, 실제 진급과 보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이력서’다.


현장에서 장교들은 잘 알고 있다. 주요 보직은 육사 출신에게 배당된다는 사실을. 심지어 부대 이전이나 지휘관 부임도 “누가 어디로 갈 것이다”라는 정보가 몇 달 전부터 공유된다. 마치 시나리오처럼 짜인 경로는 개개인의 역량이나 성과와는 무관하다. 육사 출신이라는 ‘보증서’가 보직과 진급을 보장하는 시스템은 이미 오래전부터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지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 군의 공정성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구조적 병폐다. ㅂ육사 출신들만의 진급 라인, 정보 공유 네트워크, 후배 밀어주기 문화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이런 문화는 내부에서는 ‘관행’이라 불리고, 외부에서는 ‘카르텔’이라 비판받는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점차 ‘일반화된 인식’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교뿐 아니라 부사관들마저도 “육사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그 결과, 조직 내 위화감은 깊어지고, 자격 있는 이들이 기회를 박탈당하면서 실력보다는 ‘출신’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어떤 이는 말한다.

“고위직 몇 명만 물갈이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지만 그것은 썩은 고목에 잎사귀만 갈아 끼우는 일에 불과하다.


진짜 개혁은 육사 조직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 혹은 해체 수준의 접근이 되어야 한다. 읍참마속(泣斬馬謖), 눈물을 머금고 자신의 사람이라도 자를 수 있는 용기 없이는, 군 개혁은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상처가 덧나 곪고 문드러졌을 때, 약을 바르는 것으로는 치료되지 않는다. 잘라내야만 새살이 돋는다. 육사 조직도 마찬가지다. 그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구조가 해체되지 않는 이상, 제2의 내란, 제3의 쿠데타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역사는 그것을 이미 수차례 증명해 왔다.


공정하고 강한 군대는 장비나 예산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진정한 군 개혁은 인사의 정의로움에서 시작된다.


국민 앞에 충성을 맹세한 군인이라면, 그 맹세의 시작은 내부의 썩은 뿌리를 잘라내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실력이 능력이고, 책임이 권한이 되는 군대. 그런 군대를 만들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닌 결단이다.


"강한 군대는 출신이 아니라 실력, 충성은 라인이 아니라 책임감에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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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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