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증거
나는 소위 말하는 ‘빽’이 없다. 누구 하나 손 내밀어 줄 사람, 힘 있는 자리에서 등을 밀어줄 사람 없었다. 높은 사람들을 많이 모셔봤지만, 그들이 내 삶의 길을 터주거나 위태로운 순간에 다가와 손을 내밀어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곤경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마다, 나는 나 혼자였다.
누군가에 기대고 싶었던 순간이 왜 없었겠는가. 손하나 잡아주면 쉽게 건널 수 있었던 시간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었다. 손 내밀어도 돌아오는 건 허공뿐이었다. 결국 모든 짐은 나의 몫이었다. 감내하고, 부딪히고, 넘어서야 했다.
가끔은 억울하기도 했다. 왜 나에게만 이렇게 고통을 주는지. 왜 누구도 나를 대신해주지 않는가. 그런 생각에 울컥한 적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버티고, 견디고, 넘어서다 보니 문득 알게 되었다. 아무도 없었기에, 나는 스스로를 붙잡을 수 있었다는 것을. 누구의 덕도, 누구의 배려도 아닌, 온전히 나의 발로 걸어온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이력도 없고, 누구 앞에 자랑삼아 내세울 스펙도 없다. 하지만 나는 안다. 적어도 나의 삶은 내 힘으로 세워온 것이라는 걸. 누구의 그림자도, 누구의 간판도 아닌 나 스스로 쌓아 올린 시간의 무게라는 걸.
그래서 나는 비록 작고 느려도 조금은 떳떳하다. 비록 빛나지 않아도 부끄럽지 않다. 내가 한 일은 단순하다. 그저, 내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한 것뿐이다. 크든 작든, 화려하든 초라하든, 눈앞에 놓인 일에 성실했고, 마주한 순간에 진심이었다.
도움이 없었기에 나는 작은 기쁨에도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빚지지 않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내가 걸어온 길은 비록 구불구불했지만, 그 길 위에서 나는 나를 잃지 않았다.
사는 동안, 누구나 크고 작은 외로움 앞에 선다. 그때,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너는 지금까지도 해왔잖아.”
“조금 힘들어도, 괜찮아. 또 해내자.”
그 말이, 나를 다시 일으킨다. 그 말이, 나를 끝내 버티게 한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보잘것없는 인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삶이 얼마나 값진지, 이 시간이 얼마나 단단한지.
나는 자랑할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지만, 그 대신, 나의 몸과 마음을 바로 세울 수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다른 어떤 성공보다, 더 귀하고 단단한 나만의 증거다.
한 줄 생각 : 아무도 없었기에, 나는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