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지켜보는 삶

아무도 보지 않을 때의 태도

by 서담

나는 종종 나 자신에게 묻는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이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같은 사람인가 하고. 다른 사람이 보고 있을 때와 보지 않을 때, 내 행동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는 사회라는 무대 위에서 살아간다. 그 무대에는 늘 관객이 있고, 그 시선에 맞춰 우리는 말투를 고르고 표정을 조절한다. 관계에 어울리는 거리와 태도를 익히며, 그렇게 ‘사회화된 나’를 조금씩 완성해 간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종종 나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데 있다. 나답지 않은 얼굴이 반복될수록 마음 한구석에는 설명할 수 없는 피로가 쌓인다. 잘 살아가고 있는데도,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감각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한 가지는 지키려 한다.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가질 수는 있어도, 그 페르소나로 나 자신을 속이지는 않겠다는 다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다른 얼굴을 꺼내 쓴다.


그것은 위선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기술에 가깝다. 그러나 그 얼굴들 사이에서 ‘진짜 나’가 사라지는 순간, 삶은 조용히 균열을 낸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다가, 정작 스스로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순간 말이다.


나는 나를 속이지 않으려 애쓴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직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는 도덕적 우월을 증명하기 위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선택을 반복하다 보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자존감이다. 타인의 신뢰보다 더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 자기 신뢰라는 사실을, 나는 살아오며 여러 번 확인했다.


가끔은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남았을 때도, 나는 여전히 지금과 같은 태도로 행동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그 삶은 이미 상당히 단정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단정함이란 완벽함과는 다르다. 실수하지 않는 삶이 아니라, 실수 이후에도 스스로를 외면하지 않는 삶에 더 가깝다. 나는 내면의 기본값을 중요하게 여긴다. 마치 기기의 초기 설정값처럼, 특별한 자극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마음의 상태 말이다.


그 기본값이 가지런하고 안정되어 있다면, 삶은 쉽게 요동치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상황의 작은 변화에 마음이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는다.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감정이 방향키를 쥐게 두지 않을 뿐이다.


이런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없이 흔들리고, 후회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다져진다. 나 역시 여러 번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너무 조심스러운 사람은 아닌지, 지나치게 스스로를 검열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깨닫게 되었다. 절제는 억압이 아니라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그만큼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준비가 된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종종 ‘솔직함’을 모든 미덕의 꼭대기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솔직함에는 반드시 성찰이 따라야 한다. 성찰 없는 솔직함은 타인에게 상처가 되고,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나는 차라리 조금 늦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는 편을 택한다.


그 침묵의 시간은 나를 가두는 족쇄가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다. 내가 나를 보고 있다는 감각은 삶을 조용히 단단하게 만든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고, 박수를 받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다. 평가는 언제나 외부에서 오지만, 기준은 내부에 있어야 오래 버틸 수 있다.


타인의 시선에 따라 오르내리는 자존감은 쉽게 무너지지만, 스스로 쌓아 올린 신뢰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고,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내가 나를 외면하지 않는 삶,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도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삶.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오늘도 나를 바라본다. 칭찬하기 위해서도, 책망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다만 확인하기 위해서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지, 그리고 내일의 나에게 넘겨줄 수 있을 만큼 단정한 하루였는지를.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삶은 이미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결국 삶은 거창한 선언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반복되는 태도, 아무도 보지 않을 때의 선택, 그 사소한 순간들이 쌓여 한 사람을 만든다. 내가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정직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직함은 조용하지만 오래가는 힘이 되어, 나를 나답게 지켜준다. 나는 그 과정을 믿는다. 흔들리지 않는 삶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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