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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hyuk kim Nov 26. 2018

부서진 마음에

한 사람의 가치를 아무 곳에나 걸어놓지 않겠다 다짐하며

요즘 마음을 지키는 일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한다. 마음을 지키지 못하게 만드는 세상과 함께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대로 따라가다 보면 사람의 마음은 자주 깨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대학생이던 나는 내 경험과 내 활동, 내 성취를 나 자신의 일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소개서만 하더라도 자기를 소개하는 일에 있어 자기 경험이나 성취를 자신의 가장 큰 부분으로 서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나 내가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보다는 말이다. 그간의 생애에는 무슨 일이 있었으며 어떤 문제가 있었고 나는 그걸 어떻게 이겨냈는가를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하게 서술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반복된 작업은 당연하게도 학습이 된다. 달리 말하면 내가 뭘 해낼 수 있고 어느 만큼의 능률과 실력으로 업무를(학생의 경우, 학업이나 대외활동을) 해낼 수 있는지가 나라는 인간을 크게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학생이 아니라 주어진 책임이 있는 입장이 될 경우, 더 정확히는 자기 직장이 있고 자기 책상이 있고 자기 업무가 있는 사람에게 이런 마인드는 조금 위험하다는 데 있다. 물론 내 실력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직장에서 자기 결과물을 나라는 인간의 커다란 한 부분으로 생각한다는 것 또는 그 결과물의 평판이 곧 나라는 인간의 가치를 책정할 수 있는 지표로 생각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을 참 위태롭게 만든다.

그건 이를테면, 아무나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에 자기 마음을 샌드백처럼 걸어두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마치 약수터나 천변 산책로 같은 곳에 말이다. 아무나 툭툭 건드려도 보고 힘껏 두드려도 보는 게 샌드백 아닌가.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이 내 가치를 아무렇게나 매길 수 있게 내버려두었을 때, 내가 내 마음을 지킬 줄 몰랐을 때 가끔은 내 마음도 그렇게 샌드백처럼 걸려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실을 깨달은 지금도 많은 점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만들지만.

모두가 자기가 원하는 일을, 자기 본연의 능력치만큼, 원하는 환경에서 해낼 수 있다면 우리 삶은 한결 더 평화롭고 따뜻했을 텐데. 어느 순간에서 그런 희망이 고고한 것이고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일상에서 내 마음을 지키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 그런다고 슬픔이 가시는 것은 아니지만 넋 놓고 그저 무참히 깨지고만 있는 건 내 마음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니까. 주말이 가고 다시 한주가 온다. 이제 가만히 다가오는 한주를 응시하려 한다. 나라는 인간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나라는 인간을 차지하는 아주 큰 부분은 다가오는 한주에도 침식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거듭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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