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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hyuk kim Nov 20. 2017

그냥 더 많은 영화가 보고 싶다는 말

시네마테크 회원가입기, 그리고 

시네마테크대전에 회원가입을 했다. 가입비와 매달 얼마간의 회비가 나갈 거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앞으로 아트시네마에 더 꼬박꼬박 나가게 생겼다. 없는 팔자에 영화라니. 뭐 어찌 되겠지. 이젠 회원가로 영화 본다. 신난다. 


실은 얼마 전부터 고심하다가 드디어 가입을 하게 됐다. 내심 흐뭇해 하는 게 눈에 보일까봐 올리지 말까 싶었지만 이거 아무도 안 부러워할 거 같아서 그냥 올린다. 이게 요즘 말하는 '가치 소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허울 좋은 탕진이 아닌가 싶다. 여전히 신난다.


회원이랄지 후원이랄지 그런 수식어가 붙었지만 거창한 명분은 없다. 그냥 매달 영화 한 편 공짜로 보고 그 뒤론 회원가로 보고 싶어서 가입했다. 싸게싸게 보고 싶어서. 그리고 일단은 보고 싶은 영화를 틀어주는 곳이 있었으면 해서. 사라지지 말고 오래오래 있었으면 해서. 고양이 밥값도 필요할 테고.


그러고 보니 얼마전 학과 내 영화동아리 학술제를 보러갔다. 프로불참러로서 무어라 말하기 민망하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영화란 즐거운 것이니까. 그걸 만든 사람들과 함께 보는 일은 더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대체로 멜로의 형식을 띤 영상들이 많았다. 속으로 반가웠다. 늘 심각한 영화나 보러다니는 듯 싶지만 멜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다. 어떤 이들은 멜로 영화를 가벼운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실은 그렇지 않다. 


멜로는 세상이 따돌린 사람들이 만나 세상을 따돌리는 가장 급진적이고 단호한 장르라고 나는 생각한다. 멜로는 때로 통속에 곁을 내어주기도 하지만 허리춤엔 늘 가느다란 칼을 품고 있는 셈이다. 그 선연함에 베여 본 사람들이 다시 멜로 영화를 본다.


친구놈도 영화 한 편을 틀었다. 제목이 <Into the night>이다. 간밤엔 무슨 일이 있었나. 사실 보고나서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아리송한 영화를 만드는 게 이 놈의 특징이다. 그리고 그 영화들이 여전히 좋은 나도 변태다.


영화에 대해 가타부타 할 말은 없고 강의실을 뒤로 하고 걸어오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동기로서 관객으로서 띄워올린 뜬구름이다.


요즘 문화예술교육에 촬영담당으로 참여하고 있다. 무용 시간에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처음 무용을 배울 땐 기성 음악에 맞춰서 추면 안 된다고. 그럼 음악이랑 몸이 따로 논다고. 각자에게는 가장 편해하는 소리가 있으니 그걸 찾아야 한다고 말이다.


친구의 영화에선 늘 비슷한 소리가 난다. 한 블럭 떨어져서 들리는 대학가의 웅성거림, 대로변에서 차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소리, 영혼없이 경쾌하게 열리는 도어락 소리, 캠퍼스 외진 곳에서 나방이 꼬이며 전등이 파지직거리는 소리. 


촬영 장소가 한정된 탓일수도 있지만 나는 그 소음과 소리들이 친구에 대해 조금이나마 말해주는 소리가 아닐까 한다. 물론 이걸 안다고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지만. 소리에도 몸을 누일 수 있다면, 그 친구를 찾고 싶다면 우리는 그런 곳으로 가야만 한다. 골치 아픈 일이다.


또다른 골칫거리는 친구의 영화 속에선 사람이 앞으로 걸어오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죄다 등을 보이며 저멀리 걸어간다. 앞으로 앞으로. 소실점을 향해 걸어가는 인물들.


어느 누구도 목적지를 향해서 가질 않는다. 차라리 답을 찾아서 간다는 편이 옳겠다. 질문을 가지고 과거로 소급해 들어가는 인물들. 친구는 그게 영화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모르겠지만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도 지지한다. 가능하면 오래도록 함께 걸어가고 싶다.


왜 이렇게 말이 길어졌는지 모르겠다. 그냥 더 많은 영화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더 많고 더 다양한 영화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라면 영화도 예측불가능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예측불가능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 경외와 찬사를 보낸다. 보는 건 내가 할 테니.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너무 잘 봤어요. 고마워요 다들. 이 말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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