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보자
돌이켜 보면, 지금껏 내가 해온 일들은 처음부터 ‘하고 싶다’고 결심한 것들이 아니었다. 꿈이었다거나, 오래전부터 간직해 온 열망이었다거나, 그런 거창한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해야 했던 일”이었고, “지금 이걸 해보자”는 단순한 선택이었다.
특별한 재능도, 대단한 준비도 없이 시작했던 일들이 많다. 처음엔 낯설고 버겁기만 했던 일들도 있었다. 사실, 대부분 그랬다. 손에 익지 않았고,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몇 번을 그만두고 싶었던 일도 있었고, 정말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를 의심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렀다. 이상하게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 더 해보다 보니, 어느새 그 일은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싫어서가 아니라, 꾸준히 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익숙해지다 보니 능숙해졌고, 능숙해지다 보니 재미있어졌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는 말에 늘 마음이 복잡했다. 나는 늘 ‘해야 하는 일’ 속에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일들을 성실하게, 지치지 않고, 가능하면 조금은 유쾌하게 해내려 했더니,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너무 많이 생각한다.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이 일이 나에게 맞을까, 잘할 수 있을까, 실패하면 어쩌지, 온갖 생각들로 발을 떼지 못할 때가 많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해야 하는 일에 마음을 다해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더 인간답다는 걸 느낀다. 시작은 설렘보다 필요에서 비롯되었지만, 끝은 애정으로 남았으니까.
나는 요즘, 어떤 일이든 일단 해본다. 생각은 조금만 한다. 겁은 되도록 늦게 먹는다. 해보지도 않고 그만두는 일보다, 해보다가 그만두는 쪽이 훨씬 가치 있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작한 모든 일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시작하지 않으면, 내 안에 무엇이 맞는지도, 무엇이 재미있는지도, 도저히 알 길이 없다. 그저 나를 가만히 두고 고민만 한다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이란 건 결국 평생 생각으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를 만든 건, 그런 작고 소박한 시작들이었다. 해볼까,라는 생각 하나가, 내 삶의 방향을 바꾸었고, 평범했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실패가 두려웠지만, 실패를 통해 성장했고, 실수 속에서 나다움을 찾았다.
어쩌면 좋아하는 일이란, 애초에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손으로, 내 마음으로, 내 시간으로. 하고 싶은 일은 언젠가 우연처럼 찾아오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해온 일들이 어느 날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겁을 덜고, 생각은 줄이고, 행동을 먼저 한다. 결과가 어떻든, 나에게 또 하나의 가능성이 열릴 테니까.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그렇게 조금씩 나를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주니까.
한 줄 생각 : 좋아하는 일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다만 한 번 더 해본 그 시간 안에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