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배달원

(1) 1시간-3건-14505원

by 석촌호수 주민

42만8000명.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배달원 수(음식-택배 포함). 대한민국 국민 100명 중 1명은 배달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배달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소 주문비용, 배달비를 더하면 15000원이 넘어가는 8000원짜리 피자를 보면 1인 가구에게 배달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4월 초 삼전동 빌라촌으로 이사온 뒤에는 배민, 쿠팡이츠를 지웠다. 주변엔 먹을게 넘쳤고 내 다리가 배달비 3000원 보다 저렴해서다.


그러다 기사를 봤다. 배달원이 부족하단다.


어렸을 때부터 생산적이고 싶었다. 돈을 아끼고 운동이 된다는 좋은 핑계는 언제나 필요 이상의 움직임을 만들었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녀야한다는 패기 좋은 대학생 시절, 즉흥으로 떠난 경포대도 버스나 택시는 옵셥에 없었다.


친구의 원망이 시작될 때 쯤 이미 강릉 터미널에서 멀어졌고 2시간이 넘는 행군 끝에 바다를 마주했다. 여행이 아닌 훈련을 했고 친구는 다시는 나와 단둘이 여행을 가지 않는다.


대중교통 보다 두 발을 좋아하는 나는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를 설치했다.


주말 운동을 끝내고 아직 체력이 남았는지, 아니면 궁금했는지 어플을 켰고 첫 주문이 들어왔다.


별콩다방-4000원.


픽업부터 배달지 도착까지 자전거로 10분이면 족했다. 문제는 어플을 활용 못했는 거.

매장에 도착을 하면 도착, 배달음식이 나오면 픽업 버튼을 눌러야 정확한 고객 주소가 나온다.


두번째 배달부터 이 사실을 발견한 신입 배달원은 거지같은 시스템이라는 분노와 함께 수동으로 주소를 알아냈고 인생 첫 배달을 마쳤다.


분노도 잠시 누군가의 카페인을 책임졌다는 처음 느껴보는 기분을 간직하고 다음 배달을 잡았다.


엽떡-4810원. 손가락과 허벅지가 부담을 느낄수록 수입은 늘어났다. 집에서 점점 멀어지는 배달지에 마지막 주문을 받고 끝내기로 했다.


자전거 배달원에게 피자는 불가능했고 두번의 주문 거절 끝에 쌀국수를 택했다. 식당이 5분 전 장소 근처라는 아쉬움은 1190원짜리 할증이 깨끗이 씻어줬고 다시 허벅지를 혹사했다.


우리집 근처에 사는 고마운 고객은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 소리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눠줬고 오늘로서 우리나라 배달원 수는 42만8001명이 됐다.


1시간. 14505원. 경포대를 걸어가던 대학생은 버릇을 못버리고 생산적인 일을 시작했다. 그래도 내일 출근은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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