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쾌활한 성격을 가진 직장 동료의 낯빛이 여러 날 째 어둡다.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시던 아버지께서 백혈병까지 더해져 근심이 커져만 간다. 혈소판 수치가 평균보다 현저히 낮아 긴급수혈과 주변 조금이라도 상처가 날 수 있는 모든 날카로운 부분들을 감싸 사고예방조치를 했단다.
언제까지 일지 기약 없이 계속되는 수혈과 골수이식만이 유일한 해결방법에, 필요한 공여자들의 조직검사마다 필요한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감마저 가진다고 한다.
한 사람의 작은 헌혈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몇 밀리리터의 혈액이 세상을 구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나의 작은 행동 하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생명이 구해질 수 있는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일 것이다.
헌혈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보이지 않는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 가지일 뿐이다. 말 그대로 나눔의 정신이 담긴 생명의 선물이다. 헌혈한 피는 응급 상황에서 신속한 치료를 가능케 함은 물론 수술을 받는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생명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혈액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병일 경우 결정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헌혈은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관리에 보답이 된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하고 싶다고 모두가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생명 나눔의 아름다운 행위이지만 이에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일정한 나이와 몸무게를 가져야 하며 건강 상태도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만성 질환이나 감염병에 걸려있거나 특정 기간 동안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면, 헌혈이 제한될 수 있다. 외국여행을 다녀온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제한을 두기도 한다. 특정 기간 동안 약물을 복용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헌혈을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넘어간다. 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일이 나 자신과 다른 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소중한 약속이 되었다. 비록 작은 행동일지 모른 지만 자신을 생각하는 것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많이 변화했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다시 한번 내 마음에 다짐하고 약속한다. 한 권의 책 속 주인공처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의 헌혈은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