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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hyuk kim Jul 12. 2018

발버둥으로 강을 건널 수는 없다는 생각

그럼에도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

저는 글쓰기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글쓰기 책을 찾아 읽고 작가들의 강연도 찾아들었지만 눈동냥 귀동냥에 그칠 뿐이었습니다. 햇살이 따스하던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힘차더라도 발버둥으로 강을 건널 수는 없다는 생각을 말입니다.

국어국문학이나 문예창작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습니다. 그게 아니면 인문학을요. 제가 인문대학으로 복수전공을 선택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습니다. 사회과학은 좀 딱딱하지요.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일은 메시지의 생로병사에 대한 지식을 가져다주었지만 어떻게 아름다운 메시지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해주지 못했습니다.

자기감정과 생각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글만이 남들에게 읽힐 수 있고 남들에게 읽히는 글만이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제대로'란 '왜곡 없이'라는 뜻도 '가감 없이'라는 뜻도 됩니다. 그게 감정이라면 ‘섬세하게’라고 바꾸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글을 써서 타인에게 이해받고 싶다면 우리는 잘 써야 합니다. 이해의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 따뜻한 문장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잘 써야 한다는 점에서 냉혹한 문장입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요. 이해라는 건 시간과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니까요.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기, 편지, 에세이, 여행기, 서평, 영화평 등등. 그간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써봤습니다. 무엇 하나 신통치가 않네요. 글에 대한 욕심이 동력은 되었지만 능력은 되지 못한 경우인 거겠지요. 그래도 자조도 체념도 없이 글쓰기를 이어가려 합니다. 두려운 마음을 안고요.

어째서냐고요? 강가를 거닐다가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두 개의 자전거 헤드라이트가 뒤섞이는 걸 보고 사무치게 외로워지고 말았거든요. 제가 글을 조금 더 잘 쓰는 사람이었다면 덜 외로웠을까요. 그런 생각 때문에 어쭙잖은 글쓰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이게 제 글쓰기의 이유입니다.

달무리가 부옇게 진 밤이네요. 그곳의 달은 어떤가요.(20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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