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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Sep 07. 2016

단절

#단절 #관계 #이어짐 #연속성

계속 이어질 것만 같던,

언젠가는 끊어질 것만 같던.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

라는 게 연역적이면서도 귀납적인 결론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요즈음,

지금껏 너무나 많은 단절을 겪고 또 그만큼 익숙해져 왔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떠올리고 있다.



1. 소속 변화를 통한 단절

전학, 에서 비롯된 경험일 것이다.

유년기 인간 관계의 거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학급 친구들과의 거의 완벽한 단절은,

그러나 그 시기의 특징답게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쉬이 적응할 수 있던, 말하자면 자연스러운 단절이었다.


2. 이사로 인한 단절

소속은 그대로이더라도,

사는 공간의 물리적 변화 역시 적지 않은 단절을 낳아왔던 것 같다.


어릴 적 이사의 기억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내 방이 바뀌었을 뿐이라는 매일매일의 작은 새로움이 쌓여

어느새 모든 것이 달라진 주변의 확인으로 새겨져 있다.


또한 성인이 되어 겪은 이사들은,

자주 가던 마트의 익숙함을 리부트하는 간단함에서부터

이용하는 대중교통의 숫자가 확 달라지는 변화를 거쳐

집의 위치와 모양이 어떻게 바뀌었느냐에 따른 경제적, 문화적 인식 차이에 이르는

거창하고도 구조적인 단절감을 알게 해주었다.


3. 성향에 따른 단절

  1) 언제 알았냐는 듯이 연락을 끊게된 사람들이 생겨가고

  2) 그 와중에 꾸준히 가끔씩 보고싶은 사람들이 추려지고

1번이 늘어나는데 2번은 유지수준이거나 오히려 줄어들면서부터는

그냥 내 성향이 이렇거니 한다.


그래서,

모두와 친해보이는 게 좋았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그냥 나와 맞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나름대로 분류해 가며

내가 연락하고 싶을 때 사람들을 찾는 편이다.


몇 년의 기간을 주기로,

나 자신의 성향이 바뀌어왔기에 주변의 사람들도 바뀌어 오지 않았나 싶은 건

추가적인 요소다.


4. 경력 단절

한 번의 진로 변경과, 한 번의 이직.

벌써부터 경력을 논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주위 사람들의 꾸준함에 비추어 때때로 나의 단절이 도드라지게

느껴지곤 한다.


점과 점들을 이어 선을 만들고, 이것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음을 말한

잡스 형님의 명언을 가슴에 새겨놓다가도,

내가 숲에 있는데 어떻게 나무가 아닌 숲을 보냐는 유병재의 말 또한

강하게 와닿는 건 약간은 결이 다른 얘기일까.



나의 일기장이,

나의 생각들이,

나의 글들이-


여러 차례 단절되면서도 결국에는 계속 또 이어져 온 걸 보면,

아직은 단절을 논하기에는 이르지 싶어서

이제는 꾸준함을 가미해 단절보다는 이어짐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어쨌든 단절은 단절 그 자체로 끊어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느낄 때 어떻게든 다음으로 이어져갈 나의 모습을 생각하며

절단과는 달리 내 의지로 강하게 잘라내 버린 게 아직 내 삶에는 그렇게

많지 않단 사실을 떠올리며, 


그런대로 잘 살아오고 있구나 라고 위안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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