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사람이니까
세상에는 수많은 자리가 있다. 책상 위의 자리, 가정 안의 자리, 일터 속의 자리,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속 자리까지. 우리는 그 자리들을 채우며 살아간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나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은 있을지라도, 나를 대신할 사람은 없다.
회사에서 누군가가 떠나면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리를 채운다. 이름이 바뀌고, 명함이 바뀌고, 일의 방식도 조금씩 달라진다. 조직은 돌아가고, 일상은 다시 흘러간다. 그럴 때 우리는 깨닫는다. ‘결국 대체 불가능한 사람은 없구나.’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일은 대체될 수 있어도, 사람은 대체될 수 없다.
언젠가, 함께 일하던 동료가 회사를 떠난 적이 있다. 그는 평소에 조용했고, 특별히 눈에 띄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떠나던 날, 모두들 “그동안 수고했어요”라고 짧게 인사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하루가 지나갔지만, 이상하게도 사무실의 공기가 달라졌다. 그가 차 마시던 컵 하나, 매일 듣던 키보드 소리 하나, 그 작은 흔적들이 사라지자 공간이 텅 비어버린 듯했다. 누군가 그 자리에 앉아 일을 이어받았지만, 그가 남긴 자취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실감했다. “자리를 대신할 수 있어도, 존재를 대신할 수는 없구나.”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결을 지니고 있다. 말투, 습관, 시선, 생각의 흐름, 웃음소리까지 그 모든 것이 합쳐져 ‘나’라는 존재를 만든다. 비슷한 사람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사람은 없다. 그 미묘한 결의 차이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를 만든다.
세상은 종종 우리를 비교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나보다 더 능숙하고, 누군가는 나보다 더 부지런하다. 그들과 나를 나란히 놓고 보면, 언제나 부족함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 질문은 나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다른 누구의 방식이 아닌, 나의 속도와 나의 언어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
삶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라 고유성이다. 누구보다 앞서기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이 되는 일. 그것이 진짜 성장이고, 진짜 자유다. 내가 가진 생각, 말, 행동, 그리고 오늘의 선택들이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여도, 그건 오직 나만의 빛깔이다. 그 빛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다.
가끔은 거울 앞에서 나를 본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 깊어진 눈가의 주름, 오래된 상처의 흔적. 그 모든 것이 지나온 시간의 기록이다. 남이 대신 겪어줄 수도, 대신 살아줄 수도 없었던 시간들. 그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누구의 삶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야기. 그렇기에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서 오늘을 살아야 한다.
나는 더 이상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그 말속에는 나의 시간, 나의 방식, 나의 리듬이 담겨 있다. 세상은 늘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것을 요구하지만 나는 나의 걸음으로 걷는다. 그 걸음이 느리더라도, 그 길 위에는 나의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때로는 스스로 작아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세상에 똑같은 나란 존재는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소중하다. 내가 있어 세상이 완성되는 작은 조각이 있다면, 그 조각이 바로 나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이유다.
언젠가 내가 있던 자리에도 다른 누군가가 앉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나를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내가 남긴 온기, 말, 시선, 그리고 마음의 자취는 그 자리에 여전히 남아 있을 테니까.
그래서 오늘 나는 다짐한다. 누군가처럼 보이기보다, 나답게 존재하자. 비슷함보다 진정함으로, 비교보다 고유함으로. 그 길이 결국 나를 ‘하나뿐인 사람’으로 남게 할 것이다.
한 줄 생각 : 자리를 대신할 수는 있어도, 나를 대신할 수는 없다. 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