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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이창 Jul 19. 2021

나는 왜 나를 탐구하는가

판교에서의 3 달

회사를 매각한 것이 18년 말이었다.

경제적 자유와 함께 찾아온 것은 이젠 그 자유를 잃고 싶지 않아 작아져버린 나의 꿈이었다. 소박해진 나의 꿈은 내가 살아갈 이유를 점점 지우기 시작했고 그렇게 무기력함을 느꼈던 것이 19년이었다.

거창한 꿈을 다시 세워보는 것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잘하던 것이 아닌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겸손함을 배우고 이를 통한 진화였다. 충실하게 그 진화만을 따랐던 것이 20년이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가슴이 설레는 꿈이 생겼고 그 방향에 맞는 태도를 지니기 위해 내가 사는 환경을 바꾼 것이 올해 4월이었다.


행복하기 위해선 성공의 기준이 나로부터 세워져야 함을 깨달았고, 그 기준을 세우기 위해 오롯이 나에 대한 질문과 탐구에만 시간을 쓰기 시작한 지 3달이 지났다.


이사한 판교 집의 거실에는 예전처럼 소파를 두지 않고 큰 책상을 두었다. 지금 시점에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집에서 가장 큰 면적을 가진 거실에 있었어야 했다.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탐구였고, 탐구에 가장 적합한 구조로 거실을 배치했다. 그리고 책상 뒤 거실 벽면에는 탐구를 하며 찾아낸 나에 대한 단서들을 하나둘씩 오려 붙이기 시작했다.



나를 탐구하는  있어 다른 사람과의 대화보단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했기에 혼자 차를 운전해서 가는 부산 여행을 계획했다. 5시간을 넘게 운전해 부산을 가서 바다를 보고 다음날  운전해 돌아오는 길에, 충주의 수주팔봉에 들렀다 다시 판교로 돌아온  채운 2일의  홀로 여행을 통해 나를 알아가기 위한 단서들을  모을  있었다.



탐구의 또 다른 방식으로, 인생의 목표가 경제적인 성공이 되기 이전의 순수했던 시절의 나를 찾다 보면 그 안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 날을 잡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운동장을 보고 교실을 보니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어있었지만 다행히 내 기억과 그대로인 공간들도 남아있었다. 그 공간들이 주는 힘을 통해, 초등학생의 나는, 중학생의 나는, 고등학생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어떤 친구였는지, 그 당시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천천히 그리고 선명히 떠올려보았다.



그렇게 찾은 단서들을 이리저리 맞춰보고 사유하는 시간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다. 조금씩 다른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지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기준들이 세워지고 있다. 건강해지고 있음이 느껴지고 매일매일 단단해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내일이 기대가 되고 내년이 기대가 된다. 나로부터 나온 기준을 통해 방향을 잡으니 이제는 더 이상 조급하지 않다. 아직도 공부할 것이 많으나, 공부할 것이 많음에 즐거움을 느낀다. 이런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그들과 나누는 대화도 즐겁다. 나만의 것이 만들어지니, 나만의 것을 가진 다른 필드의 사람들과 그것을 나누는 대화에서도 희열을 느낀다.



오직 나에게만 적용될, 내가 행복하기 위한 기준을 세우는 데 과거의 나는 어떤 노력들을 했었는지 기록하기 위해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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