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년
그렇게 생활도감 브랜드 런칭까지 마치고 2017년을 마무리했다. 동시에 미팩토리 기존의 브랜드들은 대표 친구가 메인이 되어 잘 이끌어주고 있었다. 투자유치 이후에 회사는 계속해서 성장 중이었고 동시에 내가 런칭한 브랜드들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기에 기분 좋게 2017년을 정리하며 종무식을 가질 수 있었다.
투자유치 이슈로 50% 이상의 주식을 가진 대표가 필요했고 그 이유로 내 지분을 대표를 맡은 친구에게 일부 양도하고 100% 미팩토리와 이해관계가 연결되지 않은 두 브랜드를 런칭하게 됐었다. 그 시기에도 메인은 대표 친구가 주도권을 가지고 진행했지만, 미팩토리 운영에 있어서 내가 서포트할 수 있는 영역에선 내 역할을 하고 있었다. 회사는 성장하고 있었으나 퀀텀점프가 필요한 시기라 느꼈던 대표 친구는 내게 다시 지분을 양도해서라도, 심지어는 1대 주주에 대표 역할을 다시 나에게 주더라도 다시 힘을 모아서 회사를 성장시켜보자는 제안을 했다.
달콤한 제안이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가 제안한 대표 역할과 1대 주주가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미팩토리와 100% 이해관계가 일치되지 않은 브랜드들을 운영하다 보니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들만 할 수가 없었다. 어찌 됐든 회사다 보니 인사, 회계, 총무 등 관리적인 업무들도 점점 내 일들로 들어오기 시작했었고 그러한 업무들에 있어선 내가 전문가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즐겁지도 않았다. 처음 미팩토리를 세팅하면서도 이 대표 친구가 가진 과감한 결정에 대한 리스펙트는 여전히 있었고 나는 아직 그런 면에서 부족했다. 더 큰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나는 이 대표 친구가 필요했고 그걸 이용해서 대표 타이틀을 가져오고 싶다거나 주식을 늘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러한 나의 마음을 그대로 전했고, 100%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았던 나의 브랜드들을 미팩토리에 양도했다. 외부 회계팀을 통해 브랜드들의 실적에 맞춰 가격을 설정하고 투자자들의 동의를 받은 후 그에 상응하는 만큼 나는 미팩토리 주식을 다시 받았다. 엑싯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소박하지만 내가 기획한 브랜드들을 다시 미팩토리 품에 안길 수 있었고 우리는 100%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었다. 모든 구조는 이전과 같았다. 내가 바랬듯 대표 친구가 계속해서 대표를 맡았고 1대 주주의 포지션도 그 친구가 유지했다. 나는 다시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2018년 여름쯤, 대표 친구는 최근에 몇 차례 우리 회사 쪽으로 매각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었고 앞으로도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보였기에 나는 매각하지 않기를 바랐다. 2015년에 설립한 법인이니 벌써 햇수로 4년 차이기도 했고, 대표 친구는 같이 미팩토리를 하면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서인지 조금 더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매각의 그림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대표이자 1대 주주이거니와, 처음 함께할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나는 그 친구의 선택의 타이밍을 신뢰했기에 이번에도 원하는 대로 진행해도 좋다고 했다.
우리 회사를 매수하고 싶어 하는 몇몇 회사들과 대표 친구가 미팅을 진행하고 진행 상황에 대해 종종 업데이트해줬다. 이 정도 규모에서의 매각은 쉽게 진행되지 않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바로 전날에도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던 매각 작업이었기에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 나는 궁금해하지도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던 하루는 적극적으로 우리 회사를 매수하고 싶어 하는 대상자가 나타났고 생각보다 속도도 빠르게 진행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나는 매각금액은 관심이 없다고 했고 긴 기간 락업에 걸려 대상 회사에 구속되어 일하는 구조만 아니라면 모든 것이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대상자와 첫 킥오프 미팅을 갖게 됐다.
매수를 원하는 대상 회사는 IMM이라는 사모펀드였다. 우리나라 토종 펀드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고 들었던 사모펀드였다. 이미 몇 년 전에 미샤와 어퓨라는 코스메틱 브랜드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앤씨라는 회사를 인수했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를 찾다가 우리를 찾아왔던 것이었다. 상대가 인수한 후에 회사 밸류를 키워서 다시 매각하여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였기에 우리의 매각작업도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그렇게 첫 킥오프에서 계약서 날인까지 3개월 내에 진행이 됐고 11월쯤 외부로도 매각 소식이 오픈이 됐다.
그렇게 2018년 말, 나는 엑싯을 했다.
2015년 페이스북의 등장과 함께 얼떨결에 시작한 회사를 4년을 꽉 채워 매각했고, 시작과 마찬가지로 엑싯마저도 내겐 얼떨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