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데우는 일
조용한 새벽, 세상이 아직 잠든 시간. 나는 그 시간의 숨결 속에서 브런치라는 글밭에 들어선다. 손에 쥔 따뜻한 찻잔보다 마음을 먼저 데우는 건, 그곳에 갓 올라온 따끈한 이야기들이다.
처음에는 그저 글이 좋았다. 말보다 글이 편했고, 감정보다는 문장이 솔직했다. 그렇게 내 안의 잔잔한 말들을 한 줄씩 꺼내 적기 시작했고,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이곳이 단순한 글쓰기 플랫폼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이곳은, 저마다의 삶이 녹아 있는, 조용하지만 깊은 숲이다. 어떤 이는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는 방식으로 글을 쓰고, 어떤 이는 내일의 희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써 내려간다.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놀랍도록 다르고도 비슷하다. 나와 다른 언어, 다른 시간, 다른 감정선으로 쓰인 글이지만,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닿는다.
브런치에서 만나는 글들은 종종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이토록 단단하게, 혹은 유연하게 살아낸 사람들. 짧은 문장 하나에 삶의 결을 담아낸 이들의 고요한 힘 앞에 나는 자꾸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도, 내가 고마움을 느끼는 지점은 이곳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누구든 글을 쓸 수 있고, 누구든 글을 읽을 수 있다. 그저 구독 하나, 라이킷 하나면 누군가의 삶을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때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나는 생각한다. 글을 쓴다는 건 단지 표현의 영역이 아니라, 존중과 배려의 마음이 깃든 행위라고. 그 누군가가 조심스레 꺼내놓은 마음 앞에 나는 어느새 자세를 곧추세우게 된다. 함부로 평가할 수 없고, 쉽게 말할 수 없다. 그 마음을 존중하는 방식은 가만히 눈을 들여다보듯이 천천히, 정성스럽게 읽는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글을 새벽에 읽는다. 분주함이 없는 시간, 오롯이 글만 바라볼 수 있는 시간. 하루의 피로는 남아 있지만, 마음은 가장 맑아 있는 시간. 그때 나는 읽는다. 그리고, 배운다. 내가 얼마나 좁게 세상을 바라봤는지를. 내가 얼마나 쉽게 사람을 단정 지었는지를.
글을 쓴다는 건 나에게는 지금도 아직 낯선 일이다. 글쓰기에 빠져드는 성향이 나를 때때로 조심스럽게 만들지만, 그래도 나는 이 길을 계속 가고 싶다. 내 안의 언어가 마르지 않았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나의 소소한 일상도 누군가에겐 작은 쉼표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글은 언제나 나를 정직하게 만든다. 말로는 가릴 수 있었던 것을 글은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 솔직함이 때로는 두렵지만, 그래서 나는 더 글을 사랑하게 된다. 조심스럽지만 진심을 다하게 되는 유일한 공간이기에.
오늘도 나는, 누군가의 삶이 담긴 글을 천천히 읽고, 그 여운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새벽을 데워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한 줄 생각 : 새벽의 글밭은 마음을 다해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조용히 빛나는 정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