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음은 콩밭에
미팅을 잡지 않았다.
잡을 이유가 없었다. 투자 무산에서 시작된 여러 악재는 정부의 규제로 인한 스타트업의 피해라는 그럴듯한 변명으로 덮었고 회사는 몸사리기에 나섰다.
짜여진 메뉴얼대로 같은 대답을 반복했고 회사는 어느새 피해자가 돼 있었다.
최소한의 일은 했다. 이렇게라도 일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은 퇴사 사유로 충분했다.
사업방향이 완전히 틀어지고 직원들이 연이어 나가고 있는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혹여나 안좋은 기사가 나오지는 않을까 불안함과 함께 사업 성과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었다.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불과 3개월 전에는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휴대폰을 끄고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생활을 원했다. 휴가때도 피할 수 없는 기자 문의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많은 직장인들이 카카오톡 대화명에 띄어 놓은 '휴가중'이 부러운 순간이 있었다.
쉬고 싶은 것과 쉴 수 밖에 없는 건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르다.
출근과 퇴근. 그 사이에 일어나는 의미 없는 시간. 다음날만 돼도 기억나지 않은 사소한 업무들.
사회생활 4년차, 홍보 2년차인 나에게는 불편한 시간이었다. 커리어를 좀 먹고 있다는 불안감은 구직 플랫폼으로 이끌었고 공부는 안했지만 수능 대박을 노리는 고3의 마음처럼 이직하는 상상을 했다.
PR전문가
전문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출처: 네이버 사전
나는 PR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나. 언젠가 친구가 PR의 의미를 물었을 때 한참을 생각하고 운좋게 대답한 기억이 스처갔다. 지금도 와닿는 약자는 아니다.
지원하는 회사의 기준은 1. 들어본 곳인가 2. 숫자가 있는 곳인가 3. 복지가(연봉이) 적당한가
이렇게 매일 밤 지원하는 회사를 다니고 또 다른 회사를 옮기며 본격적인 이직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