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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이창 Feb 16. 2021

30년 전통의 화상병원에서 만든 재생크림

2016년 겨울

미팩토리 대표 타이틀을 내려놓고 나는 회사 내에서 주요 의사결정보다는 서포팅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지분이 줄었고 의사결정의 권한도 그만큼 줄었으나 여전히 투자를 받은 회사의 성장과 새로 대표를 맡게 된 친구에 대한 믿음은 같았다. 돼지코팩으로 시작한 회사였지만 어느덧 머지(색조), 바디홀릭(퍼퓸) 브랜드도 추가로 런칭했고 모두 올리브영에 입점하여 그들의 성장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중이었다.

2016년, 그때쯤엔 기초 화장품 시장에서는 더마코스메틱이라고해서 약국 화장품 컨셉이 성장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베이스로 한 브랜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주변에서는 꽤나 괜찮은 매출을 내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들려왔다. 하루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자주는 아니었지만 몇 번씩 인사는 나눴던 선배가 저녁을 먹자고 해서 강남 쪽에서 약속을 잡고 찾아갔다. 졸업한 이후로 한국에서는 처음 만나게 됐고 서로의 근황을 나눴다.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선배는 가족사업이 병원 비지니스여서 그 병원에서 대표를 맡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선배의 가족이 운영하는 병원은 화상병원이었다. 가끔 뉴스에서 화재 소식을 보게 되면 한 번씩 들어봤던 화상병원이었다. 우리나라에 화상전문병원이 있다는 것도 선배랑 대화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선배 가족이 운영하는 화상병원은 국내에서 규모도 가장 큰 곳이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처럼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병원이 아니었기에 선배가 들려주는 화상병원 스토리는 흥미로웠다.


반대로 선배에게는 처음 시작했던 스포츠 크림 사업과 지금은 비디오 커머스를 통해 코팩과 다양한 브랜드들까지 확장하게 된 근황을 전했다. 사실 선배가 오늘 저녁을 먹자 했던 이유는 화상병원에서도 병원 내에서 사용하던 재생크림을 병원에 있는 환자분들이 아닌 대중에게 확장하려고 준비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 말했다. 어떻게 마케팅을 하면 좋겠냐며 조언을 내게 구했고, 그 순간 병원 이름을 단 브랜드가 아니라 이 본질적인 가치를 담은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면 시장에서도 수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미 나는 어떤 브랜딩을 하면 좋을지, 팀은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를 그렸다.


며칠이 지나고 선배에게 이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병원 회장님과 저녁식사를 잡겠다고 했다. 장소는 병원 본사 근처의 횟집이었다. 횟집에서 가장 큰 다다미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회장님이 앉아 계셨는데, 맨손으로 치열하게 살아오며 국내 최대 규모의 화상병원을 일궈낸 사람이란 걸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당시에 나도 창업한 회사와 브랜드들도 잘 되고 있었을 때였기에 기세가 좋았던건지;; 그 회장님 앞에서도 겸손은 커녕 호기롭게 그리고 확신에 차서 큰소리를 뻥뻥 쳤던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다음 날 선배는 회장님이 배짱 하나는 좋은 친구인 거 같은데  잘해보라는 격려를 남기셨다는.


당시 팀장이 준비했던 정용진 부회장님st 품평회;;


늘 창업을 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낼 때면. 나에게 얼마나 확신이 있느냐를 떠나서 런칭할때쯤에는 늘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고 나의 배짱과 호기로움과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기에. 하지만 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를 기획할 때는 이 브랜드는 성공적으로 런칭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제품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가치 때문이었다. 30년 가까이 화상병원에서 화상 환자들의 수술 이후에 재생을 위해 써왔던 재생크림이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가 아닌 화상병원에서 환자를 위해 개발하고 사용해왔던 제품의 성분을 유지하고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충분히 느낄만한 패키징과 브랜딩을 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그렇게 2016년 10월,  어니시 honesi 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내가 본 시장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역시나 런칭은 긴장되고 떨렸다.


좋은 성적표를 받고 팀회식을 하며 올렸던 포스팅

 다행히도 런칭   6 정도의 매출을 냈고, 나는 새로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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