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휘몰아치는 시대, 정보의 파도에 휩쓸리듯 살아가고 있다.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면서 마치 길게 늘어진 다리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고단한 발걸음을 내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무한한 정보의 바다에서 떠돌아다닌다는 생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이 가끔 나를 조여 온다.
그러나 나는 고요한 깊이를 바라보며, 단순한 속도 경쟁에 집착하는 것이 무의미함을 깨닫는다. 속도에 숨어있는 깊이를 놓친 채 달려가면, 마치 미로 속을 헤매듯 방황하게 된다. 이 시대에서도 속도와 함께 깊이를 갖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서도, 왜 깊이를 갖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을까?
혹시 그것은, 스스로가 '살아있다'는 감각을 다시 느끼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다.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을 멈추고, 더 깊이 생각하고 느끼며, 차분한 내면 속에 머무르고 싶은 욕망이다. 속도의 세찬 흐름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나의 간절한 소망이 깃들어 있다.
깊이는 단순한 정보의 양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을 투자하고, 사유하며, 체험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풍요로움을 찾아온다. 어떠한 지식이라도, 마치 잔잔한 강물처럼 꾸준히 흐르는 물결에 따라 변화하면서 내 마음에 깊이를 더해주리라 믿는다.
과거에는 무언가에 깊이 빠져들기 위해서는 유인에 따라 느긋한 시간을 허락해야 했지만, 지금은 급한 일상에 쫓겨 미미한 순간조차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속도와 깊이는 상호보완적이다. 단순한 효율성과 성취만으로는 깊이를 채울 수 없다. 느리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 속도를 내면서도 깊이를 살아가는 방식이 지금 시대의 지혜와 해답일지도 모른다.
속도보다 깊이가 필요한 시대에서, 나는 빠르게 변하는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내 안의 소중한 깊이를 발견하고자 한다. 삶의 속도를 증폭시키면서도 마음의 깊이를 유지하는 그림자 속에, 나만의 평온한 정원을 가꾸어가고 싶다. 이제 더 이상 무작정 속도에 휩쓸려 달려가지 않고, 조금 더 깊이, 정성스럽게 걸어가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속도보다 깊이를 보는 눈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