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과 말과 마음
젊은 시절,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큼 이목구비가 또렷했던 이들이 있다. 그들은 당대에 예쁘다는 소리를 숱하게 들었을 테고, 사진 속에도 늘 주인공처럼 자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그때의 윤곽은 흐려지고 눈빛엔 욕심이, 얼굴에는 불만이 담겨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반면 처음에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던 사람이 있다. 윤곽은 흐릿하고, 어디에 있어도 눈에 띄지 않던 사람. 그런데 세월이 흐를수록 그 얼굴이 이상하게 따뜻해지고 편안해진다. 꼭 오래 묵은 차처럼 은은한 향이 감도는 그런 얼굴.
내 아내가 그렇다.
누군가 "젊었을 땐 어땠어요?" 하고 묻는다면, 나는 웃으며 말한다.
"지금보다 덜 예뻤어요. 진심이에요."
예쁘다는 말을 반복할수록, 아내는 점점 더 예뻐졌다. 외모가 변한 게 아니라 얼굴에 담긴 기운이 달라진 것이다.
“요즘 왜 이렇게 예뻐졌지?”
내가 그렇게 말하면, 아내는 항상 정색하며 웃는다.
“아니거든. 그냥... 당신이 자꾸 예쁘다고 하니까 그 말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봐.”
“그러니까 내가 계속 얘기해야겠네. 연구 결과도 있어. 많이 듣는 말이 얼굴 근육에 영향을 준다잖아.”
“에이, 연구 결과는 무슨. 그래도... 고맙긴 하네.”
그 웃음은 참 묘하다. 미간 사이에 생기는 잔주름조차 예쁘고, 눈꼬리가 접히는 그 모습에서 따뜻함이 묻어난다.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은 그저 그런 중년의 남자 얼굴인데, 그 옆에서 웃는 아내 얼굴은 자꾸만 눈길이 간다. 아마 내가 오래도록 보고 싶은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내 말들이 정말 그 얼굴을 바꿔 놓은 걸까.
아내의 얼굴은 꾸밈이 없다. 하지만 아침에 나를 깨우는 그 목소리, 식탁 위에 반찬을 하나 더 얹는 손길, 피곤해 보인다고 조용히 내 어깨를 다독이는 그 손끝까지 모든 것들이 그 얼굴에 깃든다. 예쁨이란 결국 행동과 말,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녀가 매일 증명해주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누가 내 얼굴 예쁘다고 자꾸 말하니까 요즘 거울 보기 싫지 않더라. 하하, 이상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 들을 때마다, 네 얼굴이 진짜 그렇게 변해가는 걸 봐. 내가 눈이 나쁜 것도 아니고.”
이토록 소중한 사람에게 매일 예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 말 한마디로 아내의 하루가 환해지고, 나의 하루도 따뜻해진다.
한 줄 생각 : 예쁘다는 말은 얼굴을 바꾸고, 고맙다는 말은 마음을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