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푸름, 그대들을 기억하며

친구. 동기, 전우여

by 서담


6월은 유난히도 찬란하다. 초록의 물결이 산과 들을 가득 메우고, 바람에는 갓 피어난 잎사귀들의 싱그러움이 실려온다. 세상이 온통 푸름에 잠긴 이 계절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한결 밝히고, 희망으로 물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눈부신 계절 앞에서 조용히 멈춰 선다.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과 알 수 없는 먹먹함이 문득 가슴 한편을 짓누른다.


6월의 푸르름 속에 숨은 그 이름들. 가장 빛나는 순간에 청춘을 걸고 조국에 헌신했던 이들이 떠오른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그들이 흘린

피와 눈물 위에 세워졌음을 새삼 깨닫는다. 이름을 부르면 가슴이 아려온다.


고. 고범주 대위, 노현탁 대위, 변현우대위, 이병훈 경감, 문준오 중령. 그들은 한때 나와 함께 웃고, 싸우고, 군화를 닳게 했던 소중한 전우였다.


그들이 떠난 자리는 지금도 낯설고, 그 빈자리는 시간이 지나도 메워지지 않는다. 국가의 부름 앞에 한 치 망설임 없이 자신의 청춘을 내놓았던 이들. 조국을 위해, 국민을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그리고 함께한 동료들을 위해 그들은 목숨을 걸었다.


기억은 생생하다. 서로 어깨를 기대며 훈련소의 모래바람을 견뎠던 날들, 야간행군의 끝없는 어둠 속에서 나눴던 짧은 격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피곤한 얼굴로 건넸던 소박한 웃음까지.


6월, 이 찬란한 푸르름 속에 피어난 그리움은 그래서 더욱 깊다. '호국보훈의 달'이라 불리는 이 시절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고통의 기억이자, 묵묵한 다짐이다. 찬란한 햇살 사이로 번지는 그리움, 바람을 타고 전해오는 묻어둔 목소리. 그들은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우리가 지키려 했던 이 나라, 잘 지키고 있느냐"라고.


나는 그 물음 앞에 고개를 숙인다. 세월이 흐르며,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너무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진 않은가. 하지만 그들은 단 한순간도 잊힌 적이 없다. 그들이 흘린 피로 맺어진 약속, 그들이 꿈꾸었던 조국의 모습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미안하고, 고맙다.’


짧은 이 말이 이토록 무겁게 느껴질 줄 몰랐다. 우리는 그들에게 빚을 졌고, 그 빚은 결코 갚을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있다. 그들을 잊지 않는 것. 그들의 이름을, 그들의 웃음을, 그리고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들이 지키려 했던 조국, 그들이 바라던 나라를 오늘 우리가 살아내야 한다. 공정과 정의, 자유와 평화라는 이름 아래,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그들에게 바치는 진정한 헌사일 것이다.


친구들아, 동기들이여, 전우들이여. 나는 여전히 너희가 그립다. 그리고 너희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음을 안다. 너희가 지켜낸 이 땅 위에서, 나는 오늘도 너희의 이름을 부른다.


미안하고, 고맙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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