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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이창 Jan 27. 2021

돼지코팩으로 시작된 두 번째 창업

2015년

2014년 말, 첫 번째 창업했던 플렉스파워코리아의 매각을 마무리 지을 때쯤 비슷한 나이에 창업을 한 친구들을 소개받는 자리가 있었다. 다들 하고 있는 업종들은 달랐지만 비슷한 나이에 창업을 했었고 그랬기에 창업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는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플랫폼 사업, 마케팅 회사, 앱 개발, sns 커뮤니티 (당시에는 facebook에 있던 정보공유 페이지) 등을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거나 매각 경험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겐 오히려 생소한 영역인 스포츠 크림을 수입하고 한국에서 그 제품을 oem을 해서 생산까지 해 본 화장품 제조, 유통을 경험한 포지셔닝 정도였던 것 같다.


2014년 말에는 한참 facebook이 국내에서도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였다. 그때는 지금과 같이 팔로워가 많은 개인 인플루언서는 극소수였고 대부분 정보 또는 유머를 받아보는 페이지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그 페이지들은 적게는 50만 이상 팔로워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정보나 유머 이미지들 마지막에 영화나 앱 광고를 넣어서 광고 수익을 올리는 페이지를 운영하는 대표를 중심으로, 다들 본업은 있으니 프로젝트성으로 상품을 판매해보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왔다. 한 대표는 상품을 판매할 홈페이지를 만들기로 했고, 한 대표는 상품을 페이지에 올려서 마케팅을 맡겠다고 했다. 물론 내 역할은 판매할 상품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누가 먼저 진행해본 방법도 아니었고, 가볍게 시작해보는 거니 혹시라도 매출이 나오면 200-300만 원씩이라도 각자 수익을 가져가서 용돈이라도 하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맡은 역할을 해서 매주 합정역 할리스커피에서 미팅을 가지기로 했다.


라떼는.. 이런 페이지가 유행이었다. 찾아보니 40분 전에도 유머글이 올라왔음.

플렉스파워 상품도 처음에는 미국에서 직수입을 해서 판매를 했었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이라는 메리트도 있었지만 그보다 미국 본사를 통해 구매해야 하는 상품원가와 항공 배송비가 높았다. 그렇게 높아진 상품원가는 고스란히 소비자가로 연결되어 높은 소비자가를 세팅할 수밖에 없었다. 매출이 나와도 사실상 이익이 높을 수 없는 구조에서 첫 1-2년을 보내다가 같은 매출이어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OEM 생산을 미국 본사에 제안했다. 본사에서는 한국 생산에 대한 상품 퀄리티 우려도 있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산 배합 등에 대한 노출을 꺼려해서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는 회사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에 미국 본사에 로열티를 제안했고 직접 발품을 팔아 찾은 화장품 제조업체에서 샘플링한 제품들을 본사로 보내면서 어렵지만 국내 생산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그렇게 첫 인연을 맺었던 화장품 제조업체가 있었기에 나는 프로젝트를 위해 화장품 제조업체 이사님을 찾아뵙고 판매가 가능한 상품들을 모아서 할리스커피로 향했다.


내 기억엔 10가지 정도 상품들이 있었다. 마스크팩, 수분크림, 앰플, 입술 패치, 그리고 돼지코팩...  

우리는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니 모든 상품들에 대한 소개들을 이미지로 만들어 커뮤니티 페이지에 올렸다. 그 상품 소개 이미지 위에는 자사몰로 연결되는 링크를 두고 소비자들이 설득이 되면 자사몰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50만에서 80만이 넘는 유저들을 보유한 페이지의 노출량은 엄청났고 생각 이상으로 상품들의 매출들이 나기 시작했다. 다양한 상품들을 테스트해보며 판매했지만 유독 코팩의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당시에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양수빈 님에게 영상으로 상품을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요청드렸고 그에 대한 광고비를 약속했다. 지금은 크리에이터들을 통한 앞 광고다 뒷 광고다 하는 광고가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그러한 구조가 없었기에 양수빈 님도 홍보영상을 만들고 포스팅하는 것에 대한 적은 광고비에도 고마워하셨다.


우리도 몰랐던 돼지코팩 열풍의.. 시작


하지만 양수빈 님이 포스팅한 상품 홍보 영상은 터졌고, 300만 이상이 영상을 보고 상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밀려들어오는 주문량에 각자 300만 원 정도 용돈 하면 좋겠다는 우리는 그 달에 5억 이상의 매출을 냈다. 지금은 영상을 통해 상품을 홍보하고 매출을 내는 '미디어커머스' 'V 커머스' 라 불리는 판매방식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각자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 구조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우리는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나의 두 번째 창업, 미팩토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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