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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이창 Jan 19. 2021

명품백과 바꾼 첫 엑싯exit

2014년

꾸준하게 박람회를 나가서 제품을 판매하고 홍보하며 가까스로 생존이 가능한 수준에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다. 직접적인 B2C 매출도 조금씩 늘긴 했지만 B2B로 우리 제품을 가져가서 판매하는 업체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그 업체들 중 가장 많은 수량을 소화하고 있었던 대표님은 다양한 제품군들을 마케팅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계셨지만 그중 플렉스파워 크림과 그 시장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셨다. 많은 벤더들을 운영하는 것에도 리소스가 들어가다 보니 가장 많은 물량을 매달 가져가서 판매하시는 대표님께 총판권을 드리고, 본사는 마케팅에 무게중심을 두고 세일즈는 총판을 믿고 거래를 하게 됐다. 총판이 생김으로써 초반에는 이익적인 부분에서 우리의 몫이 줄었지만, 총판을 통해 전체적인 매출 볼륨이 커지니 결국에 우리에게도 이익적으로도 긍정적이었다. 그렇게 거래를 지속하면서 신뢰관계를 더 깊게 가져갈 수 있었고, 그것이 내가 사업을 하며 경험해 본 기존에 이해관계가 없었던 외부자와의 첫 파트너의 관계였던 것 같다.   


벌써 햇수로는 4년 차에 접어든 나의 첫 사업은 시작했던 그때의 생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나처럼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줄 알았던 우리 제품은 내 나이 또래보다는 40-50대에 골프를 즐기고,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마케팅을 하고 싶어도 그 연령대들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매체를 접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20대인 나는 알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반면에 우리 제품을 좋아하는 타겟들과 연령대가 비슷했던 총판 대표님은 보다 수월하게 소비자들에게 접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총판 대표님께서 이 브랜드를 직접 운영해보고 싶다고 말씀을 주셨다. 총판의 역할이 아닌 미국 본사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며 만들어가 보고 싶다는 의지를 말씀 주셨다.

압구정 갤러리아에 입점했던 위풍당당한.... 모습

나는 2011년 여름부터, 플렉스파워를 3년 반 운영했다. 매년 성장하며 매출을 내었기에 나는 미국 국적의 파트너를 통해 지분도 꽤나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의 발품들이 쌓여 조금씩 사람들에게도 알려지고 있었고 브랜드를 더 성장시킬 수 있다는 욕심도 여전히 있었다. 하지만 총판 대표님과의 협업을 통해, 이 분이 나보다 시장에 대한 이해도나 브랜드의 성장을 만드실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에 브랜드 운영 권한을 양도하며 매각하기로 마음먹었다. 2011년 여름부터 시작한 나의 첫 번째 창업은, 2014년 겨울 작지만 엑싯exit 이라는 경험으로 마무리되었다. 결국 내가 들인 시간, 돈, 노력에 비해서는 많은 금전적 보상이 남은 엑싯은 아니었으나 무언가 매듭을 지었다는 것과 3년 반의 경험들이 내 자산이 되었을 거라는 믿음으로 그 거래도 충분히 행복했다.


2014년에 직원들과 맥주를 마시며 2분기를 결산했..었구나

졸업을 하고 부모님께는 친구들보다 1년에서 1년 반 이른 졸업으로 생긴 시간 동안에 사업을 해보고 성과가 없다면, 친구들이 졸업하는 쯤에 나도 취업을 하겠다고 약속한 후 시작한 창업이었다. 사실 첫 일 년을 운영했지만 내 수중에 남은 돈은 300만 원 정도였다. 하루에 몇 개 팔리지도 않는 크림을 팔겠다며 혼자 테이핑하고 배송하는 아들의 모습이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우셨을까. 엄마는 불안한 마음에 집에서 마주칠 때마다 이제라도 취업을 하든 공무원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 난 일 년을 영업하고 남은 내 전재산을 털어 엄마의 명품백을 사서 선물로 드렸다. 돈이 있어도 본인에게는 쓰시지 않는 우리 엄마의 첫 루이비통 백이었다. 선물을 받으시고 엄마는 일 년만 더 해보라고 마지못해 말씀하셨다. 그다음 해에는 일 년을 마무리하니 500만 원 정도만 남았길래 그 해도 다 털어서 샤넬백을 사드렸다. 그제서야 엄마는 아들이 사업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아들의 전재산이었는데.. 그렇게라도 일 년 더 도전해볼 수 있다는 것이 내게 더 컸던 것 같다. 그렇게 3년 반의 첫 창업은 내가 매년 전재산과 맞바꿔 만든 시간과 가족들의 지지 안에서 첫 엑싯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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