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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hyuk kim May 28. 2018

경계 없는 바다가 나에게 말했다

바다의 땅, 통영을 다녀와서

통영을 다녀왔습니다. 1박 2일의 일정을 마친 지금,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편안하네요. 즉흥 여행이 주는 선물일까요.     


통영은 처음이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주변에 물어물어 드디어 일정을 짜고 터미널에 도착했지요. 조금 야속하게도 통영의 날씨는 많이 추웠습니다.     


날이 흐린 탓에 많은 곳을 둘러보진 못했습니다. 통영은 기대 이상으로 많은 즐길거리가 있었지만 야외 활동은 언감생심이었어요.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수확은 있었습니다. 갑오징어가 제철이더라고요. 냉큼 회를 떠다 먹었습니다. 물론 광어도 먹고 우럭도 먹었지요. 참고로 '모듬회'가 아니라 '모둠회'가 바른말입니다.     


잠을 청하기로 결정한 숙소의 밖으로는 바다가 보였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곤 깜짝 놀랐습니다.      


통영이 처음이었으니 통영의 바다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니 낯선 것도 당연하다 해야 할까요. 그럼에도 통영의 바다는 다른 곳의 바다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우선 냄새부터 달랐습니다. 다소 역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바다 비린내가 없었습니다. 다만 차게 불어오는 바람만이 저 앞에 바다가 있다며 기별을 날려왔으니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통영의 바다는 조금 다른 소리를 냅니다. 철썩철썩하며 귓가를 때려대는 것이 아니라 잘박잘박하며 자그만 소리로 귓불을 간지럽힙니다. 통영의 바다는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귀를 떼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통영 바다가 가진 매력은 이보다 훨씬 많지만 정말로 제 마음에 파문을 남긴 건 정작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건 깊은 바다와의 근접성이라고 할까요. 통영의 깊은 바다는 하룻밤을 묵고 가는 외지인도 쉽게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도 그럴게 제가 만난 통영에는 차도가 있고 인도가 있고 자전거 도로가 있고. 그다음은 바닷가가 아니라 바로 바다였습니다. 마치 바다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듯이요.      


분별없는, 경계 없는 그 바다는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습니다. 삶의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게 언제 맞닥뜨린 줄도 모른 채 마주하고 지나가는 것이라고요. 담장도 구분선도 없이요.     


사람의 일이, 제가 속으로 그렇게 울고 울며 일어났으면 했던 일과 일어나지 말았으면 했던 일들이 어느새 눈앞에 있었고 발밑에 있었고 그리고 이내 지나갔듯이요.      


통영의 바다는 아무 말없이 제 속으로 그런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가만히 들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통영에서의 밤을 지나갔습니다.     


바람이 너무 강하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두고두고 바다 앞에 앉아있었을 테고 만약 그랬다면 저는 통영의 바다와 사랑에 빠졌을 겁니다. 그렇지만 바람이 많이 불었지요. 아쉽게도 하룻밤의 첫인사로 사랑에 빠질 수는 없는 일이고 저는 지금 통영을 떠나왔습니다. 그러니.     


누군가 통영에 다녀온다면 저에게 안부 인사를 들려주세요. 바다는 잘 있다고요. 경계 없이 흘러가는 바다는 무탈하니 제 경계 없는 삶도 무탈하길 바란다고요. 그럼 저에게 정말 힘이 될 거 같아요.(201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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