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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새로움은 있는 것일까?

먼저 낡은 생각을 버려야

by 서담

세상에 정말 ‘새로운 것’이 있을까.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세상이 나만의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시간에도 이미 수많은 이들이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새벽시장 불빛이 켜지고, 조간신문은 인쇄되고, 누군가는 벌써 아침운동을 마치며 하루의 각오를 다진다. 나는 그저 그들 중 한 사람일 뿐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가끔은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이미 누군가의 흔적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배우려는 것도, 이루려는 꿈도, 결국 누군가 이미 닿았던 길 위에 있다. 그렇다면 정말 새로움이란 존재하지 않는 걸까?


나는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움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에서 피어나기 때문이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새롭게 보는 눈만이 있을 뿐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새로운 것’은 사실 ‘새로운 시선’에서 시작된다. 같은 풍경도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다가오고, 같은 말도 듣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른 의미를 품는다. 해가 매일 뜨고 지지만, 오늘의 해와 어제의 해는 다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한 햇살, 어제보다 조금 더 느리게 움직이는 구름,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삶의 새로움도 그렇다. 아무리 익숙한 일상이라도, 마음을 새롭게 하면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같은 일을 반복하더라도,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다른 생각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 작은 차이가 삶을 바꾼다.


나는 새벽을 좋아한다. 그 시간의 공기는 아직 세상의 소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그 고요 속에서 내 마음의 목소리가 선명해진다. 하지만 예전엔 그 새벽을 경쟁의 시간으로만 여겼다.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야 성공한다.”

그 말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새벽의 가치는 ‘남보다 먼저’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먼저 귀 기울이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때부터 나는 새벽을 다르게 본다. 더 이상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그저 내 마음이 가장 깨끗한 순간으로 받아들인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속에서도 내 마음의 태도가 달라지니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움은 거창한 혁신이나 성취에서 오는 게 아니다. 가끔은 사소한 일상 속에서 피어난다. 늘 마시던 커피의 향이 오늘은 다르게 느껴지고, 익숙한 길 위의 나무 한 그루가 새삼 눈에 들어온다. 그건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조금 느려지고, 시선이 조금 넓어지고, 감정의 결이 조금 부드러워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본다는 건 결국 ‘내 안의 낡은 생각’을 내려놓는 일이다. 나는 가끔 너무 익숙한 생각의 틀 속에 갇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이건 이미 해봤던 일이지.” “그건 별 의미 없을 거야.” 이런 말들이 내 가능성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마음을 새롭게 하면 익숙한 일조차도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비슷한 하루가 이어져도, 그 안에서 내가 ‘새롭게 느끼는 법’을 배운다면 그건 여전히 성장이다. 누군가는 매일 같은 일을 하며 지루하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한다. 삶을 흥미롭게 만드는 건 환경이 아니라 태도다.


“같은 물이라도, 바라보는 눈에 따라 바다가 되기도 하고 웅덩이가 되기도 한다.”


세상은 언제나 같지만, 그 안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이 다르다. 마음을 새롭게 한다는 건 새로운 세상을 여는 일과 같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가 이미 걸었던 길 위를 걷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길이 될 수 있는 건, 내가 그 길을 나만의 시선으로 걷기 때문이다. 그 길 위에서의 내 감정, 내 생각, 내 배움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기록’으로 남는다.

그것이 바로 나에게 주어진 새로움이다.


새로움은 결국 마음의 습관이다. 늘 같은 하루 속에서도 감사할 줄 알고, 배움을 놓지 않고, 작은 것에서 의미를 찾는 태도. 그 마음이 있을 때, 우리는 늘 새롭게 살아갈 수 있다.


오늘도 새벽은 어제와 다르지 않게 찾아온다. 하지만 내 마음은 어제와 같지 않다.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새롭게 바라보는 나는 언제나 새롭다. 나는 이제 안다. 새로움은 세상 밖이 아니라, 언제나 내 안에서 피어나는 것임을.


한 줄 생각 : 세상은 이미 충분히 새롭다. 다만 내가 낡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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