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 사람
문득 생각해 본다.
책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집 안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멋진 책장,
가죽 제본에 금박을 입힌 고전 시리즈,
베스트셀러가 줄지어 꽂힌 서재.
그 모습은 그 자체로 웅장하고 근사하다.
하지만 그 안에 먼지가 내려앉고,
책장이 한 번도 열리지 않는다면
그 많은 책들은 누구의 것일까.
책은 장식이 아니다.
그럴듯한 서재의 풍경이 되어,
지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
진짜 책의 주인은,
그 책을 ‘읽는’ 사람이다.
한 줄이라도 눈으로 따라가며 의미를 찾고,
한 페이지라도 마음에 새기며 생각을 멈추지
않는 사람.
그 문장을 따라 나를 돌아보고,
때로는 그 문장에서 용기를 얻고,
삶의 작은 변화를 실천하는 사람.
책의 입장에서도 그러지 않을까.
화려한 조명 아래 꽂혀 먼지를 뒤집어쓴 채
그저 ‘지식의 증명서’처럼 있는 것보다,
누군가의 손에 들려
눈빛을 마주하고 마음을 건드리는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하지 않을까.
어쩌면 책은 누군가와 함께
숨 쉬고, 웃고, 울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그 한 줄이 누군가의 밤을 견디게 하고,
그 단어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을 바꾸는 순간을
진짜 자신의 존재 이유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책의 진짜 주인은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깊이 만나는 사람이다.
수십 권의 책을 소유한 사람보다
한 권을 열 번 읽고,
그중 한 문장을 마음속에 오래 품는 사람.
책은 그 사람을 기억한다.
눈을 맞췄던 그날,
한 장을 넘기며 살짝 떨렸던 손끝,
속으로 삼켜낸 탄식과 미소를 기억한다.
그렇기에, 책도 사람을 고른다.
나는 그런 책의 주인이 되고 싶다.
보여주는 서재보다,
함께 살아내는 문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책장 속 책이 아니라,
가슴속 문장을 가진 사람.
한 줄 생각 : 책의 진짜 주인은, 그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마주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