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을 다녀오고

한강과 남산 사이

by 개발하는마케터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공간이 있다. 한남동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달동네라는 막연한 환상에 빠져 있었다. 서울 시내가 훤히 보이는 옥상과 함께 '낭만적'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부픈 마음을 안고 한남역에 도착하였다. 10분 정도 걷고 나서 사진으로 볼 수 있었던 한남동 달동네의 초입 부분을 만날 수 있었다.

초입부분

한남동은 남쪽으로는 한강, 서북쪽으로 남산 사이에 있다는 의미이다. 기대에 부픈 마음으로 도착한 한남동 달동네. 친구가 보내준 사진으로 마주한 한남동 달동네 모습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이 직접 이곳을 방문하게 했다.

친구가 보내준 사진 한 장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남동 달동네의 분위기를 필름 카메라로 담고 싶었다.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한남동 달동네의 모습과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가고 있는 흐름 속에서 아날로그 감성은 잘 어울릴것 같았다.


몇 분 정도 걷고 나서 느낀 점은, 한남동 달동네는 낭만을 품고 있는 공간이 아니 였다. 평일 낮시간 그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주민으로 보였다. 달동네라는 표현은 사실 그곳에 살지 않은 제삼자가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달동네가 아닌, 서민의 일상이 담겨있는 현실 공간이었다.

가파른 골목

추운 겨울날, 다리도 불편한 어르신이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장면, 그리고 각종 재활용품들이 길가에 버려져 있는 장면, 눈이 와서 길이 얼어버린다면, 건강한 20대인 나도 오르내리기 힘들 것 같은 가파른 언덕, 사람 두 명 정도가 겨우 마주치면서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지붕들.

버려진 재활용 쓰레기들

물론 좁은 골목, 작은 언덕 등은 나에게 흥미로운 공간들이다. 난 계획 신도시에 자랐기 때문에 이러한 공간들은 낯설고 생소하다. 70~80년대 서울에 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그곳에 거주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내가 이곳에 살고 있고, 내 두 손에는 무거운 짐이 있다면 혹은 겨울철 가파른 언덕과 계단을 마주한다면 그리 반갑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의 흐름과 함께 내 발걸음은 위로 향했다. 그러던 중 문득 든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외부인이 와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존재가 반가울까? 나에게 이러한 질문을 한 순간부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어려웠다. 단지 그냥 내 눈으로만 담게 되었다. 한남동 달동네는 외부인들에게는 변하지 않고 본래의 모습이 남아있는 향수의 공간이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서민들의 삶의 무게가 전해지는 현실 속 장소처럼 보였다. 친구에게 받은 사진에서 보여지는 한남동 달동네의 낭만적 이미지는 사라졌다.


각종 sns에 떠도는 사진, 연예인들의 일상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 등 화면에 나타나는 모든 것들은 편집된 진실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있는 친구들의 여행사진을 보면 나를 제외한 모두가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인다.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보면 그것과 거리가 있는 나의 현실을 비관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면에 담겨있는 진짜 모습은 볼 수 없다. 멋진 풍경 사진을 찍기 위해 몇 시간 동안 고생해서 올라갔는지, 그 과정에서 후회는 하지 않았는지 또한 tv속 연예인들이 카메라가 꺼지면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 등은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게 된다. 분명 한남동에 가기 전까지 나는 달동네에 대한 막연한 설렘을 안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이면을 들여다보니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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