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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hyuk kim Apr 15. 2018

친절하기는 쉽지만 다정하기는 쉽지 않은 세상에서

어느 독자의 물음에 답하며

남의 말을 흘려듣는 편이다. 누가 뭐라든 내 생각을 고수하겠다는, 엉뚱한 고집을 가지고 있어서다. 화자가 독자라면 조금 다르다. 좋든 싫든 독자의 말은 황금이니까. 들은 뒤에 한 번 더 곱씹게 된다.


얼마 전엔 내 글이 많이 쉬워졌다는 평을 들었다.(여기서 예전이라 함은 2년 전쯤 인스타그램에 한창 글을 많이 쓰던 시기를 말한다.) 문체가 유연해지고 다정해졌다는 것이다. 쉬운 글과 다정한 글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내 글이 독자에게 조금 더 친절해졌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의도가 조금은 전달된 것일까. 나는 웃으며 틀린 말은 아니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언젠가부터 조금 더 친절한 글을 쓰고 싶었다. 언젠가 비슷한 요지의 글을 적었는데 예전의 나는 탑처럼 솟은 글을 쓰고 싶었다. 독창적이고 신선한 글. 다른 사람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을 시야와 관점으로 멋들어진 문장을 적고 싶었다. '대단하다'라는 식의 칭찬을 받고 싶었다.


지금은 조금 다른 꿈을 꾼다. '나도 그랬는데'라는 소감을 듣고 싶다. 감탄보다는 공감을. 누구나 겪었을 경험과 감정으로 글을 써내고 싶다. 공부를 하다가 좌절하고 시험에는 떨어지고. 사람은 어렵고, 나는 더 어렵고. 살다가 마주하는 그런 이야기들.

 

어려운 단어도, 유려한 표현도 없지만 꼭 내 얘기 같은 글을 만나본 적 있는지. 아마 한 번쯤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그게 얼마나 큰 위로인지 깨달은 뒤부터 매일 같은 꿈을 꾼다. 위로 솟은 탑이 아니라 옆으로 뻗은 다리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누군가와 이어진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평을 들려준 사람은 예전 스타일의 글에 좀 더 읽는 맛이 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건 스타일이나 글의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실 내가 글쓰기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면이나 빵처럼 글도 반죽에 들이는 품에 따라 맛이 결정되니까. 반성해야지. 역시 게으름은 금세 탄로 난다. 


좋은 글은 쓰기 어렵다. 독자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친절한 글은 쉽지만 다정한 글은 쉽지 않다. 누군가를 만나 굳은 가면으로 친절하기는 쉽지만 다정해지기는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친절함을 넘어 진솔하고 성실하자. 다정해지자. 그렇게 스스로에게 속삭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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