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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이창 Feb 09. 2021

첫 번째 투자 유치, 그리고 세 번째 창업

2016년 여름 가을

미팩토리 창업 후 18개월이 지나갈 때쯤, 이미 우리는 3번의 사무실 이사를 거쳐 겨우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다. 그 정도로 회사의 성장 속도는 빨랐고 2년 차에 우리는 주변의 벤처캐피탈에서 투자 제안들을 받게 되었다. 첫 번째 사업에선 투자를 받아본 적이 없었고, 그렇기에 나에게는 첫 번째 투자 유치였는데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이슈가 있었다. 미팩토리 창업 자체가 이후 있을 투자 유치나 엑싯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세팅했던 법인이다 보니 함께했던 대표들이 모두 비슷한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창업자들의 비슷한 정도의 지분 세팅은 투자자들에게는 위험 요소였고 한 명의 대표자를 세우기를 요구했다.


누군가 대표 역할을 해야만 했고 그 책임에 상응하는 지분을 한 명의 대표가 확보해야만 그 이후의 투자 유치와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다. 18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들을 다른 대표들과 함께 일을 하며 내가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언제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가져오는 리턴은 그만큼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창업 초기 우리는 페이스북 마케팅을 진행하며 하루에 어느 정도 광고비를 태울 것이냐에 대해서 늘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계산했다. 오늘 우리가 광고비를 지불한 크기에 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이 이어진다면, 점진적으로 광고비를 늘려나가는 것도 이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했다. 우리가 늘 하루에 10-20만 원 정도의 광고비를 지불하고 있었던 때였다. 그동안 잘 나와주던 매출도 정체기를 겪고 있었고 모든 멤버들은 야근을 불사하고 더 이상 매출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찾지 못해 고생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그때, 대표들 중에 합리적인 판단보단 직감으로 판단하던 친구가 광고비를 하루에 500만 원으로 올려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광고를 집행하는 직원은 본인의 한 달 급여보다 많은 하루치 광고비를 집행해야 함에 부담을 느꼈고 옆에서 의사결정을 지켜봤던 나 역시 선뜻 그러자는 말을 하지 못했다. 믿져야 본전 아니냐는 그 친구는 과감하게 결정했고, 하루 광고비를 그렇게 높였음에도 오히려 이전보다 더 좋은 효율을 통해 매출이 계단식으로 성장했다.


막혀있던 매출 성장이 뚫리니 기분을 좋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게 됐다. 과연 나라면 그런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근거도 없었고 오로지 직감이었다. 나는 그 같은 직감이 들었더라도 이 결정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을까. 그러하지 못했을 것이다로 결론지어졌고 기뻤던 날이었지만 한편 무력함도 함께 느꼈다.


내 경험에서 온 인사이트이지만 그 날의 기억은 강렬해서 내가 사업의 사이즈를 더 키우기 위해서는 비논리적이지만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겼다. 그 능력을 키워야 함을 인지하고 늘 노력했지만 평생을 효율적으로,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살아왔던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회사를 성장시킬 대표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고, 나는 나의 지분을 줄이더라도 그 결정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우리 회사를 대표하고 의사 결정하고 직원들을 이끌어주길 원했다. 작은 회사에 더 많은 지분을 가지는 것보다, 더 큰 규모의 회사의 적은 지분이 절댓값으로도 더 클 것이라는, 그 대표와 회사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나는 소수의 지분을 남기고 대표이사 직책을 내려놨다.



그렇게 2016년 10월, 우리는 30억 가량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미팩토리는 내가 아닌 새로운 대표와 더 큰 성장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지금은 이유도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팀을 세팅하고 3번째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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